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탐방을 다 끝낼 때까지는 못 가요
돗자리를 잘 펴놓은 후 사과, 배, 포, 그리고 고인이 좋아하시던 설탕커피와 술을 올리고...
아버지께 두 번 반 절을 올렸다.
예전 같았으면 절을 올리고 아버지 사진과 위패 앞에 앉아서 우리 노친네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 시간 남짓 머물렀을 텐데..
그날은 바람이 좀 세차게 부는 바람에 10분도 머물러 앉아 있지를 못하고 돌아왔다.
오래 전 토요일,
나의 노친네를 모시고 나의 아버지이자 우리 노친네의 '당신'이 계신 경기광주에 있는
오포 '시안 가족추모공원' 공원을 다녀왔었다.
성묘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곧장 대형 베이커리 카페 '투힐스'로 차를 몰아 노친네와의 데이트를 계속 이어갔다.
바람이 잦아들고 햇볕이 좋아서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노친네는 아이스밀크티,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리고 빵 한 개...
노친네의 이야기는 계속 릴레이를 달렸다
성묘를 가던.. 카페를 가던... 우리 노친네가 하시는 얘기는 항상 비슷하다.
살아생전의 아버지 얘기.. (아버지에 대한 좋은 얘기를 안 하시는 건 매번 똑같다)
내 사업걱정 얘기..(사업이라기보다는 온라인 e커머스 장사?)
아직 결혼 안 한 내 동생 얘기..
큰집얘기... 작은집얘기...
나조차 아직 다 못 외우고 있는...
헷갈리는 나의 어린 사촌 조카들 이름 얘기...
그리고 동네 사람들 흉보는 얘기들이다.
그래도 며느리들 얘기는 도통 안 하신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금 전에 다녀온 오포 '시안 추모공원' 얘기를 하신다.
그리곤.. 갑자기 나에게 물어보신다.
"아범아, 니 생각은 어떠니? '가족묘'.... 잘한 것 같니?"
'시안 추모공원'의 가족묘...
이미 수년 전에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비롯한 4형제들께서는 광주시 오포 '시안 가족공원'에 12구짜리
가족묘를 구입, 계약했고 돌아가신 지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유해를
그곳으로 이장하여 모셨다.
우리 노친네의 말씀에 담긴 의중을 유추하여 보니,
예전에는 잘 못 느꼈는데...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큰아버지도 시안 가족묘에 같이 모신 후부터
우리 노친네는 돌아가신 아버지(우리 노친네의 당신)께 성묘를 가면 좀 마음이 편하지가 않으시단 얘기를
하고 싶은 듯하다.
시안 가족묘에 가보면 나의 조부모를 모신 위패가 있고 그 옆에 아버지의 위패... 그 옆으로 작년에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위패... 이렇게 세 개의 작은 '위패'가 나란히 서 있다.
사실,
나 역시 조부모와 아버지만 계실 때는 아버지생각날 때 찾아오면 마음이 평안하고 좋았다.
(혼잣말처럼 아버지에게 말씀도 드리곤 했었다)
한 분이 더 늘었을 뿐인데...내 아버지만 보러 온 건데...
이런 맘이 들고 뭐... 좀 그렇다.
기분이 좋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큰아버지는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나머지 형제들과 불협과 마찰을 아주 크게 일으켰고
결국 화해 없이 앙금을 남긴 채 돌아가셨다.
그때 이후부터는 나의 작은아버지들도 '가족묘'에 대하여 '회의감'이 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노친네도 그곳이 별로인 듯한 눈치다.
그래서 나에게 그러한 질문을 던지셨나 보다.
노친네와 '카페 투힐스'에서 있는 동안은 애써 화제를 돌리고 커피와 소소한 얘기들을 즐기곤
다시 노친네의 집(본가)으로 향했지만, 나에게 '가족묘'에 대한 생각이 여운을 두고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족묘'
취지도 너무 좋고 남들이 보기에도 참 좋아 보이지만,
사실, 형제나 그 자손들이 서로 왕래가 잦고 마음 편해야 좋은 것이지, 그렇지가 않은 경우라면...
가족묘는 재고와 회의감의 여지를 남기고 불편한 점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드는 생각 하나 더.
'놓치고 있었던 생각'
우리 노친네...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계시는...
아직 여덟 분의 자리가 남아있는 12구짜리 '가족묘'에 가실 때마다...
당신의 기분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조금 있으면 나도....' 하는 생각에 서글프거나 우울하셨을 듯.
우리 노친네..
마냥 젊을 줄만 알았는데... 이제 완전 할머니가 다 되었다.
"니 아버지는 야...
생~~~전 여행 가는 것도 모르고, 더더우기 바다는 뭐..
너 중학교 다닐 때 동네 친목회 때 경포대 구경간게 다다!
그때 구경 안 따라갔으면 아마 나도 덩달아 여태까지 바다 구경 한번 못했을 거다...
하여간 니 아부지는 생~~ 전 어디를 갈 줄을 몰라..."
우리 노친네가 평소에 가끔 하시던 말씀이다.
혹시, 우리 노친네..
"나는 죽으면 '가족묘' 말고, 넓고 파란 동해바다에 눕고 싶다"
하고 말하고 싶으신 것은 아니실까...
지금 나의 생각처럼, 우리 노친네도 그걸 원하실까?
"엄마!
엄마 죽으면 바다에 뿌려줄까?
근데...'엄마'는 죽지 말고 오래 살아야지~
나랑 주말마다 드라이브도 하고 예쁘고 넓고 전망도 좋은 '베이커리 카페'...
계속 오래오래 다닙시다'
라고... 내 맘속은 아까부터 십 수 번째 엄마에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의 매주 토요일은 일주일 내내 집에만 계시는 엄마와 '베이커리 카페' 탐방하는 날이다.
글쎄....
좋을 줄로만 알았던 가족묘가...
"불편하다"
"별로다"
갑자기 비 온다.
아버지가 누운 자리 위에도 비가 뿌리고 있겠지...
'그리운 아버지'
살아계셔도 더 그립고 안쓰런 이름.
'엄마'
음악이 한곡 생각이 나서 '유튜브'를 검색하고 듣는다.
킹 크림슨의 '에피탑'(King Crimson -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