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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_56_에리카 구출작전

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by woodolee Feb 21. 2025

다나카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야마모토가 말했다.


“그나저나 아가씨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다. 잘 모르겠다. 전에는 몰랐는데 성격이 제 엄마를 빼닮았어. 지독한 성격이 똑같아. 감히 단식투쟁을 하다니!”


“그런 거 같군요.”


“그래도 엄마보다는 훨씬 덜하긴 해. 은사가 밥을 먹으라고 하니 죽 한 그릇을 뚝딱 비웠잖아. 그나마 다행이야. 밥을 먹었으니 ….”


다나카가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


야마모토가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눈썹을 올렸다. 눈썹 위 흉터가 더 도드라졌다. 그가 말했다.


“총사령관님, 이번 기회에 아가씨와 혼인하는 게 어떠신지 … 아가씨를 호시탐탐 노리던 사토도 사라졌으니, 총사령관님이 아가씨를 취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뭐, 뭐라고?”


다나카가 깜짝 놀랐다. 순간, 마음이 흔들린 거 같았다. 그가 입안에 고였던 커다란 침을 꿀컥 삼켰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야마모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에리카는 그냥 놔둬!”


다나카가 무서운 표정을 짓자, 야마모토가 급히 사과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총사령관님.”


이후 야마모토는 조용히 술만 마셨다. 30분 후 자리를 떴다.


야마모토가 사라지자, 다나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출근하려면 잠을 자야 했지만, 에리카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야마모토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 말이 그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아주 달콤한 말이었다. 그가 애타게 원하던 거였다.


“에리카!”


다나카가 에리카를 불렀다. 아야코의 딸 에리카, 그녀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위험천만한 인물인 사토를 제거했다.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고.


점점 취기가 오르자 없던 용기가 샘솟는 듯 다나카가 눈빛이 무서워졌다. 뭔가를 꼭 저지를 거 같았다. 목을 조여오는 군복의 단추를 풀더니 술병을 들었다. 굳은 표정으로 집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다나카가 별채로 향했다. 술기운에 비틀거렸지만, 정신만큼은 멀쩡해 보였다.


“총사령관님!”


별채를 지키는 병사들이 다나카를 향해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별채 안으로 들어간 다나카가 계단을 올랐다. 에리카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편 신우와 명호, 마에다는 은밀하게 헌병대 총사령관 관저로 향했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걸어갔다. 관저를 지나 별채 근처에 다다르자, 근처 수풀에 몸을 숨기고 상황을 살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마에다가 신우에게 손짓했다. 에리카가 갇혀 있는 3층 방을 가리켰다. 신우가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3층 별채 꼭대기 방이었다.


별채는 마치 탑 같았다. 길쭉한 8각 건물이었다. 별채 앞에 마당이 있었고 3m 높이 담벼락에 둘러싸여 있었다. 담벼락을 따라서 보초를 서는 병사 서너 명이 서성거렸다.


사방이 컴컴한 깊은 밤이었다. 일을 치르기에 아주 좋은 시간대였다.


이제 작전 시작이었다.


명호와 마에다가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짓했다.


마에다가 고개를 끄떡이더니 품에서 커다란 병을 꺼냈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별채 앞에 있는 한적한 길목으로 향했다. 길목에 큰 나무가 있었다. 어둠을 틈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마에다 숨자, 명호가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옆에 신우가 있었다. 명호가 오른 주먹을 꽉 쥐고 들어 올렸다. 이상이 없다는 신호였다. 이에 신우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명호 차례였다. 작전의 시작은 명호의 몫이었다. 그가 병사들의 주의를 끌어야 했다.


명호가 어둠 속에서 뛰쳐나왔다. 일부러 밝은 가로등 쪽으로 움직였다. 품에서 술병 하나를 꺼내더니 크게 외쳤다.


“아이고 취하네! 신고산이 ~ 우루루! 함흥차가는 소리에! 구고산 큰 애기 반봇짐만 싸누나!”


명호가 함경도 지방 민요인 신고산 타령을 불렀다. 그의 집안은 함경도 출신이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늘 들었던 노래였다.


명호가 만취한 것처럼 행동했다. 별채 앞을 지키는 보초들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보초 둘이 있었다.


“넌 뭐 하는 놈이냐?”


곧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둠을 짝 갈랐다.


보초 중 선임이 갑자기 나타난 명호를 보고 수상하게 여기고 소리쳤다.


“여기는 일반인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제 자리에 서라!”


옆에 있던 후임이 명호에게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


명호가 일품 연기를 시작했다.


“헤에! 여기가 어딘가요? 남대문 아니에요? 제가 좀 취해서요. 크으으으~.”


명호가 계속 떠들었다. 보초들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커다란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간도에서 신우와 함께 너무나도 많은 일을 당했었다. 이제 갚아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여기 술집 없나? 한 잔 더하고 싶은데. 해물파전 먹고 싶당! 이모!”


명호가 한발 한발 보초들을 향해 다가가며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놈이! 취했으면 집에 빨리 갈 것이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보초 선임이 분을 참을 수 없는지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 명호가 실실 웃었다. 이제 주사위를 던져야 했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보초들을 향해 술병을 냅다 던졌다. 그리고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쟁그랑!



술병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것도 신호였다.


에리카 구출 작전이 시작됐다.


명호가 달리자, 보초 둘이 “저놈 잡아라!”를 외치며 그를 잡기 위해 뛰어갔다.


추격전이 시작됐다.


숨 가쁘게 달리던 명호가 마에다가 숨어있는 길목으로 들어갔다. 보초들도 뒤따라 들어갔다.


다음 작전이 시작됐다.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있던 마에다가 뛰어나왔다. 보초 앞에 섰다.


“뭐, 뭐야? 이건 또?”


갑자기 나타난 마에다를 보고 보초들이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이거나 먹어라!”


마에다가 오른손을 들더니 보초 둘을 향해 뭔가를 막 뿌렸다. 그건 커다란 병에 담긴 청양 고춧가루였다.


“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보초들의 눈과 입, 코에 청양 고춧가루가 마구 들어갔다. 보초들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몸부림쳤다. 바닥에 나뒹굴며 눈물과 콧물을 철철 흘렸다.


“하하하! 매운맛이 어떠냐!. ”


마에다가 크게 호통을 치고 명호를 불렀다. 둘이 달리기 시작했다. 미리 봐둔 길을 따라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유리병 깨지는 소리와 비명이 들리자, 별채를 지키던 병사들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때다!”


수풀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던 신우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움직일 때가 되었다. 담벼락 근처에 보초가 없음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밖으로 나가서 도약했다. 벽을 넘기 위해 힘껏 뛰어올랐다.


허공을 가르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3m 높이 담벼락이었지만, 신우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치 날쌘 표범처럼 높은 담벼락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음이 중요했다. 떨어질 때 최대한 소리를 줄여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바닥은 딱딱한 시멘트였다.



탁!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작지 않았다. 신우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조용한 밤이라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응?”


이 소리를 듣고 한 병사가 달려왔다. 그는 초소에 남아 있던 병사였다.


‘젠장!’


신우가 이를 악물고 몸을 최대한 낮췄다. 컴컴한 벽에 붙어서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거기 누구야?”


병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소총으로 앞을 겨누더니 사방을 살폈다. 그러다 걸음을 옮겼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신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차츰 병사가 신우를 향해 다가왔다.


신우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쭉 흘러내렸다. 별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적에게 들키면 일이 뒤틀릴 거 같았다.


병사의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면 어둠 속에 숨어있는 신우를 볼 거 같았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었다.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했다.


다가오는 병사를 소리소문없이 해치우거나, 아니면 병사가 그냥 지나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요행이었다. 하지만 그건 최선이었다.


만약 여기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면 중무장한 병사들이 몰려올 게 뻔했다. 그러면 에리카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신우가 숨을 참았다. 숨소리마저 줄이며 제발 병사가 그냥 지나치기만을 빌었다. 하지만 병사는 신우의 맘을 모르는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아무리 깊은 어둠이라도 코앞에서는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병사의 눈빛이 반짝였다. 밑에 신발이 보였다. 그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외쳤다.


“넌 누구야? 빨리 손을 들고나와!”


병사가 신우의 존재를 알아챘다. 총구가 어둠을 뚫고 신의 심장을 향했다.


신우가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면 승부밖에 수가 없었다.


‘좋다! 한번 해보자!!’


주저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다나카가 3층 방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방문 앞에는 병사 둘이 있었다. 그가 병사들에게 말했다.


“2층으로 내려가 있어.”


“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병사 둘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휴우~!”


다나카가 숨을 길게 내쉬더니 술병을 들었다. 병에 담긴 술을 식도로 밀어 넣었다. 술을 다 마신 후 한 손으로 입을 닦았다. 빈 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병이 바닥에서 굴렀다.


“에리카!”


다나카가 나지막하게 말하고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를 돌렸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열쇠로 열어야 했다.


“흐흐흐!”


다나카가 웃음을 흘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철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서 향긋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


침대와 바닥에 두 처자가 있었다. 에리카와 요시코였다.

에리카는 신우를 기다리다가 어렵게 잠들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인지 눈을 감자마자,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나카가 먼저 요시코를 찾았다. 요시코는 침대 근처 바닥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그가 잠시 요시코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에리카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달빛에 비친 에리카의 모습은 한 송이 꽃과 같았다. 꽃 중의 왕인 붉은 장미였다. 고고하고 고상한 아름다움이 그윽했다.


“흐흐흐!”


다나카의 흰자가 번뜩였다. 순간, 욕망이 들끓었다. 꽃을 꺾고 싶었다. 이에 숨소리를 죽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다나카가 이성을 잃어갈 때!


그때 뭔가가 움직이는 거 같았다. 문 근처에 뭔가가 있는 거 같았다.


“어?”


다나카가 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뭔가가 꺼림칙했다. 느낌상 뭔가가 있는 거 같았다.


“휴우~!”


다나카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귀신을 본 듯 등골이 오싹했다. 그가 다시 에리카를 내려다봤다.


“아야코!”


에리카의 얼굴에서 다나카가 너무나 사랑해서 애타게 갖고 싶었던 그녀의 엄마, 아야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야코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의 절절한 사랑을 몰라주고 그를 증오하고 저주했다. 그러다 그의 손에 죽고 말았다.


그 모습이 곤히 자는 에리카한테서 보였다. 에리카가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아야코가 누워있는 것 같았다.


“제기랄!!”


다나카가 순간. 역겨움을 느꼈다. 에리카한테서 등을 돌렸다. 차마, 에리카한테까지 몹쓸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에게도 한 가닥 양심이 남아 있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출세를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고 중상모략을 했지만, 아야코의 딸은 지켜주고 싶었다.


잘못은 한 번으로 족했다. 에리카마저 잘못되면 살 수 없을 거 같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양심이 그의 발길을 돌렸다.


다나카가 발길을 돌렸을 때, 신우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시커먼 총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병사가 신우 앞에 섰다. 4보 거리였다.


“이놈! 여기에 쥐새끼처럼 숨어있었구나. 흐흐흐!”


병사가 웃기 시작했다. 하얀 이가 어둠 속에 반짝였다.


그때! 번개처럼 신우가 움직였다. 오른 주먹을 있는 힘껏 병사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퍽! 소리가 들렸다. 병사가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신우가 몸을 날렸다. 병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을 꽉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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