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톱 끝에 백반을 넣고 치대어
봉숭아 꽃잎을 물들였더니
계절이 가고 되돌아와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먼발치의 너를 맴돌기만 하는 건
손톱 밑에 붉게 스민 꽃말 때문이었다
말 한번 붙여보지도 못하고
너를 보러가 네가 볼까 숨고 만다
그리곤 다시 산꿩처럼 네가 사는 한숨 속으로
너를 지나쳐 너에게로 간다
혼자하는 사랑은 버림받지 않는다
이 생각을 하면 그렇게 쓸쓸하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외딴 여인숙 빈방 하나도 빌리지 못하는
지독한 낭만주의자였던가
너의 손목 한번 덥석 잡아채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