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보컬 1 프롤로그
분명 열심히 공부도 했고, 하고 싶던 뮤지컬도 딱 원하는 만큼 해봤고, 불안정하던 취업 준비 시기도 끝장을 내 직장인이 되었다.
그런데 점점 생기 없어지는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취업 후에 생기 회복을 위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뭘 해보는 게 좋을까 고민했고, 실행했다.
수영, 배드민턴, 헬스, 평소보다 더 많이 독서하기, 소설 쓰기, 무언가를 공부하기(토익 등) 모두 내 활발함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거의 늘 무기력하고 중도포기를 하는 내 모습,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가는 게 싫었다.
그러다 2024년 7월, 특별한 두 가지 콘텐츠 덕분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우선 첫 번째, 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한창 내 취업 준비시기에 방영했다고 하는 슈퍼밴드 시즌2. '외로운 음악천재들'을 모아다가 밴드를 결성해서 음악으로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아놓으면 긍정적인 에너지파가 발생하는 것 같다.
연주에 몰두하고, 더 좋은 표현법을 궁리하는 진지한 모습. 라이벌이라도 상대 팀의 음악에 심취하며 머리와 몸을 흔들다가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 치는 모습.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설레고 기뻤고 즐거웠다.
그리고 두 번째 요소는 바로 한강 나이트워크.
한강 산책로를 밤새 걷는, 매년 여름에 열리는 행사다. 15/22/42km 중에서 코스 선택을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사설 체육행사였는데, 나의 정신력, 체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22km에 참여했다.
*후기 탐색할 때 알게된 정보인데, 처음 참여한다면 15km참가를 권장하는 편이다.
결과는? 5시간 20여분 만에 완보!
일주일 간 발을 질질 끌고 다니긴 했지만 이마저도 일주일 만에 회복했다.
나는 생각보다 튼튼하며, 앞서 여러 분야에 대해 중도포기했던 것은 흥미나 필요가 느껴지지 않는 분야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강 나이트워크 22km를 걷는 동안 슈퍼밴드 2를 1화부터 다시 정주행 했다.
2화 하고도 10여분을 더 들을 수 있었다. 초반부만 들어서 걷는 내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프로듀서 오디션 곡만 들은 셈이다.
*프로듀서 오디션 = 본방송에 참여할 인원을 선발하는 관문.
출발선을 막 넘어선 뒤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63 빌딩에 비치는 햇빛을 보며 들었던 Don't look back in anger(김한겸 아티스트 오디션 곡),
노을이 더 짙어지면서 강물에도 주황빛이 예쁘게 반짝일 때 들었던 대니구 아티스트의 두 번째 연주곡 Be my love, 물결소리 사람들 말소리 그리고 풀벌레소리와 함께 들으니 더 감동적이던 Falling slowly(김준서 아티스트),
도시 야경을 보며 들어서 정말 잘 어울렸던 River(김예지 아티스트),
다리가 무겁고 피곤해도 내가 좋아하는 시원한 밴드 사운드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던 Follow me(크랙샷).
그 순간 자신의 감성대로 표현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참가자들의 열정과 팀으로 만났을 때의 케미가 인상깊었다.
사실, 한강나이트워크에 참여하기 일주일 전 쯤에 프로그램을 끝까지 시청했고, 걸으면서는 두 번째로 청취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결과와 결성되었던 밴드들의 현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첫 번째 시청 때는 놓쳤던 참가자들의 반응과 각 참가자들의 상황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학생이었고, 밴드에 소속되어 있었고, 요리사나 사무직 등 직장인이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음악을 꾸준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한강 걷기 중, 잠수교를 건너면서부터 귀로는 음악을 듣고 야경을 눈에 담으면서도 깊이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본업이 아니더라도 음악은 할 수 있는데, 난 왜 이 생각은 못했을까? 뭔가 겁냈던 것인지, 왜 망설였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대단한 뮤지션으로 변해갈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좋아하는 거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한 주에 한 곡, 지금 할 수 있는 감성 표현과 발성과 연주력으로 최선을 다해서 표현해 보자!
꾸준히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실력도 늘고, 활기도 충전되고, 또 함께하면 즐겁고 힘이 되는 예술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겠지.
2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