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최애 반찬
외할머니의 자반찜
나는 외할머니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할머니를 떠올리는 순간마다
고등어 자반찜 냄새가 난다
무와 양파를 냄비 바닥에 가지런히 깔고
하얀 자반 고등어를 조심스레 눕힌다
들기름을 빙 한 바퀴 돌리고
마늘을 쪽쪽 올리고
고추가루를 조심조심 뿌린다
딱, 세 번만 그리고 가장자리로
쌀 뜨물을 가만히 빙 둘러 붓는다
엄마는 말없이 나를 옆에 앉힌다
“할머니가 이 반찬 참 좋아하셨어”
그 말은 마치 오래된 유언처럼 조용하고
내 마음엔 따뜻한 물결처럼 퍼진다
나는 그분의 손을 잡아본 적도 없고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찜을 끓일 땐
부엌이 한 사람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할머니는 고등어처럼 말씀이 적은 분이셨대
하지만 밥상 위에 놓인 반찬은 늘 정갈했고
그 안에는 말로 다하지 못한 정이
한 점, 한 점
젓가락 사이로 전해졌다고 했다
엄마는 가끔 찜이 자작자작 끓는 소리를 들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그리운 사람을 불러내는 방식이다
뜨거운 눈물보다
그냥 찌개의 온기로 기억을 안아주는 시간
나는 외할머니를 모르지만
자반찜이 어떤 마음인지 안다
적게 말하고, 조용히 챙기고,
그저 밥상 끝에 무 하나라도 더 얹어주는 마음
그렇게 사랑은 전해졌고
나는 그 마음을 다시 불 위에 올린다
들기름 냄새가 고요하게 퍼지는 부엌
김 서린 창문 너머
외할머니가 잠시 다녀가신 것처럼 느껴진다
“잘 먹겠습니다, 할머니”
나는 오늘도
본 적 없는 손에게
고마움을 담아 국물을 떠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