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집안의 공기는 조심스러웠다. 우울증 진단 소식을 들은 엄마는 평소처럼 행동하려 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 무표정에도 부모님은 더 밝게 웃어주었고 시답잖은 짜증에도 되려 걱정했으니까. 그럼에도 우울함은 심해져만 갔고 괜찮은 척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이런 스스로가 미웠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어젯밤,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며 동이 트는 걸 보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창밖으로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이 떠졌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손바닥 위로 내려앉았고 방문 너머로 달그락거리는 엄마의 설거지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내 가슴은 꽉 막혀 온다. 답답한 느낌에 가슴을 두드리자, 호흡마저 가빠오며 이유 모를 눈물이 흐른다. 베개가 축축해질 때쯤 몸을 일으켜 보려는데 힘이 없어 이불마저도 들추기에 버거웠다. 결국 돌아누워 몸을 웅크리는데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져서 또 운다. 그렇게 지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눈을 깜빡이는 것뿐. 세상은 참으로 평화롭기만 한데 나는 왜 이런 거지?
“밥 먹어-!” 아득한 엄마의 목소리에 순간 이불속으로 얼굴을 감추곤 울음을 삼켰다. 엄마에게 들키기 싫었고 엄마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건 더더욱 원치 않았다. 지금 들어오면 절대 안 되는데.
이런 날이면 마치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끈적이고 단단한 찰흙 같은 게 감싸와 나를 숨 막히게 한다. 손과 발은 꼼짝 못 하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벗어날 수 없어서 캄캄하다. 살아 있는 시체처럼. 분명한 건, 신이 내게 움직일 수 없는 저주를 내렸다는 것이다.
“승아야, 승아야?” 나를 흔드는 엄마의 손길에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걱정스러운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 내가 너무 이상해.’ 이제야 아이처럼 서러움이 밀려온다. 이 낯설고 답답한 감정을 털어놓고 싶은데 도통 설명할 길이 없다.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감정일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