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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모 Oct 25. 2024

그해 여름, 첫사랑의 기록

 


이건 흔한 첫사랑의 기록이다

아니 어쩌면 쓸쓸했던 혁명에 대한 기억이다


를 처음 만난 건

사과탄이 팝콘처럼 터지던 그해 여름이었다

진압봉을 피해 숨어든 신촌 골목

문 닫힌 카페 뒤로 너는 먼저 와 울고 있었다

사과꽃 당신과 약속한 것도 아닌데

새하얀 최루분말 화관처럼 뒤집어쓰고

우린 그렇게 울면서 만났다


손깍지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불안한 결기와 한탄들이 술병처럼 쌓이던 밤

새우쪽잠 사이로 영문도 모르고 서글펐다

독재타도, 호헌철폐, 그리고......사랑...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몸짓들 

사랑은 이때도 잡범처럼 맨 뒤에 숨어서

아무 사람도 아무 계절도 증인을 서주지 않았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거라던 네가

왜 한사코 마지막 밤을 나와 함께 보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대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오래된 신화는 애꿎은 사랑만 하나 죽어나갔노라 전했다  

매워서 울던 시절 장마 같던 사랑

언제나 너는 나보다 먼저였다

내게 왔던 그 여름도 떠나가던 슬픔


생일집 잔치는 마침내 끝이 났지만

잔칫집 불빛은 오래도록 꺼지지 않았다





*김민기 '친구' 노랫말 인용. 전두환 정권의 12.12 군사반란 작전암호명은 생일집 잔치였다















https://youtu.be/Z95t57HyYTE?si=rWNvws5yS43XS2Fk

Yesterday, When I was young / Roy C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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