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5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우리 가족의 연례행사가 어김없이 시작된다.
요리 솜씨 좋은 막내딸이
정성껏 차려내는 스테이크와 가지각색의 요리들.
멋스럽게 플레이팅 된 가족들을 위한 식탁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반짝이는 트리 불빛 아래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막내의 솜씨로 빚어진 크리스마스 디너를 즐겼다.
그리고
우리 식탁 위에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주인공,
다섯 양동이나 담아 만든
블랙베리, 복분자주 한 병.
스테이크 한 점에
복분자주 한 모금,
한 잔, 또 한 잔—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는 '마농의 샘'처럼
그 깊은 자줏빛 향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진해지는 듯하다.
한 모금 머금을 때마다
복분자를 정성껏 따던 엄마의 손길,
거르던 장면마다 떠올랐던 장모님의 미소,
멀리서도 늘 마음으로 손녀들을 안아주던 외할머니의 다정한 말투가,
온 가족 마음속에 따스한 기억으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두런두런 피어나는 이야기꽃 속에
추억이 담긴 잔을 부딪치며
성탄의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