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 손에 잡힐듯한 구름
한 움큼 쥐어볼 듯 다가서면
서늘한 바람결을 따라
저만치 멀어져 간다
바다를 닮은 하늘
그 푸르름에 몸을 띄워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든다
넓게 펼쳐진 구름은
새하얀 모래사장
간질거리는 그 해변에서
마음이 닮은
이름 모를 그이와
총총 발자국을 남기며
달려본다
마음껏 웃어본다
잠시, 행복을 맛본다
목화솜 같은 포근함
옅은 바람결에 실려오는
오색빛 물결 속에
흐르는 시간도 잊은 채
나도 따라
그저 가만히 누워본다
가을이 되면 어느새 구름이 성큼 뒤로 물러나 드높은 하늘을 펼쳐 보인다.
하늘이 이토록 높고 푸르렀던가.
그 청명하고 너른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내 마음 그늘진 구석까지 스며든다.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와 흰색 모래사장이 지금 내 머리 위에 펼쳐져 있다.
귓가에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들려오고
사랑을 하지 않음에도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하늘이 이렇게나 예뻐 보이는 건 아마도
그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지친 내 마음 세포 하나까지 잔잔히 감싸 안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