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감정을 되돌아보다
사랑에 있어서 최고 수혜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가장 처참한 피해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다.
너는 나에게 정신과 육체를 넘어 영혼의 즐거움을 주었다.
헤아리는 너의 마음이 아름다웠고 그저 그런 줄만 알았다.
영혼의 울림을 준 너는.
나의 영혼을 짓밟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랑에 취해서.
너에게 취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 일은.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면.
숨기지 말았어야 한다.
난 너의 거짓을 보았다.
당황한 탓에 '지친다'라는 말을 했다.
그것은 우리 둘 사이.
암암리의 금기어였다.
사람은 무언가를 숨길 때, 그리고 당황할 때.
저도 모르는 말을 하고 만다.
나에 대한 최소한의 마음이 진정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었다.
누군가에게 전생을 돌아보게까지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
욕심은 내가 아닌.
너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다.
이러고도.
온전할 것을 기대했다면.
기다림은 영혼을 잠식하게 한다.
아니 처음엔 기대로 시작한다.
중간엔 걱정으로 바뀌고.
이내 줄어드는 둘 만의 시간이 안타깝다.
말미엔 야속함을 지나.
우리 시간에 대한 모독을 느낀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추위를 탈 새가 없었던 것은.
사라지는 우리 둘 만의 시간에게 미안해서였다.
그것은 마치.
죽어가는 생명체를 보는 것과 같은 안타까움 이었다.
사랑에 빠지는 가장 무서운 방법은.
욕정에 허덕이는 수작이 아닌, 사람 그 자체에 반하는 것이다.
사람에 빠지고, 그 사람이 이성이라는 것에 눈 뜨면.
게임은 끝난다.
반대로, 그 사랑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이다.
사랑도 사람이 하는 것으로.
사람 위에 '사랑' 없고, 사람 아래 '사랑' 없다.
사람이.
중심이다.
'사랑'에 실망하면.
그 미련에 질척거리고 말지만.
'사람'에 실망하면.
사랑도 사그라들 수 있다.
보지 못함의 서운함과 분노의 얼음장이.
네 얼굴을 보면 녹아왔다.
아무리 커다란 아픔도.
너를 보며 치유했다.
이번은 다르다.
너를 봐도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너를 보고도 녹지 않는 이것은.
나에겐 대단한 충격이다.
너를 보고도 녹지 않는 이때는.
체념과 친해져야 할 때다.
사랑에 취하고.
사랑에 빠져서.
사랑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사랑에 미련을 두지 않아 다행이다.
'사람'에 실망 한 오늘은.
사랑에 허덕이다 영혼이 죽을 뻔한 나 스스로를 구제했다.
그래서.
다행이다.
나는 분노한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나는 분노한다.
오늘 날아가버린 둘 만의 시간에.
분노와 사랑은.
공존하지 말아야 하지만.
사랑이 분노를.
분노가 사랑을.
사랑은 분노를.
분노는 사랑을.
이 둘이 공존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서로를 증폭한다.
무릇. 이것이.
분노의 사랑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