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는 뒤로 걸을 수 없다

by 서하

캥거루는 포유류 중에서도 독특한 이동 방식을 가진 동물이다.

대표적인 특징은 두 다리를 동시에 튕기듯 점프하는 이동 방식인

'홉(hop)' 방식의 운동이며, 이는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캥거루는 물리적으로 뒤로 걸을 수 없다.

이유는 해부학적인 구조에 있다.

캥거루는 긴 꼬리와 강한 뒷다리, 좁은 골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뒷다리는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어렵고, 꼬리는 균형과 지지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꼬리는 굵고 길며, 단순한 균형 도구를 넘어 제3의 다리 역할을 한다. 캥거루는 꼬리로 지면을 강하게 디디며 몸 전체를 앞으로 밀어내는 데에 사용된다. 실제로 '펜타페탈 보행'이라고 불리는 이 보행은 꼬리를 하나의 다리처럼 쓰는 독특한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동시에 뒤로 움직이는 유연성을 거의 제거한다.

특히, 꼬리와 다리의 각도, 골반의 제한된 가동범위 때문에

후진이나 뒷걸음질은 해부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이다.

자연상태에서 캥거루가 뒷걸음질 치는 행동은 관찰되지 않으며, 후진이 필요한 상황, 예를 들어 좁은 통로 등에서도 회전하여 방향을 바꾼다.


또한, 캥거루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때, 빠르게 앞으로 뛰는 운동성에 특화되어 있어서

뒤를 돌아보거나 후퇴하는 동작은 진화 과정에서도 큰 필요성을 갖지 못했다.

뒤로 물러 나는 필요성보다는 앞을 향해 도약하는 능력이 선택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캥거루는 오직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동물로 자리 잡았다.


캥거루처럼 사람도 어떤 순간에는

뒤돌아 가기보다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그냥 캥거루도 이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려 한다.



한때 호주에서 근육질의 캥거루가 복싱하는 장면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 보니, 심지어 뒤로 걷지 않고 앞만 보고 산다니, 그 우직한 이미지랑 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복싱 포즈의 캥거루의 모습을 AI로 그려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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