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크루즈
남극 빙하를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얀 빙산이 푸른빛으로 거대하게 자리 잡고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산산이 부서져 흐른다. 서서히 밀리듯 나에게로 떠내려온다.
조각조각 모양도 색도 다 다르다.
우리네 모습일 수도 있다. 모두가 제각각이듯 그렇게 대류를 이루며 내려온다.
빙하는 추운 겨울엔 보러 갈 수가 없다. 여름에 잠시 우리에게 스쳐 지나가듯 허락한다.
크루즈라는 거대한 배를 타고 저 멀리 빙산을 바라본다. 언제? 또 이렇게 볼 수 있을까?
장엄하다.
흐릿한 하늘과 푸른듯한 빙산과 검푸른 바닷물이 어우러진 자연모습. 희다 못해 푸르다. 아니 파랗다.
남미 칠레 남쪽 마젤란 해역을 지나며 본 빙하다. 자연의 거대함을 나의 작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작은 배로 보기엔 무리다. 크루즈만이 자연의 거대함 앞에서 당당히 볼 수 있다.
2월, 한국은 겨울이지만 남미는 여름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춥다.
저 빙하 조각중 나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어떤 모습을 하고 떠 내려가고 있을까? 너무 작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의 점 하나로 그저 보일 듯 안 보일 듯 떠내려가지만 나는 서 있다. 살아서....
녹는 빙하가 많아 자연의 이상현상이 일어난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폭우, 폭풍, 폭염 등. 더 이상 사람으로 인해 자연이 망가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오래된 빙하일까? 지구 나이가 45억 년 정도다 했는데 중간에 빙하기가 있었고 그 이후 계속되는 것일까? 모든 게 궁금다.
녹고 쌓이고 또 녹고 쌓이며 이어져 내려오는 저 빙하는 묵묵히 오늘을 바라보고 있다. 세월이 갔느냐? 다시 왔느냐? 지구의 한 귀퉁이를 무심히 지키고 서 있다. 아니 조금씩 밀려 내려오고 있다. 가자 바다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대류를 타고 서서히 서서히... 나에게로 나가온다.
갑자기 타이타닉이 생각난다. 마지막 죽음의 모습이 저렇던가. 차가운 물속에서 얼음조각처럼 둥둥 떠 있던 사람들 모습. 영화관 내에서 날 얼음으로 만들어 버렸다. 먹먹함이 가슴에 남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빙하도 그런 모습이다. 둥둥 떠내려 오는 모습이 "난 빙산으로써 삶을 다하고 이제 조각으로 사라진다"라고...
지금 이 순간 장엄한 자연 앞에서 나를 느끼고 우주의 위대함을 느낀다. 나는 무엇이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잠깐의 생, 얼마나 잘 살고 가는지? 무엇을 남기는지?
자연 앞에서 무한 작음을 인지하고 머릿속 생각은 무한 큼을 느낀다. 비록 몸은 유한하나 생각은 크기를 잴 수가 없음을....
가만히 빙하를 바라보며 나의 마음은 온 지구를 느낀다.
그리고 또 배운다.
빙하는 겨울엔 남극을 여름엔 북극에서 접근을 허락한다. 알래스카에 가 보든지, 칠레 남쪽을 가보든지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그린란드나 아이슬란드를 방문해도 된다. 오로라가 함께 하는 이곳도 가보고 싶긴 하다.
이제 한 곳을 가봤으니 다음에 가능하면 알래스카를 도전해 봐야겠다. 아이슬란드도 점점 빙하가 녹고 있다니 걱정스럽기도 하다.
알래스카는 여름쯤 크루즈를 이용하면 된다. 남미보다 접근성은 더 가깝다고 느끼지만 로스앤젤레스 출발이거나 캐나다 출발이니 그리 가깝지는 않다.
우선 다음은 유럽이다. 일 하느라 한 번을 못 가봤으니 꼭 가보고 싶다. 여행도 마음을 먼저 내야 한다. 즉흥적인 건 없다. 대부분 나처럼 일 하느라 놓치는 분들이 많다. 도전하셔야 한다. 생은 유한하니 그 바쁜와중에도 도전해야 하고 세계를 여행하며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
난, 인크루즈를 가입함으로 하나씩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달성할 때까지....
ㅡ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