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한쪽 눈만 감고 잔다

by 서하

오리는 수면 중에도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두 개의 뇌 반구 중 한쪽만 잠들게 하고, 나머지 반쪽은 깨어 있도록 유지하는

'반구 수면(unihemispheric slow-wave sleep)'이다.


이 능력 덕분에 오리는 수면 중에도 한쪽 눈은 뜨고, 주변을 경계할 수 있다.

실제로 관찰 결과, 무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리들은 주로 한쪽 눈을 뜨고 자며, 중앙에 있는 오리들은 비교적 두 눈을 감고 깊이 잠드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위치에 따른 경계 책임의 분담이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반구 수면은 오리뿐만 아니라 일부 해양 포유류(돌고래, 물개 등)에서도 발견되며,

생존과 경계가 동시에 요구되는 환경에서 진화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리는 이 능력을 통해 단순히 잠을 자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상황에 따라 수면의 깊이와 패턴을 조절한다.

포식자 위협이 높을 때에는 더 자주 한쪽 눈만 감고,

비교적 안전할 때에는 양쪽 눈을 모두 감는다.


정말 신기한 사실은, 이 반구 수면이 의식적으로 제어되는 반응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리는 의식적인 결정이 아닌, 뇌의 자율신경 조절에 따라

자기 위치, 주변 상황, 무리 속 역할에 따라 자동으로 수면 형태를 조절한다.


잠들면서도 깨어 있는 오리처럼,

가끔은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한 채 쉬는 날도 있다.

온전히 쉬지 못해도, 그렇게 버틴 날들이 결국 나를 지켜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위에 적은 것처럼 다른 해양 포유류들도 반구 수면을 한다. 수생 환경에서의 생존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주제를 오리로 넣은 것은 오리가 한쪽 눈만 감은 모습이 너무 귀여울 것 같아서였다. 그 모습을 AI로 그려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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