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인생
나는 어릴 때 친화력이 좋아서 모르는 아저씨한테도 잘 안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릴 때 꽤나 뚱뚱했었다.
오죽하면 비만 때문에 키가 예상되는 수치보다 더 작을 수도 있을 거라 했다.
100일 때부터 커피의 단맛에 중독된 아기는 단맛과 식욕에 눈을 떴고 세상 모든 게 맛있었다.
뭐든 잘 먹어서 편식이란 걸 몰랐었고 늘 먹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래서인지 살은 살대로 쪄서
한날은 목욕 후에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먹는 게 일상이었는데
내 입에 뭔가 자꾸 들어가서 살찌면
키가 못 클까 봐 걱정하는 엄마한테
혼나면서 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아빠를 보러 배에 탈 일이 있었다.
내가 아직 어려서 작고, 옆에는 엄마밖에 없으니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가 곤란해 보이는 엄마와 나를 도와주려고
승선할 때 나를 들어서 배로 옮겨주었다.
당시 아저씨는 내가 작으니 무게가 많이 안 나갈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보다 많이 무거웠던 탓인지
“아이고, 아기인데 무슨 돌덩어리가 들었나! 너무 무겁네”
라고 하셨다.
나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옛날에 이런 일도 있었노라고 엄마와 아빠가 회상하면서 말해 주곤 했었다.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남겨진 나, 엄마와 오빠가 장례라는 큰 일을 치러본 경험이 없어서
친가 쪽 가족들이 전부 와서 도와주었다.
그때 작은 이모부가 했던 말이 있었다.
“아빠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느냐,
가족 다 같이 등산할 때
너 어릴 적에 그렇게 뚱뚱했는데도
네가 힘들다고 하니 너를 업으면서까지 등산을 했었다.
땀을 그렇게 한 바가지나 흘리면서...
힘들면 내려놓을 법한데 끝까지 내려놓지 않더라.
너 어릴 적에 무거웠던 거 생각해 봐라.
나였으면 내 자식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했어도 난 못해준다.”
어릴 땐 상상도 못 했다.
내가 힘들면 업어주는 게 당연했고,
아빠는 힘듦을 느끼지 않는 슈퍼맨 같은 존재로 생각했고,
내가 요구하는 일련의 행위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이 되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니
당연한 건 없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편하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한 것은 없었다.
내가 당연하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은
아빠가 당연하게 생각하게끔 만들어주었던 아빠의 노력이었다.
지금 내 나이 30살, 나는 아직 자식도 없지만
과연 내가 자식을 낳았을 때
아기를 업으면서까지 그 힘든 등산을 할 수 있을까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아이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끔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저 아빠가 고맙고, 대단하고
그저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아빠의 노력에 기대었던 아기는 커서 본인의 몫을 해내고 있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아빠 덕분에 모든 것에 당연한 것은 없으며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로 편의를 느낀다면 다른 사람의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사회생활하는 한 사람으로서 클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아빠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을 안다.
오늘도 아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