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안전센터에서 귀하께서 신고하신 장소로 출동하였습니다.
오전 12시 2분, 119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내가 신고한 적이 없었기에 직감적으로 딸을 찾아 출동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의 생사는 알 수 없었지만 찾았다는 사실에는 안도했다. 곧이어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딸 좀 살려주세요."
남편의 울부짖음과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모든 것을 보고 있는 듯 상황이 떠오른다. 밟고 있던 브레이크에 힘이 풀려 차가 움직인다.
"여보?"
"OK 마트로 와. 찾았어..."
찾았어? 살아있냐고 감히 물을 수가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핸들을 움켜쥐고 119 문자가 가리키는 곳, 남편이 말한 OK 마트로 차를 몰았다. 소방차와 경찰차의 불빛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구나.
바로 집 맞은편 상가였다.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동네 상가란 상가 옥상은 다 뒤졌는데 건물이 낮아 설마 하며 건너뛴 집 앞 상가였다. 내게 신은 없다. 조금의 가호도 없었다. 소방차와 경찰차, 수많은 인원에 어울리지 않게 현장은 고요했다. 분주하지 않은, 아주 조용한 현장을 보며 딸의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소방관들은 철수하고 있었다. 남편이 현장으로 보이는 화단 밖 바리케이드 앞에서 아이가 누워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여보”
내가 남편에게 다가서자 경찰이 현장 수습 중이라 접근금지라며 밀쳐낸다. 50m쯤 떨어져 있는 화단에 내 아이가 누워있다. 내가 울부짖으며 뛰어들기라도 할까 봐 경찰들은 느슨했던 경계를 세우며 우리 부부를 응시한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편이 아이처럼 눈물을 흘린다. 아무 말 없이 그를 붙들고 꺼이꺼이 같이 흐느낀다.
“여보 이게 말이 돼? 이거 꿈이지”라고 묻고 싶지만 어떤 것도 물을 수 없다. 그저 부둥켜안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짐승처럼 우는 거 말고는... 배가 터질 듯이 아파온다. 마치 산통처럼 느껴지는 복통에 숨쉬기가 어렵다. 너를 잃은 날 너를 낳았던 고통을 다시 느낀다.
이제 겨우 열일곱, 어리디 어린 여고생 딸이 정녕 자신의 몸을 건물 밖으로 내던졌단 말인가. 무수히 마지막을 꿈꾸고, 옥상을 물색하던 딸이 단 한 번 만에 성공해서 우리를 떠났다는 말인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살려달라는 남편의 외침은 어디 가고 시신을 확인할 검시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아무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 아무도 꿈이라고, 곧 깨어날 거라고 하지 않았다. 딸의 죽음은 사실이다. 살리려고 지키려고 애썼던 딸을 결국 그렇게 놓쳤다. 제발, 꿈이라고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