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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주치의에게 너의 부고를 알리다

by 송지영

세상이 끝난 것 같은 비통한 순간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워낙 어린아이가 떠나다 보니 장례식장 측도 조심스레 진행사항을 물어보았지만, 장례식장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슬픔과 대비되어 어쩐지 어처구니가 없게 느껴졌다. 퉁퉁 부은 눈으로도 국, 안주, 꽃, 상복 등 딸을 보내기 위해 결정해야 했다.

“돼지고기는 대(大) 자로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서는 삶의 비루함이 느껴져 실소가 나왔다.


남편은 오죽했을까. 사고사라 장례식 중에도 경찰서와 장례식장을 오가며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울지도 못하고 내내 긴장을 하며 보내던 그는,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야 밀려오는 감정에 힘겨워했다. 남편이 무너질까 두려웠다.


“정신과 가서 약을 좀 타자.”


브런치북 <널 보낼 용기>를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널 보낼 용기》 출간 후, 완성된 이야기의 흐름을 존중하고자 일부공개로 변경합니다.
이어지는 서사는 책 《널 보낼 용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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