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그 언저리에서

계절

by 여름

가을,

그 언저리에서

난 무얼 할 수 있을까


힘겹게 키워낸

열매를 바라보며

그저,

수고했노라

두 손 맞잡아 주는 수밖에


붉은 노을에 등을 기대어

달려온 숨을 고르듯


여름,

그 찬란한 계절 속에서도

어쩌면 나는


떨어질 낙엽을

준비하였으리라




여름의 타는듯한 열기 속에서도 가을은 차분히 다가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햇살이 이글거리던 날들이 있었기에 풍성한 결실이 맺히고, 낙엽이 지는 자리에 또 다른 시작이 움튼다.


그렇게 우리는 늘 앞선 계절에서 다음 계절을 살아낼 힘을 얻곤 한다.

열매를 수확하고, 낙엽을 맞이하듯

삶도 그렇게 하나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간다.


뜨겁게 땀 흘린 시간은 열매가 되어 우리를 위로하고,

잠시 고개 숙여 숨 고르는 순간은 다가올 겨울을 견딜 힘이 된다.


지금.

가을, 그 언저리에서

다가올 겨울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본다.



keyword
수, 토 연재
이전 06화자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