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의 온기
서울은 멀다.
하지만 사랑은 늘 가까이에 있다.
그건 딸들이 멀리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늘 마음속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시골의 저녁을 살아간다.
바람이 스쳐도,
전화기 불빛이 깜빡여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딸들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리움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 익숙한 그리움 덕분에
나는 내일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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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멀리 있는 딸보다 곁의 아들이 효자지.”
하지만 나는 안다.
효도는 거리에 있지 않다는 걸.
가까운 아들의 무심한 백 가지 행동보다
멀리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더 큰 위로가 되는 밤이 있다.
그건 쓸쓸함이 아니라,
감사의 시간이다.
전화할 수 있는 딸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충분히 위로받는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다.
손에 쥔 전화기가 점점 더 작게 느껴진다.
화면을 넘길 때마다
손끝이 떨리고, 눈이 흐려진다.
그래도 오늘 하루가 끝나기 전에
나는 딸들에게 전화를 건다.
“너희는 밥 먹었냐.”
“엄마는 괜찮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뒤,
그 목소리의 잔향을 들으며
혼자 웃는다.
그 웃음은 외로움의 반대말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
그게 어머니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다.
삶은 늘 그렇게 이어진다.
멀리 있는 사랑을 그리워하며,
그리움 속에서도 감사하며.
오늘도 나는
딸들에게서 걸려올 그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 짧은 울림 속에
내 하루의 온기가 깃든다.
서울의 불빛 아래서,
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 울산에서,
나는 여전히 그 아이들을 위해
된장국을 끓이며 하루를 보낸다.
세상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전화 한 통으로 이어지는
가장 조용한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