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을 가장한 빌런의 등장

by JIPPIL HAN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나날들이었다.

좋아지고 있다 좋아지고 있다... 자기최면을 하며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은 흘러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방글방글 웃으며 설레임에 가득차 파릇파릇 했던 입학식날의 아이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생기 넘치던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이라는 사람은 첫날부터 쌔한 분위기를 풍겼다.

정년퇴직을 앞둔 할머니 선생님이었다.

입학식날 부모님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아휴 내가 어쩌다 1학년을 맡아가지고... 올 한해 진짜 생고생 하겠네" 라며투덜거리기 시작했고, 부모님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입학식의 설레는 분위기는 5분만에 싸늘해졌다.


그렇게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은 시작됐다.

유난히 웃음이 많던 아이는 학교를 다니면서 점점 웃음을 잃어갔고, 학교가 가기싫어 아침에 꾀병을 부리기 시작했다.

"왜그래~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어? "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여느때처럼 출근을 하는 중이었고, 거의 회사에 도착했을 즈음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이었다.


- " oo 어머니? "


- "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oo엄마입니다. 아이를 맡겨놓고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저희 아이는 어떤가요?


싸늘한 선생님의 대답이 돌아왔다.


- " 안그래도 그래서 전화드린거예요. 애가 11월생이라 그런가 너무 느리네~ 모든게 다 답답해요.

오늘은 실내화를 안가져와서 지금 맨발로 있어요. 빨리 실내화좀 가지고 학교로 와주세요."


- " 네? 저 지금 회사 출근했는데요... 오늘 하루만 그냥 신발좀 신고 지내면 안될까요 선생님? 제가 갈 수가 없어서요.."


- "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세요? 다른애들 다 실내화 신고 있는데... 어머니 안되시면 아버님이라도 보내주세요."


너무나 당당하게 요구하시는 바람에 내가 비정상인가 착각이 들었다. 이제 막 유치원을 졸업한 초등학교 입학생이다. 그 어린애가 실내화 한번 잊었다고 직장다니는 부모에게 지금 당장 가져오라는게 정상이란 말인가?


나는 어쩔수 없이 동네 친하게 지내던 아이의 친구엄마에게 부탁해서 실내화를 한켤레 사서 보내달라고 했다. 사건은 그렇게 잘 마무리 됐겠지 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 전화가 왔다.


" 아우~ 자기야.. 말도마..학교에 실내화 가지고 갔더니.. 글쎄 교문밖에 애를 세워놨더라구. 애가 날 보더니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속상해 혼났어~ !"


피가 거꾸로 솟았다. 당장 학교로 달려가고 싶었다.

실내화 하나 안 챙겨간게 이렇게 큰 벌을 받을 일인가.. 당시 유괴사건도 뉴스에 많이 나오던 시기였는데 아이를 혼자 교문밖에 세워놓다니 말이 되는 얘기냐 말이다.

서러움과 분노와 속상함에 울컥울컥 거리는 걸 꾸역꾸역 참아내고 저녁에 전화를 걸었다.


- "oo 엄마입니다. 선생님"


- " 네~ 무슨일로... ?


- "oo가 오늘 실내화 안가져 온 것 때문에 교문밖에서 벌을 섰다고 하던데요.. 요즘 유괴사건도 많은데 그건 너무 위험한 처벌 아닌가 해서 연락 드렸습니다. "


-" 걔만 서있는 것도 아닌데 뭘 위험해요.. 아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애가 너무 손이 많이 가요.. 밥 먹는 것도 느리고, 어찌나 산만한지.. 쯧."


- " 그런가요? 부족한 아이를 맡겨서 죄송합니다."


나는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하고 부족한 자식을 맡긴 중죄인이 된 채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아이의 등교거부는 계속됐고, 억지로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는 다시 야위어 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중학교 교사인 친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 할머니 선생님이다 보니 애들을 초장에 자기 편하게 확 잡자는거 같은데 ~

정년퇴직 앞둔 사람이 왜 1학년을 맡고 불평불만이라니? 그냥 조용히 선물 하나 들고가서 인사하고 와. "


당시 촌지는 금지라고 되어있었지만.. 법적으로 완전금지가 되기 전이라 엄마들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드리는 일이 흔하던 때였다.

성격 급한 내가 가면 분명 말다툼이 생길거 같다는 생각에 차분한 남편을 대신 보냈고, 당시에 유행하던 고급화장품을 선물로 들려 보냈다.


그 날로 선생님의 지우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매일 구박에 타박만 받던 지우는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떡하니 상장을 받아왔다. 하~ 진짜 최악이다.

선생님이 예쁘다 귀엽다 칭찬까지 하셨다고 하는데.. 헛웃음만 나왔다.

아이는 칭찬을 받고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180도 달리진 선생님 태도에 오히려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아이의 반에는 전학생들이 속출했다. 선생님의 만행을 못견디는 아이엄마들과 선생님과의 다툼이 잦아지고 그로인해 아이들이 전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절이 싫어 중이 떠니는 것'이라고들 말했다.


그렇게 1학년 생활이 마무리 되어 갈 무렵....

지우에게는 또다시 원형탈모가 찾아왔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과 스트레스가 병을 재발시킨 것이다.

나도 다른 엄마들 처럼 진작에 전학을 시켰다면 어땠을까? 또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교사분들이 읽으신다면 맘 상하실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훌륭한 선생님이 많은지 저도 잘 압니다만, 아이가 겪은 사실 만을 적었으므로 너그러이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YN_7c-jMMFV8Oaf0XTGsR0s8M1k.jpg


* 월요일에 발행되었어야 할 연재물을 제가 연재에 올리지 않고 그냥 글쓰기로 올렸네요..

다시 여기에 올려 놓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직 초보라 부족한게 많습니다.

이전 04화어린 딸에게서 발견된 '원형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