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에 와서 성장한 게 뭘까?”
[초퇴사자]14화
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그녀는 서울의 잘나가는 대기업에 합격했다.
입사 첫날, 명함을 받고 팀 단톡방에 초대되었을 때까진… 모든 게 찬란해 보였다.
하지만
“이건 지난 기안 참고해서 복붙해서 다시 올려줘요.”
“이건 그냥 예전 양식 쓴 거니까 고쳐 쓰지 마요.”
“그냥 예전처럼, 그 느낌으로 대충 해요.”
단어 하나하나가,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그녀의 하루는 복사와 붙여넣기,
PDF를 JPG로 바꾸고,
엑셀 파일 색만 바꾸는 데 3시간을 썼다.
회의에서 의견을 내면 “패기 넘치네 ㅎㅎ”
교육을 요청하면 “그건 인사팀이랑 상의해봐~”
도전? 성장? 그건 팀장님 연말 평가 코멘트에서만 존재했다.
그리고 어느 날,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로그를 확인하던 그녀는
자신의 기록이 전부 ‘파일 다운로드’, ‘메일 첨부’, ‘도장 스캔’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회사에 와서 성장한 게 뭘까?”
퇴사를 결심한 날, 그녀는 팀장에게 말했다.
“이제는 제 Ctrl+C, Ctrl+V도... 그만두고 싶습니다.”
그 후, 그녀는 '문서 자동화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파일 붙여넣기가 아닌, 진짜 의미 있는 코드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후 그녀는, 그 회사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전 회사 프린터 옆엔 그녀가 남긴 쪽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성장은, 늘 새로운 문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