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는 가을이 되면 수백 개의 도토리를 모은다.
하지만 무작정 모아두는 것이 아니다.
도토리의 수분, 밀도, 무게, 단단함 등 외형 정보를 이용해 묻는 장소를 달리한다.
예를 들어, 수분이 많은 도토리는 빨리 썩기 때문에 단기 보관에 적합한 위치에 따로 묻고
단단하고 신선한 도토리는 겨울을 넘기기 위한 장기 저장용으로 따로 분류한다.
이 과정은 '검열(scrutinizing)' 행동이라 불리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 청설모가 도토리를 입과 앞발로 돌리거나, 이로 눌러보며 검사하는 장면이 종종 관찰된다.
이 분류는 단순한 본능적 행동을 넘어 복합적인 판단과 학습 능력이 개입된 전략적 행동이다.
청설모는 수백 개의 도토리를 '분산 저장(scatter hoarding)' 방식으로 여러 지점에 나눠 묻는다.
그런데도 계절이 지난 후에도 개별 도토리의 위치를 기억해 정확히 찾아가 회수할 수 있다.
이 능력은 '에피소드 기억(episodic-like memory)'이라고도 불리는데, 단순한 장소 기억을 넘어서 '무엇을, 어디에, 언제 저장했는가'를 통합적으로 기억하는 고차원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저장한 도토리를 회수할 때 후각뿐 아니라, 지형지물(큰 바위, 나무뿌리 등), 공간적 배열, 자신이 저장할 때 취한 행동 경로 기억 등을 이용해 찾는다.
물론, 모든 개체가 같은 수준의 전략적 분류를 하는 것은 아니며, 개체차가 존재한다.
일부는 무작위로 저장하거나, 효율적이지 못한 분류를 하는 개체도 있다.
또한, 저장한 도토리의 약 25~30%는 회수되지 않으며,
신기하게도 이는 우연히 도토리숲이 형성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
이처럼 청설모의 저장 행동은 환경 적응 능력, 식량 보존 전략, 장기 기억력까지
여러 요소가 복합된 고도 인지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한 번에 다 품을 순 없어도
제자리에 잘 묻어두면 언젠가 꺼내어 쓸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잘 분류해 두면 훗날 큰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청설모에게 배운 것 같다.
계곡이나 숲에 놀러 가면 청설모의 귀여운 모습이 종종 보인다. 곧 여름휴가 시즌인 만큼 또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에는 도토리를 검열해서 묻기도 하고 여기저기 저장해 놓는 청설모의 귀여운 모습을 AI로 그려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