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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인 이유

겨울나무

by 닥터플로

부실한 홑가지로 겨울을 날 걱정에

노란 잎사귀를 떨궈냈지요


포근한 가을 햇살에 따뜻이 말려

누울 자리에 빼곡히 덮었습니다


눈치 없는 늦가을의 세찬 바람이

저만치 흩어 버리기 전에는


부스럭거리는 이불을 덮고

따스한 봄날을 꿈꾸었을 텐데


지금 고개를 숙인 이유는 없어요

있다면, 단지 차가운 바람 때문입니다


나이와 날씨 탓을 할 건 아닌데 차가운 바람을 핑계 삼아 3일째 아침운동을 쉬고 있습니다. 삼한사온*이니 내일부터는 다시 플로깅과 달리기를 이어가야겠습니다.


시를 쓴 이유는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의 모습이 마치 우리가 어려움을 맞이하며 때로는 고개를 숙이는 순간들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겨울 폭설을 피해 노란 잎사귀를 떨구고, 세찬 바람에 맞서지 않고 흔들리는 나무처럼 우리도 삶에서 불가피한 변화와 시련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는 점과, 시련 속에서도 따스한 봄날을 꿈꾸는 작은 희망의 가치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삼한사온()은 겨울철 시베리아 기단의 주기적인 강약으로 비교적 추운 날이 3일, 따뜻한 날이 4일 나타나는 현상으로 유명한 사자성어지만 기상학적으로 큰 근거는 없다. 대개 기압골에 동반한 한기가 들어오는 건 이틀에서 사흘 정도인데, 이후에 하루도 안 돼서 다시 추워질 수도 있고 일주일 이상 온난한 날이 지속될 수도 있다.(출처, 나무위키)


*표지사진: ChatGPT에 시를 업로드하고 일러스트를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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