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simeno

by 마르치아



트라시메노의 바람이 내 볼을 스치던 그 날, 나는 사랑에 대해 묻고 싶었다. 이 사랑, 나중에 기록해도 괜찮을까? 그는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성을 사랑했다. 성만 보이면 마음이 먼저 달렸고, 그 다음엔 차가, 그리고 우리 둘이 숨가쁘게 따라 달렸다. 중세의 시간을 통과하듯,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에 사랑을 실어 마치 우리만의 세계가 되는 듯했다.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갓 삶은 파스타 위에 바질 향이 맴돌던 그 저녁. 나는 그 앞에서 두 손을 꼭 쥐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단단한 표정으로. 그리고 선언했다. "나… 나중에 성 살래요."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성에 마당도 있어야 해요. 그리고… 작은 도서관 하나, 당신을 위한 방 하나." 나는 결심의 증표처럼 와인잔을 눈높이까지 올렸다. 그리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건 건배였고, 동시에 선언이었다. 송로버섯 향이 퍼지던 밤이었다. 부드러운 파스타 위에 깊은 풍미가 녹아들고, 맑은 화이트 와인이 잔 속에서 은은히 흔들렸다.




나는 그 잔에 욕망이라도 붓듯이 두 주먹을 쥐고 말했다. "나 나중에 성 살래요." 그는 내 결심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 성에서 내가 어떤 모습일지 두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이야기했다. 파스타가 반이나 남을 정도로, 식사보다는 대화가 우리의 테이블을 채웠다. 그날 마신 와인도 어찌나 맛있던지. 박장대소를 하고 웃다가 사레가 걸릴 정도로 신나서 대화를 잇곤 했다. 우리는 그날, 대화로 성을 짓고 상상으로 미래를 올렸다. 그 다음날, 우리는 호수에 갔다. 전날의 웃음은 여전히 입가에 남아 있었고, 마음은 따뜻한 와인처럼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호수는 잔잔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날이었다. 호수에 다다르니 너무 넓어, 수평선 너머는 바다가 아닐까 생각도 했다. 은빛 물결이 넘실대고, 햇볕이 커튼처럼 부드럽게 내려왔다. 세상은 조용했고, 오직 그 풍경만이 살아 있었다. 그 햇살은 우리의 어깨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고, 그 순간 마치 시간조차 숨을 죽인 듯했다. 그는 내 어깨를 감싸쥐었다. 그 손이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부드럽고 둥그렇고, 강한 손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본능이 일어났다. 어린아이처럼, 모든 무장을 내려놓고 그 품 안에 조용히 녹아들고 싶었다. 나는 어깨를 기대고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사랑으로 충만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그날의 호숫가와 햇살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머물러 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계절을 걷고 있지만, 그날 우리가 쌓았던 성의 그림자만큼은 여전히 내 안에서 흐려지지 않는다.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아주 조용히 모양을 바꾸어 마음 한 켠에 눕혀져 있을 뿐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호수를 그린다. 물감을 바를 때마다, 햇살을 칠할 때마다, 그가 감싸주던 손의 온기가 번져나오는 듯하다. 기억은 바래지지 않고, 되려 점점 더 선명해진다. 마음이 쓸쓸한 날이면, 나는 눈을 감고 트라시메노의 바람을 떠올린다. 그날의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고, 지금의 나도 여전히 그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멀어져도, 한 번 뜨겁게 사랑했던 풍경은 내 안에 다시 떠오른다.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마치 잊힌 줄 알았던 계절이 문득 찾아오듯, 그날의 바람과 햇살은 어느 틈엔가 마음을 적신다. 그리고 나는 그 따뜻했던 순간을, 오늘도 고요히 품고 살아간다.




내가 언젠가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이전보다 더 천천히, 더 귀 기울이며 다가가고 싶다. 화려한 말보다는 진심이 담긴 침묵으로, 확신보다는 다정한 질문으로 사랑을 이어가고 싶다. 사랑은 결국,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며, 그 사람의 온기를 기억하고, 그 마음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렇게, 이제 나에게 더 성숙하고 단단한 모양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490300807_28953939597587881_5286367541483887708_n.jpg?stp=dst-jpg_p180x540_tt6&_nc_cat=101&ccb=1-7&_nc_sid=127cfc&_nc_ohc=jTQwK-pFU-gQ7kNvwE0_jL0&_nc_oc=AdnaAgSSg_b90WDJGVxeuqri3PLUbeMFI96cdao04sAr3zdAcYX10UmiZ-VkHKbG7Bg&_nc_zt=23&_nc_ht=scontent-icn2-1.xx&_nc_gid=FYjVw_LMaCc9hPjc-yVDDw&oh=00_AfOktMOr1aEt5Hs1R8m9e3bYmOslCaC8AzqHXaT4GXP7Yg&oe=685FCD7B








keyword
이전 03화Gin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