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풍경 28

어머니

by 도린

어머니, 편안한 곳에 잘 도착하셨나요.

처음 가보는 길이라 혹여 헤매이진 않으셨을까,

먼저 가신 아버지가 마중 나와 계시진 않았을까,

문득문득 마음이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그곳에도 지금, 가을이 곱게 물들고 있을까요.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이 제겐 처음이라

어떻게 잘 가라는 인사를 드려야 할지

알 도리가 없어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현실,

엄마 없는 삶을 이렇게 살아내고 있으니

저 스스로도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동조차 못하시고

와상으로 누운 채,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시며,


설사와 욕창에 시달리면서도

그저 링거 하나에 의지해

의식 없는 시간 속을

두 달이나 버티셨지요.


당신의 지난한 생을

누가 감히 구차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끝내 소임을 다하신 엄마,

존엄한 당신을 저는 오늘도 사랑합니다.


숨이 멎은 뒤에도

한동안 미세하게 뜀박질하던 심장 소리,

소리가 제 가슴에

힘찬 고동으로 남았습니다.


남은 미련조차 두지 않으시려

진액을 짜내듯 생을 소진하신 엄마,

그 마지막에 덧대어

제 삶의 자락을 꿰매며

이어진 솔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유연하면서도 가장 약한 솔기,

그것이 저세상의 엄마와

이 세상의 저를 이어주는 길이 되었네요.


저는 그 길 따라

당신을 추억하며

한 땀, 한 땀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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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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