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여행자의 마음으로 노후를

세상 구경은 많이 할수록 좋다

by Mira

돈과 시간을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를 줄이는 일, 그건 생존의 기술이었다

40대 초반, 이직도 독립도 못한 채 회사에서 어영부영 나이 들어가는 현실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독하게 돈을 모았다.

그리고 투자에 매달렸다.


9년 동안 여름휴가는 없었고, 자동차도 골프도 포기했다. 자동차는 돈을 잡아먹는 물건이고, 골프는 돈을 잡아먹는 취미였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건 월급 같은 현금 흐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시절엔 1,000원짜리 커피도 망설여졌다.

사무실에 네스프레소가 있으니, 굳이 사 먹을 필요가 없다는 셀프 검열이 자동으로 작동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꽤 긴장하고 있었던 거다.


안 쓰는 것도, 버티는 것도 결국은 근육이다

그런데 자동차, 골프, 여행만 줄여도 월급쟁이가 목돈 모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것들은 대부분 **‘목돈이 나가는 소비’**였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완벽하게 통제된 건 아니다.

어느 해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에

막 쓰고 싶어질 때도 있었고,


“이렇게 산다고 내 미래가 정말 달라지긴 할까?”

하는 조바심도 들었다.


주식에서 망한 적도 있고,

신나게 오르던 가상자산이 한순간에 고꾸라진 적도 있다. 그래도 ‘지금의 수익’보다 ‘미래의 수익’을 보는 시선으로 조바심을 버텨냈다.


돈이 아니라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제는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 후반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지방으로 눈을 돌리자,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이 보였다.


요즘 나는 슬슬

‘여행자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지인들에게 “동해안부터 서해안까지 살아보는 은퇴 생활”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다양하다.

• 못할걸요. 서울 벗어나선 못 살아요. 매우 부정적

• 와, 너무 좋겠어요. 저 놀러 갈게요! 매우 긍정적

• 부럽다. 아무것도 신경 안 써도 되니까 가능한 거지. 매우 부러워함


그럴 때 나는 조용히 웃는다.


지방이라고 다 불편한 건 아니다

서울 아파트를 전세로 놓고

지방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롭다.


나는 완전히 귀촌하려는 게 아니다.

눈 뜨면 바다 산책이 가능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 커뮤니티, 수영장이 있는 곳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요즘 아파트는 단지 안에 있으면 여기가

서울인지 지방인지 구분도 잘 안 간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서울에 산다고 해서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자동차도, 골프도 이제는 필요 없지만

여행은 다시 하고 싶다.


왜냐하면,

더 나이 들어 돈과 시간이 생겨도

체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새로운 감각을 자극하는 여행을 통해 나이가 들어도 열정이 남아 있는 분야를 갖고 살고 싶다.

세상 구경은

많이 할수록 좋다.

keyword
이전 12화27.소비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