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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_55_에리카를 구해라!

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by woodolee Feb 20. 2025

그때! 장정 세 명이 나타났다.


마에다를 뒤쫓던 병사들이었다. 마에다가 쥐 죽은 듯이 숨자, 자리를 옮겨서 잠복했다. 마에다가 수풀 밖으로 나오자 그를 조용히 미행했다.


“아가씨의 부탁이라고? 매우 수상한 놈들이다. 모두 잡아라!”


셋 중 선임인 상병이 명령을 내렸다. 이에 병사 둘이 마에다와 명호에게 들이닥쳤다.


“이놈들이!”


명호가 크게 소리쳤다.


병사 하나가 마에다의 어깨를 꽉 잡았다. 오랜 감옥 생활로 병약해진 마에다는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덩치 큰 병사가 명호에게 달려들었다. 딱 보기에도 힘 깨난 쓸 거 같았다.


“이런!”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은 명호가 급히 방으로 피신했다. 덩치 큰 병사가 명호를 따라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큰 소리가 들렸다.


쾅! 하며 문짝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 들어간 병사가 문짝을 부수며 나동그라졌다.


순간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들!”


신우가 번개처럼 방에서 뛰어나왔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봤다.


한 괴한이 병약한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 머리가 짧은 게 한눈에 보기에도 군인 같았다.


신우가 괴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괴한의 멱살을 잡고 하늘 높이 쳐들었다.


뒤이어 명호가 몽둥이를 들고 나왔다.


“이, 이게 대체?”


뒤에 있던 상병이 깜짝 놀랐다. 부하 둘이 모두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너도 당해봐라!”


명호가 크게 외치고 상병에게 달려들었다. 몽둥이로 상병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딱!



“아악!”


명호의 매운 몽둥이질이 춤을 추듯 멈추지 않았다. 상병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세찬 몽둥이질에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신우가 병사의 목덜미를 꽉 붙잡고 마에다 앞으로 질질 끌고 갔다.


마에다가 안도한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병사가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며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상황이 종료되자, 마에다가 입을 열었다. 자기를 도와준 두 남자가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그들을 진정시키고 도움을 청해야 했다.


“지금 에리카양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에리카양과 요시코양의 친구분인 이신우님과 정명호님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네에?”


마에다의 말을 듣고 신우와 명호가 깜짝 놀랐다.


신우는 그동안 에리카를 걱정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전화하고 찾아오던 에리카한테서 연락이 뚝 끊어졌다.


그래서 혹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하고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다급한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


이에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로잡은 병사들을 모두 밧줄로 꽁꽁 묶어 광에 가두고 마에다를 방으로 모셨다.



*



마에다가 신우와 명호에게 말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에리카양과 요시코양이 다나카 헌병 총사령관에게 잡혀 별채에 감금됐습니다.”


신우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뭐라고요? 잡혀있다고요? 에리카와 다나카는 가족 같은 사이 아닌가요?”


“그건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사실, 그 둘은 원수지간입니다.”


“둘이 원수지간이라고요? 자세히 말해주세요.”


“그럼, 잘 들으세요. 에리카양이 말한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마에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나카가 유부녀를 짝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아내인 … 에리카 어머니를 예전부터 좋아했답니다.”


“삼각관계라는 말인가요?”


“그렇죠. 매우 위태로운 삼각관계였습니다.”


“이후 어떻게 됐죠?”


“다나카가 음모를 꾸며 부부 사이를 이간질했습니다. 그러다 그게 들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사실을 안 에리카 어머니가 노발대발하며 남편을 부르자, 다나카가 이성을 잃고 에리카 어머니를 목 졸라서 살해했습니다.”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신우와 명호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은 더 끔찍했다.


마에다가 말을 이었다.


“다나카가 에리카 어머니를 죽일 때, 에리카 아버지가 아내의 서신을 받고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다나카가 총을 들었습니다. 오랜 친구인 에리카 아버지마저 쏴 죽였습니다.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부부 싸움 끝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권총 자살한 거처럼 꾸몄습니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다나카의 범행을 목격한 자가 있었습니다. 그자는 에리카 아버지의 부하 사토였습니다.

사토는 출세욕에 사로잡혀 다나카를 협박했습니다. 범행을 자백하는 자필 각서를 쓰라고 강요했습니다. 이에 다나카는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자백하는 각서를 남겼습니다. 각서에 그의 지문날인이 있었습니다.”


신우와 명호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과거에 벌어졌다.


신우는 에리카와 다나카가 서로 신뢰하는 사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끔찍한 악연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명호가 신우에게 급히 말했다.


“신우야! 이, 이게 말이 돼? 다나카는 … 에리카씨 후견인이라며?”


“…….”


신우가 답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마에다가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요시코양이 그러더군요. 에리카양 외모가 돌아가신 어머니와 매우 닮았답니다. 붕어빵이랍니다.”


“붕어빵!”


신우가 붕어빵을 떠올렸다. 틀에서 찍어내는 붕어빵은 모양이 아주 흡사했다.


마에다가 말을 이었다.


“다나카 집무실에 사진이 두 장 있는데 … 에리카양과 어머니 사진이랍니다. 다나카가 여전히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면, 죽은 어머니 대신 그 딸을 곁에 두려는 겁니다.”


신우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건 추악한 집착입니다!”


마에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맞습니다. 추악한 집착입니다.”


신우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말했다.


“다나카한테 에리카는 소중한 존재인데, 에리카를 왜 감금했죠? 에리카가 진실을 알았다는 걸 다나카도 안 겁니까?”


“맞습니다. 기회주의가 사토가 죽기 전 에리카에게 증거를 넘겼습니다.

사토는 다나카를 협박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중좌 자리까지 오르며 위세를 떨쳤지만, 결국 다나카한테 배신당했습니다.”


“배신자가 배신을 당했군요.”


“그렇죠. 배신자의 최후입니다. 사토는 총에 맞았습니다. 중상이었습니다. 죽어가면서도 관저로 찾아와 에리카양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숨김없이 털어놨습니다.

뒤이어 다나카가 나타났습니다. 사토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더니 현장에서 사살하고 에리카양을 감금했습니다. 이 모든 건 에리카양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마에다가 말을 마치고 숨을 골랐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신우와 명호가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마치 누가 소설을 쓴 거 같았다.


“신우야! 이분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명호가 마에다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신우에게 물었다.

신우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답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거짓이 아닌 것 같아. 에리카와 요시코의 소식이 없는 것도 그렇고 … 이분의 말은 다나카와 에리카의 사정을 모르면 꾸며 낼 수 없어.

더군다나 헌병 셋이 이분을 미행한 것만 봐도 충분히 믿을 만해.”


“… 그러면 잘된 일이네. 다나카는 우리가 처단해야 하는 원수야. 이번 기회에 다나카를 처단하고 에리카와 요시코를 구하자.”


명호가 좋은 기회라며 손뼉을 쳤다.


신우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에리카와 요시코를 구하는 게 급선무야. 다나카는 그다음이야. 그놈이 에리카와 요시코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에리카와 요시코를 먼저 구하자는 말이야?”


“그렇지. 둘을 먼저 구하자.”


“알았어. 그렇게 하자.”


둘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신우가 마에다에게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에리카와 요시코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마에다가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리카양과 요시코양은 관저 바깥에 있는 별채에 갇혀 있습니다. 3층 건물입니다. 인적이 드문 곳입니다.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여 있고, 병사 십여 명이 안과 밖에서 철저하게 감시했습니다.

가장 꼭대기 방에 에리카양이 있었습니다. 긴 사다리가 없으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높이입니다. 미끄러운 대리석벽이라 벽을 타고 올라갈 수도 없습니다.

별채 뜰에 초소가 있었고 현관문에도 지키는 병사가 있었습니다. 건물 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층별로 계단을 지키는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과연 기습해서 구할 수 있을까요?”


마에다의 말에 명호가 크게 웃었다.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불사신 신우가 있습니다. 그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명호가 말을 마치고 신우의 몸 상태가 생각났다. 통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힘을 쓰면 몸도 아팠다.


그가 신우에게 물었다.


“신우야, 몸은 괜찮아? 아까 힘을 썼잖아.”


신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명호야, 괜찮아. 아까는 몸 푸는 수준이었어.”


“그럼, 다행이다.”


신우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또 발작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물불을 가릴 때가 아니야. 어제 아팠으니 당분간은 발작이 없을 거야. 다시 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둘을 구해야 해!”


“알았어. 서두르자.”


신우와 명호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두 남자의 대화를 듣던 마에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을 바라봤다.


둘의 계획은 실로 대단했다. 헌병대 총사령관 관저 별채로 들어가 에리카와 요시코를 구하는 일이었다. 말이 쉽지 둘이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두 남자가 나섰다. 그것도 거침이 없었다.


마에다가 광에 갇혀 있는 헌병 셋을 생각했다.


셋을 제압할 때 신우라는 남자가 괴력을 발휘했다. 분명 보통 사람의 힘이 아니었다. 신우라는 남자가 힘이 센 건 분명했다. 하지만 두 처자를 구하는 일은 힘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소총과 높은 담벼락, 미끄러운 대리석벽은 넘기 힘든 난관이었다. 그런데도 왠지 둘이 믿음직스러웠다. 이에 둘을 믿기로 했다.


신우, 명호, 마에다 셋이 머리를 맞댔다. 에리카와 요시코를 구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었다.


두 시간 후, 계획이 완성됐다. 그들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1. 명호가 경비병을 유인한다.

2. 숨어있던 마에다가 경비병에게 고춧가루를 뿌리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든다.

3. 그 틈을 타 신우가 별채 3층으로 잠입해 에리카와 요시코를 구출한다.



겉보기에 불가능한 작전이었지만, 신우의 힘에 모든 것을 의지하기로 했다.


신우 혼자 3층으로 잠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마에다의 말에 명호가 걱정하지 말라며 크게 말했다.


“신우는 작정하고 뛰어오르면 단번에 3층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그게 가능합니까?”


“신우는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가슴에 힘을 주는 뭔가가 있어요. 그게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


명호가 말을 흐렸다. 신우의 힘은 괴력과 고통이 공존했다.



**



늦은 밤이 되었다.


별채 창문으로 달빛이 희미하게 들어왔다.


침대에 누운 에리카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 희망인 마에다가 신우를 제대로 찾아갔는지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요시코는 바닥에 자리를 깔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신우와 명호를 기다리다가 지쳐 잠에 빠져들었다.


에리카가 창문 너머 둥근 달을 찾았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다. 마에다한테 소식을 들은 신우가 구하러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두 손 모아 빌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


한편, 다나카 집무실도 불이 켜져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나카와 야마모토가 술잔을 기울이며 긴밀한 얘기를 나눴다.


“사토가 죽고 … 별일이 없습니까?”


“아직은 괜찮아!”


다나카가 독한 위스키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빈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해. 특히 기자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네! 알겠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정보망에 걸리지 않는 기자는 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자만하지 말고, 본토에 계신 야마무라 대장님께 연락해. 그분이라면 내 사정을 봐주실 거다.”


다나카가 다시 술잔을 비웠다. 취기가 도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네! 알겠습니다.”


야마모토가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절도있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충성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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