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띠를 처음 먹는 날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 가정집에서 먹는 첫 음식이기도 하고요. 후덕한 주인은 아침으로 루띠와 카레를 내놨습니다. 루띠의 질감이 좋습니다. 살짝 늘려보니 질 좋은 스판덱스 바지를 당기는 듯한 탄력으로 오므려집니다. 누르면 다시 올라오는 가야금 현의 탱탱함일까요. 아! 둥~~기둥 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잡아당기면서 팽팽한 그 긴장감을 즐겼습니다. 찢을 땐 손가락 지문으로 전해오는 촉촉함이 좋습니다. 수박 갈라지듯 한 번에 쩍 갈라지지 않는 다소곳함이 있습니다. 어릴 적 먹던 쫀득이가 곱게 그은 선에 따라 나눠지듯 버틸 대로 힘쓰다 1자로 쪼~옥 갈라집니다.
그뿐입니까! 고무신을 튀겨도 맛있다는 기름의 진리를 무색하게 기름 한 방울 몸에 대지 않았습니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밀가루 반죽을 구운 것 같습니다. 기름 치마를 두르지 않았으니 만지기도 편합니다. 열 손가락이 루띠를 만나 오랜만에 촉촉한 행복을 맛봤습니다. 손이 좋아하니 입에서도 피하지 않습니다. 우리네 부침개 만 한 동그라미에 불 맛을 오롯이 담은 표시를 온몸에 다 했습니다. 볼록볼록 튀어나온 검은 물방울은 검지 손톱만 합니다. 덜 익은 까마중을 박아 놓은 듯 둘레는 검어지려다 말고 표시만 해놨습니다.
불에 굽기만 해서 그런지 느끼함도 없습니다. 루띠에 살짝 씹히는 야채 커리를 싸서 한입에 넣으니 쫄깃함에 입안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씹는 이도 통통 튕기는 맛을 아는가 봅니다. 커리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맛이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어울림의 예술은 누가 봐도 사람의 솜씨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집의 주인이 내왔으니 분명 사람이 만든 것임은 틀림없겠죠. 이런 기분 좋은 맛, 손과 눈, 입으로 즐길 수 있는 이 맛, 이 맛이 안에 퍼져 잠시 혀로 루띠를 굴리면서 장난을 쳤습니다. 아하! 먹는 거로 장난치면 안 되는데…….
루띠는 사랑입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여주인의 맘을 오롯이 담아냈기에 입에 짝 붙는 맛을 냈겠죠. 사랑으로 만든 음식이기에 처음 먹는 나도 그 안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