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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은 윤회를 바랄까?

다음 생을 믿는 게으름뱅이들에게

by 구름파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누구나 한 번쯤은 다음 생을 바라죠. '다시 태어나면 지금보다는 잘 살 텐데' '다음 생에는 이렇게 살지 않을 거야'라고 저도 많이 생각하고는 합니다.


다음 생을 바라는 한편으로는 열심히 사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다가오지 않을 미래인 다음 생을 바라면서 현재를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시는 분도 분명히 계실 거예요. 오늘의 이야기는 이 어리석은 짓을 하시는 분을 위해 씁니다.


환생을 함으로써 어리석음을 깨달은 게으름뱅이의 이야기. 그럼 오늘의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늘의 동화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동화죠.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설명하죠. 한 게으름뱅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게으름뱅이는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던 중 외양간에서 쉬는 소를 보게 되고, 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떠돌던 게으름뱅이는 한 노인을 만나 소 탈을 쓰게 되고 진짜 소가 되게 됩니다. 무를 먹으면 죽는 소로 팔리게 된 게으름뱅이는 죽도록 일만 하게 됩니다. 이렇게 살기에는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게으름뱅이는 무를 먹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새사람이 되어 부지런하게 일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동화 줄거리를 보니 어떠셨나요? 게으름뱅이가 갱생하여 새사람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참으로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오늘은 게으름뱅이가 소로 변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이 동화가 불교의 '윤회관'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사람을 동물로 환생시키는 윤회에 관한 이야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윤회관에서는 게으른 사람을 소로 환생시켜 업을 닦게 하는데, 이때 살아온 삶을 반성하게 한다고 합니다. 소는 옛 시대 가족처럼 가까운 존재이자 집안의 일을 도와주는 부지런함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죠. 이 동화는 윤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잘 나타나있는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옛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자주 나타나는 '변신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동물로 변신하는 것을 작은 윤회로 생각했다죠. 그래서 이 동화는 게으름뱅이가 두 번의 윤회를 겪으면서 일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삶에서 부지런한 새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에서 소로, 소에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사람들은 윤회를 바랍니다. 다시 태어나면 게으름뱅이처럼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걸까요?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게으름뱅이는 현재를 바랐습니다. 소로 다시 태어나면서 오히려 불행해졌죠.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고 다시 돌아가기를 바란 거죠.


윤회는 희망이기도 하고 족쇄이기도 합니다. 다시 태어나 지금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 떠나간 사람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반면 지긋지긋한 삶을 다시 영위해야 하는 족쇄. 윤회를 이어가는 삶이란 이렇게 양면적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게으름뱅이처럼 윤회하기를 바랍니다. 다시 삶을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뿌리치기 어렵죠. 떠나간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이기도 하고요.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윤회를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행복을 위해서지요.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통해 알아본 오늘의 가치는 '행복'입니다. 지금까지 윤회 이야기만 주야장천 해놓고, 갑자기 뜬금없이 웬 행복이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윤회를 바라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가치입니다. 떠나간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우리는 윤회를 바라죠. 그렇기에 우리는 내세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윤회만 바라고 있다가는 현재를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삶의 행복이니까요. 게으름뱅이가 현재로 돌아온 것처럼요. 우리는 행복을 바라고 그렇기에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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