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데드리뎀션
코로나 펜데믹이 한국을 휩쓸고가고 난뒤 슬금슬금 코로나도 끝물에 이르고 거리두기도 풀려갔다.
운이좋았던 나는 코로나는 걸리지않았다.
하지만 방심하고 말았던것일까. 거리두기는 오래전에 끝나고 마스크도 벗기시작할때쯤 나는 뒷북을 치고말았다.
코로나에 걸려버린것.
감기 취급을 받을때에 코로나에 걸렸다곤하지만 일하는곳이 병원이라서 특성상 최소일주일동안 나에게 격리 기간을 주었다. 한마디로 괜히나와서 다시 온 병동 에 전염병을 퍼뜨려 조질생각하지말고 조용히 집에있으라는뜻.
훌쩍거리면서 병원을 빠져왔고 그길로 내과를 찾아갔다.
병원으로가 주사를 맞고 약처방받은후 집으로 돌아왔고 코만 조금 훌쩍였을뿐 그리 아프진않았다.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다가 잠깐 잠이들었다. 몇시간후 약간 으슬으슬해서 자동으로 눈이떠졌고 해는 이미 퇴근하고 어두운밤이 내려앉아있었다. 저녁을 먹기위해 대충 라면하나 끓여서 먹었다.
어?
아무 맛이나지않았다. 김치를 찍어먹어보았다. 김치역시 식감만 있을뿐 아무맛이나지않았다. 그래도 약은 먹어야하기에 음.. 맛이나지않느구나 하고 대충먹고 약을 털어넣었다. 그리곤 컴퓨터라도 할마음으로 책상에앉았지만 이내 추워지기도하고 머리도 약간 아파서 그냥 컴퓨터를 끄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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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간부로 이틀동안 나는 속죄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잔머리 안굴리고 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 부처님 하나님 알라신 예수님 성모마리아님 사탄님 여하튼 신이란신은 다찾으면서 기도했다.
정말 역대급으로 아팠다. 온몸에 힘은없고 머리는 누군가가 내 앞이마를 고무망치로 통통통 치는듯한느낌이고 이불은 덮어도 덮어도 추웠다. 밥맛은 당연히없었다. 밥 '맛' 이없었다. 내 혀는 기능을 잃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살려주세요 를 연신 속으로 외쳤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고 삼일째되던 아침에 너무 더워서 겹겹히 쌓여있던 이불을 발로 찼고 옷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머리는 아프지않았다.
오? 나이스?
배가고팠다. 대충 시리얼 하나 타먹었지만 딱히 맛은 느껴지지않았다. 하지만 머리안아프고 안추운게 어디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몸이 괜찮아졌다.
나는 소인배였고 얍삽했다. 4일이 남았네? 어떻게 이 휴가를 즐기지? 후후후후
잡설이 길었다.
한결 가벼워진몸으로 방으로 호다닥 달려가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버튼을 누른후 의자에 착석했다.
게임을 좋아했지만 많은 게임을 해보진않았다. 대부분의 게임은 누군가가 하는걸 보는걸로 만족했다.
하지만 나에겐 4일이라는 시간이있었고 이 4일동안 어떻게 알차게 쉬어볼까 생각중 게임을 하나 잡고 엔딩 까지 달려보는걸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중 하나는 '오픈월드'
게임제작자가 커다란 세계를 하나 만들어두고 그세계안에서 유저를 자유롭게 풀어두는 방식의 게임장르중 하나이다. 유저는게임을 진행함에 있어서 선택도 자유롭고 어떤 장소든 들어갈수있으며 굵직한 스토리는 있지만 그 스토리를 진행해도되고 굳이 진행하지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굉장히 자유로운게임.
설명만보면 그럴싸하지만 사실 제대로된 오픈월드게임은 많이없다. 허나 많이없을뿐이지 존재는 한다.
이왕이면 많은사람들이 극찬한 작품을 골라서 해보기로했다. 그렇게 4일동안 나와함께 해볼게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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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dead redemption 2
레드데드리뎀션2
첫번째 시리즈를 안해본 나로선 두번째시리즈를 바로해봐도 괜찮은걸까 라는 의문을 가지긴했지만 첫번째시리즈를 하지않아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에는 아무지장이없었다.
이 게임을 시작하기전의 저 게임 로고도 뭔가 마음에 들지않았다. 빨간색이 너무 강렬했고 서부장르 자체를 그리 좋아하진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회사는 락스타게임즈로 GTA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였고 오픈월드로도 굉장히 유명한곳이였다. 유명한곳이니 적어도 중간이상은 가겠지.. 라는 마음으로 레드데드리뎀션2게임을 샀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4일이 지나가있었다.
4일동안 주구장장했는데 엔딩을 보지못했다. 물론 스토리만 따라간다면 충분히 엔딩을 볼수있었지만 그냥 스토리만 따라가기엔 게임의 볼륨은컸고 궁금한곳이 많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레드데드리뎀션2는 1899년의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끝자락이 배경이였다.
서부개척시대엔 무법자들이 많았고 갱단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갱단들중 유명한 갱단 '반 더 린드' 의 일원이였던 '아서 모건' 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었다. 서부가 개척되고 점점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정부는 치안에 힘을 쓰기 시작하고 무법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주인공인 갱단원 '아서 모건' 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문명의 중심에서 자신의 삶에대한 가치관을 생각하게된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때 그래픽에 놀랐다. 어떤 지형을 지나던 사운드는 달랐다. 눈밭에 가면 눈의 보각거리는 소리 풀숲을 지나가면 풀들소리 말의 울음소리 바람소리 물이 고여있는 장소에가면 참방참방소리 심지어 진흙있는 장소에 가면 질퍽거리는 소리역시 디테일하게 구현되어있었다.
이렇게 사실적인것에 집착하다보니 처음엔 다소 답답함을 느꼈었다. 아이템 파밍을 하나 해도 직접 아이템을 손으로 쥐고 가방에 넣는 모션이 구현되어있었다. 그래도 이왕산거 엔딩은 봐야하니 계속해서 진행해보았고 정확히 챕터2 를 넘어가면서 부터 나는 이미 서부시대의 '아서모건'이 되어 서부를 구석구석 누리고있었다.
그리고 게임배경으로 상황에따라 제때제때 깔리는 음악이 이게또 굉장히 진국이였다.
내가 이토록 레드데드리뎀션2 게임의 서부세계에 몰입하게 될수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NPC의 상호작용이 크게 작용했다.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주로 컴퓨터가 조종하며, 게임 내에서 스토리 진행, 퀘스트 제공, 전투 등에 참여하기도한다.
레드데드리뎀션2 . 즉 레데리2의 세계관에서는 다양한 NPC들이 살아가고있다. 이 NPC들은 다른 여타 게임들처럼 멀뚱멀뚱 바보처럼 서있는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만의 삶을 살며 이세계를 살아가고있었다.
어떤 NPC는 나에게 와서 돈을 갈취할때도있고 다른 NPC는 갑자기 나와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때도있다. 또다른NPC는 선의로 다가와서 뒷통수를 치기도한다. 말그대로 서부무법시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모든 행동에서 나는 선택할수있고 행동할수있다. 나의 행동은 잊을만할때 다양한 방법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나는 이 세계를 살아가고있는 NPC들을 죽일수도있고 살릴수도있다. 만약 아무이유없이 NPC들을 죽이게된다면 나에게 지명수배가 붙고 현상금사냥꾼을 포함해서 보안관들은 나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마치 게임회사에서 살인을 하고싶으면 해봐, 강도짓을 하려거든 해봐. 하지만 그에 다른 대가는 책임을 져야할것이다. 라는것을 보여주려하는것처럼 집요하다.
또한 레데리2세계안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가고있는데 이 동물들 역시 먹이활동도 하고 동물들끼리 영역다툼도 하고 플레이어를 공격을 하기도한다.
이렇듯, 동물들 그리고 레데리2세계관속 수많은 NPC들과의 상호작용은 나를 완전히 서부시대로 몰입하게 해주었다.
레데리2 안에는 실존인물들을 모티브로 한 NPC들도 상당수 많이 등장하니 그걸 찾아보는것또한 큰 재미가 되겠다.
레드데드리뎀션2 에는 다양한 마을들이있다.
이 이외에도 몇개의 굵직한 마을들이 레드데드리뎀션 구석구석 분포되어있다.
마을안에는 다양한 상황과 작고 굵직한 스토리들이 있으며 다양한 NPC들을 만나게된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지 800시간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내가 모르는 깜짝 스토리와 새로운만남이 존재했다.
성취 진행 상황을 다 채우지도 못했다. 2시간 모자란 800시간은 작은시간이아닌데도 불구하고 다 찾지못했다. 이걸 적는김에 오늘 한번더 켜서 해봐야겠다.
레드데드리뎀션2는 그냥 이 월드를 돌아다니기만해도 재미가있다. 나는 서부시대를 살아보진못했다. 서부시대극 을 그리 선호하지도않았지만 이게임을 기점으로 당시의 서부상황과 배경지식을 알게되면서 이 서부란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있었고 그들의 삶을 엿볼수있었다.
격동의 1890년대 서부의 끝자락. 갱단의 무법자 '아서 모건' 은 격변하는 시대변화의 흐름을 쫒아가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게되고 자아성찰을 하며 스스로 발전해나간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은 절대 강제성을 띄지않는다. 엔딩마지막까지 무법자 그자체의 악당으로 남을수도있고 아닐수도있겠지. 이게임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오롯히 아서모건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당신의 몫이다.
아서 모건과 함께 그 서부시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같이 장식해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만약 레드데드리뎀션2 를 하지않은 게이머가있으시다면 나는 정말 축복이라고 말하고싶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모른체로 다시 그 서부의 기분을 느낄수있으니까말이다.
많은 게임중 누군가에게 추천하거나 최고로 꼽고 싶은 게임이있다면 1초의 망설임없이 레드데드리뎀션2 라고 말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