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게 물어보자
퇴사를 고민하는 40대 초반의 회사원이 쓴 글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당장 죽을 것 같은 기분’과 ‘통장 잔고 300원’ 사이에서 “
40대 초반, 나도 똑같은 고민을 처절하게 했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병이 나고, 정신과 문을 두드리던 시절. 퇴사만이 나를 구원해 줄 거 같았지만, 운명의 주사위를 던지듯이 1년 휴직을 선택했다.
1년 후의 운명은 모르겠고, 일단 벗어나고만 싶었다.
1년 후,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모래를 씹는 기분으로 복직했고, 또다시 퇴직을 꿈꾸었다. 이번에는 좀 장기적 준비를 하기로.
회사에서 쓰는 에너지는 내 인생의 5% 미만으로 설정.
그 이후 내가 해온 것들.
1. 정체성을 회사에 걸지 않기.
회사에서의 나는 전체 ‘나’의 5%로만 존재한다.
리더들이 하는 말이든, 업무 평가든 그저 그 5% 안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2. 무한반복: 돈 모으기 투자 공부 반복.
지난 10년의 여름휴가는 거의 부동산 현장에서 보냈다. 남들이 휴가 여행 계획 세우고 호텔 검색할 때, 나는 투자용 부동산을 검색하고 현장에 다녔다.
3. 스트레스? 이제는 반사.
스트레스가 사라진 게 아니라, 거의 튕겨낸다.
어차피 곧 떠날 곳이라고 생각하니, 점점 더 견디는 힘이 생겼다.
4. 퇴직 후를 위한 준비.
돈을 위해 일하는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한 준비. 내 에너지의 전부를 거기에 쏟고 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vs. 새로운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
아무리 비교해도 내 결론은 전자가 낫다.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의 돈을 받고 일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고용해서 일을 시킨다면 나도 본전을 뽑겠다는 마음으로 악마로 변신할 수 있다.
지금은 마음이 꽤 편하다.
회사에서의 시간이 얼만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아쉽기까지 하다.
엄청난 부를 이룬 건 아니다.
대신, 적당히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현재를 수용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퇴사해도 괜찮을 만큼의 현금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퇴직연금, 배당주, 월세, 성장주, 가상화폐로 만들어낸 ‘머니트리’.
이 작은 숲이 나를 지탱하고 미래를 꿈꾸게 만든다.
요즘은 정년 이후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돌아보면,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인생에 바라는 게 가장 많았던 시기.
“이게 전부일 리 없어”
“이런 결과로 끝날 순 없어”
억울함과 자기 비하에 휩싸였던 시절이었다.
마치 뜨거운 양철지붕 위 고양이처럼, 고통에 몸부림치는 세월이었다.
퇴직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정말 모든 걸 해보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당장 죽을 것 같은 기분 vs. 통장 잔고 300원
전자는 ‘기분’이고, 후자는 ‘현실’이다.
그것을 구분하고 현실을 수용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