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사상과 명상 1 / 사진 : 힌두교 사원
베다 철학에서 시작된 인도 사상과 명상은 인류의 정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거대한 흐름이 어떻게 시작되어 오늘날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는지 그 역사적 전개와 현대적인 영향을 살펴보자.
베다 철학을 기반으로 한 인도 사상과 명상의 역사는 한마디로 '외부의 신들에 대한 제례에서 자기 내면의 궁극적 실재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초기 베다 시대의 핵심 문헌은 《리그베다 (Rigveda)》이다. 이때의 사상은 자연의 힘을 인격화한 신들(아그니, 인드라 등)을 숭배하는 다신교적이었다.
신들을 찬양하는 찬가를 부르고 정교한 제사를 올리는 것이 중심이었다. 제사를 통해 신들을 만족시켜 현세의 복(건강, 부, 자손, 승리)을 얻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상과 관심이 주로 '외부'를 향해 있었으며, 사제 계급인 브라만이 제례를 독점했다.
기존의 제사 중심주의에 대한 반성과 회의가 일어나면서, 사상가들은 '숲 속의 철학자'가 되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우주의 궁극적 실재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들의 사유는 베다의 마지막 부분이라는 뜻의 '베단타(Vedanta)' 즉, 우파니샤드 (Upanishad)》로 집대성되었다. 우파니샤드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제시한다. 브라만 (Brahman: 우주의 근본적 실재, 모든 존재의 근원인 궁극적 원리)과 아트만 (Atman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참된 자아, 불변하는 영혼)이다.
우파니샤드 철학의 정수는 "아트만이 곧 브라만이다 (Atman = Brahman : 梵我一如 )"라는 깨달음이다. 즉, 내 안의 참된 자아가 곧 우주의 궁극적 실재와 하나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 '범아일여'의 진리를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바로 '명상(디아나, Dhyana)'을 통해서이다. 외부의 제례가 아닌, 내면을 깊이 성찰함으로써만 아트만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철학적 명상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우파니샤드가 명상의 '목표(왜 하는가)'를 제시했다면, 이후 명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 체계화되었다. 기원후 2세기경, 성자 파탄잘리는 당시 전해지던 다양한 명상 수행법을 집대성하여 《요가수트라》를 저술했다. 그는 요가를 "마음 작용의 억제"라고 정의했다. 즉, 끊임없이 날뛰는 마음을 고요히 하여 본래의 자아(아트만)를 드러내는 것이 목표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윤리적 실천(야마, 니야마)부터 자세(아사나), 호흡(프라나야마)을 거쳐 감각 제어, 집중, 명상, 그리고 궁극의 합일(삼매, Samadhi)에 이르는 8단계의 체계적인 길을 제시했다.
이후 이 사상은 샹카라(8세기경)의 불이일원론(아드바이타 베단타) 등으로 이어지며 인도 철학의 주류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 고대의 사상은 2,500년이 지난 오늘날, 인도를 넘어 전 세계인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파니샤드의 베단타 철학은 오늘날 힌두교(Hinduism)의 핵심 교리이다. 수억 명의 인도인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삶의 방식 그 자체이다.
카르마(업, 業), 삼사라(윤회, 輪廻), 다르마(법, 義務), 목샤(해탈, 解脫)와 같은 핵심 개념들은 인도인의 일상적인 삶과 죽음, 윤리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긍정적인 영향 외에도, 초기 베다 사상에 기반한 카스트 제도는 오랜 기간 인도 사회의 복잡한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철학과 명상은 19세기말부터 본격적으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오늘날 거대한 글로벌 트렌드를 형성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우파니샤드를 읽고 "내 삶의 위안이었고, 내 죽음의 위안이 될 것"이라며 극찬했다. 또한 미국의 에머슨, 소로 같은 초월주의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어 서양의 자연주의와 개인주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결정적 계기는 1893년 시카고 세계 종교 대회에 참가한 스와미 비베카난다 (Swami Vivekananda)였다. 그는 베단타 철학을 미신이나 이국적인 종교가 아닌, '과학과도 양립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영적 철학'으로 서양에 소개했다. 그의 연설은 서양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요가와 명상이 전파되는 문을 활짝 열었다.
파라마한사 요가난다의 《어느 요기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60년대 비틀스(The Beatles)가 인도를 방문해 마하리시 마헤쉬 요기에게 '초월명상(TM)'을 배우면서, 명상은 반문화의 상징이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유행이 되었다. 과거의 신비주의적 이미지를 벗고, 요가(Yoga)는 전 세계적인 피트니스 및 건강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명상(Meditation)은 구글, 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직원 복지 프로그램으로 도입할 만큼, 스트레스 감소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실용적인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수많은 명상 앱(Calm, Headspace 등)이 대중화되었으며, '마음 챙김(Mindfulness)'은 심리 치료와 자기 계발 분야의 핵심 키워드가 되었다.
요약하자면, 고대 인도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시작된 명상은, 힌두교의 근간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를 거치며 서양으로 건너가 '현대인의 마음 건강과 자기 성찰을 위한 보편적인 도구'로 재탄생하여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편의 내용은 우파니샤드 철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아트만'과 '브라만'의 개념을 통해 내면의 탐구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하여, 베다 사상이 명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상으로 인도철학과 명상의 흐름을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베다를 뿌리로 한 인도의 종교(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등)는 세계정신문명과 영성계발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앞으로 <인도철학과 명상>은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인물들과 사상들을 각론으로 다루어 전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