계절
가을,
그 언저리에서
난 무얼 할 수 있을까
힘겹게 키워낸
열매를 바라보며
그저,
수고했노라
두 손 맞잡아 주는 수밖에
붉은 노을에 등을 기대어
달려온 숨을 고르듯
여름,
그 찬란한 계절 속에서도
어쩌면 나는
떨어질 낙엽을
준비하였으리라
여름의 타는듯한 열기 속에서도 가을은 차분히 다가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햇살이 이글거리던 날들이 있었기에 풍성한 결실이 맺히고, 낙엽이 지는 자리에 또 다른 시작이 움튼다.
그렇게 우리는 늘 앞선 계절에서 다음 계절을 살아낼 힘을 얻곤 한다.
열매를 수확하고, 낙엽을 맞이하듯
삶도 그렇게 하나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간다.
뜨겁게 땀 흘린 시간은 열매가 되어 우리를 위로하고,
잠시 고개 숙여 숨 고르는 순간은 다가올 겨울을 견딜 힘이 된다.
지금.
가을, 그 언저리에서
다가올 겨울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