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생쌀처럼 씹히던 날
낮술 한잔 걸치고 나오다 문득
그 여자 생각을 해냈다
우리 어디 가서 옛날영화 한 편 보자
나오다 국밥집도 들르고
쓴 커피도 한 잔 하자
골목길 허름한 담에 반송될 편지를 쓴다
알몸에 대고 꿈이 뭐냐고 묻던
어머니 젖가슴처럼 뽀얗던 여자가
수수밭처럼 붉게 쏟아져 내렸다
세상이 독약을 마실 때마다
외로웠다 산 채로 나는 외로워서
간신히 간신히 그 여자 생각을 해냈다
생이 자꾸 덜커덩 흔들릴 때마다
잊혀진 완행을 타고 만나러 가는
그리운 슬픔의 화석
내 사랑의 중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