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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_57_필사의 도주

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by woodolee Feb 24. 2025

병사가 끌려갔다. 속수무책으로 신우한테 잡혀 끌려갔다.


그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병사가 들고 있던 총을 떨어트렸다. 총이 바로 아래에 있는 화단에 떨어졌다. 화병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와장창!



“아니 이 소리는?”


고요한 밤에 커다란 소리에 들리자, 다나카가 화들짝 놀라서 정신 차렸다. 사방을 급히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가서 보초들을 불렀다.


“이게 무슨 소리야? 빨리 나가서 알아봐!”


“알겠습니다.”


큰 소리가 들리자, 에리카가 잠에서 깼다. 어리둥절 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화병이 깨지자, 신우가 아차! 했다. 이제 어쩔 수 없었다. 몰래 침투하는 건 불가능했다. 정면 대결을 벌여야 했다.


“제기랄!”


신우가 거칠게 말을 내뱉고 보초의 급소를 가격했다. 보초를 간단히 제압하고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3층이었다. 3층에 에리카가 있었다. 가히 10m 높이였다. 층마다 창문 난간이 있었다.


“좋다!”


신우가 먼저 2층 창문 난간을 확인했다. 창문 밑으로 돌이 튀어나와 있었다.


이제 위로 올라야 했다. 강한 도약을 위해 몸을 힘껏 구부렸다. 용수철처럼 튀어서 위로 올라야 했다.



힘을 다 모으자! 순간적으로 위로 튀어 올랐다.



높이 뛰기의 명수, 퓨마가 뛰어오르는 거 같았다. 퓨마는 한 번에 6m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야아!”


신우가 기합을 넣었다. 오른손을 쭉 뻗어서 2층 난간을 간신히 잡았다.


벽과 난간 모두 대리석이라 꽤 미끄러웠지만, 다섯 손가락에 힘을 주고 겨우 버텼다. 신우가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바람이 불자, 몸이 흔들거렸다. 이제 시간이 없었다. 난간에서 미끄러지기 전에 위로 올라야 했다.


왼 손바닥을 벽에 딱 붙이고 발 디딜 틈을 찾았다. 두 발이 허공을 헛디뎠다. 그러다 작은 턱을 찾았다. 다행히 왼발을 턱에 놓을 수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신우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위를 올려다봤다. 이제 한 층만 더 올라가면 됐다. 3층에 에리카가 있었다.


“야아!”


신우가 다시 한번 뛰어올랐다. 왼 손바닥으로 벽을 세게 내리치고 위로 솟구쳤다. 다시 오른손을 쭉 뻗었다.


이번에는 왼쪽 다리 힘만으로 올라야 했다. 3m 이상을 올라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운석의 힘이 있었다. 운석은 엄청난 고통과 함께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을 줬다.


탁! 소리가 들렸다.


신우가 3층 창문 난간을 두 손으로 꽉 붙잡았다. 역시 미끄러웠지만, 열 손가락 힘으로 버텼다. 그렇게 난간을 잡고 3층 창문으로 올라갔다.


“응?”


창문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자, 그 소리를 듣고 에리카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창문을 주시했다.


“누, 누구지? 여기는 3층인데. 사람이 올라올 높이가 아닌데 … 혹 귀. 귀신!”


에리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야심한 밤에 누군가가 창문에 있었다. 창문은 지상에서 10m 높이였다. 귀신이 아니면 오를 수 없었다.


이윽고 창문에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에리카가 까무러치듯 놀랐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곧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안돼!”


에리카가 비명을 질렀다. 이불 속에서 온몸을 떨었다.


갑자기 들리는 비명에 요시코가 잠에서 깼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에리카!”


신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에리카를 찾았다.


이불 속에 숨어있던 에리카가 그 소리를 듣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익숙한 소리였다. 다시 듣기만을 애타게 바라던 신우의 목소리였다.


에리카가 급히 이불을 확 젖혔다. 두 눈에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실루엣이 달빛을 받자 얼굴이 드러났다.


“신우씨!”


에리카가 너무 기쁜 나머지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때. 다나카와 보초들이 3층 계단으로 향했다. 3층에서 비명이 들렸고 이윽고 커다란 소리도 들렸다. 총칼을 앞세우고 3층 방문을 향해 달려갔다.


“빨리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신우가 급히 말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틈이 없었다.


“알겠어요.”


에리카가 말을 마치고 침대에서 몸을 날려 신우의 품에 꼭 안겼다.


신우가 요시코를 찾았다. 앞에 요시코가 있었다. 매우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신우가 요시코에게 말했다.


“요시코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신우가 말을 마치고 에리카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창문으로 달려갔다. 그 뒤를 요시코가 따랐다. 요시코도 사태를 파악하고 정신 차렸다.


쾅! 하며 방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나카와 보초들이 들이닥쳤다.


“감히! 이놈이!!”


다나카의 두 눈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에리카를 안고 있는 괴한을 발견하고 분을 참을 수 없어 크게 호통쳤다. 병사들이 신우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시간이 없었다.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다나카가 권총을 뽑았다.


신우가 에리카를 꽉 안고 창문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10m 높이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탕!



총소리가 들렸다.


바람을 거세게 가르며 신우와 에리카가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몇 초 후, 탁! 소리가 들렸다. 신우가 안전하게 착지했다. 고개를 위로 올리고 요시코를 찾았다. 요시코가 창문틀을 잡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신우가 크게 외쳤다.


“어서 뛰어내려 잡아줄게!”


“여기서요?”


겁을 집어먹은 요시코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쿵쾅! 거리며 군화 소리가 들렸다. 다나카와 병사들이 몰려왔다.


요시코가 결단을 내렸다. 언니를 따라가야 했다. 이에 서둘러 창문틀에 올랐다. 치마를 눈앞까지 뒤집어쓰고 뛰어내렸다.



“탕! 탕!”



몇 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요시코가 치마를 휘날리며 떨어졌다. 신우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요시코를 안고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이제 별채에서 도망쳐야 했다. 앞에 높은 담벼락이 있었다.


“모두 내 등에 올라타! 어서!!”


신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두 처자를 업고 담벼락을 뛰어넘어야 했다. 다른 도리가 없었다.


신우가 요시코와 에리카를 차례대로 업고 질풍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신우가 날아올랐다. 양 무릎으로 병사들을 냅다 후려치고 벽을 향해 돌진했다.



탕! 탕! 탕!



다시 총성이 울렸다. 다행히 지금은 어두운 밤이었다.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바로 앞에 담벼락이 보였다. 신우가 있는 힘을 다해 도약했다. 이번에는 에리카와 요시코를 업어서 도약이 어려울 거 같았다. 그래서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짜내 몸을 솟구쳤다.



밝은 보름달을 가르면 신우가 3m 담벼락을 넘었다.



전력을 다해서 그런지 4m 이상을 날아올랐다. 두 여자를 업은 한 남자가 아름다운 그림처럼 밤하늘을 수 놓았다.


가뿐하게 담벼락을 넘은 후, 신우와 에리카와 손을 꼭 잡고 내달렸다. 요시코가 뒤따랐다.


명호와 마에다가 도망쳤던 것처럼 어둠 속을 향해 내달렸다.


“잡아라!”


“저기로 간다!”


여기저기서 고함이 들렸다. 병사들이 어둠 속에서 우왕좌왕했다. 별채는 외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가로등이 별로 없었고 주변에 수풀이 울창했다. 어둠 속에 숨기가 딱 좋았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감히 에리카를 훔쳐 가다니 ….”


다나카가 크게 소리쳤다. 도저히 분을 참을 수 없는지 옆에 서 있는 병사의 총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 병사를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악!”


병사가 비명을 계속 질러댔다. 매 맞는 병사는 영문도 모른 채 고통에 몸부림치며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병사들은 모두 얼음이 되고 말았다. 에리카를 뺏긴 다나카의 분풀이였다. 그의 잔인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과거에는 마에다 이병이 그의 만행을 막았지만, 지금은 그런 병사가 없었다. 그저 매 맞는 병사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만 볼 뿐 그 누구도 그의 만행을 막지 못했다.



헌병대 총사령관 관저 별채에서 큰 난리가 났을 때,


병원에서 퇴근한 마석이 길을 걸었다. 이제 그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퇴직하려 했지만,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해 사직이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그가 병원에서 하는 일은 단순했다. 감기처럼 사안이 대수롭지 않은 환자만 진료했다.


그러다, 오늘 후임이 정해졌다. 독일에서 유학한 인재가 외과 과장으로 오기로 했다. 그 사람이 오면 인수인계를 마치고 다음 달에 사직하기로 했다.


한때 잘 나가던 외과의였던 마석은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되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욕심이 컸던 만큼 상실감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컸다.


총독부 2 인자, 정무 총감 부인의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쳤던 그였기에 벼락출세의 목전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마석은 간도에서 벌어졌던 22여 년 전 비극을 애써 잊고 공부에 매진해 의사가 됐지만, 그 망령이 다시 살아나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과거를 잊기 위해 몸부림치며 공부했지만, 다 헛수고였다. 아버지의 말처럼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많은 재산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아버지는 불길로 뛰어들었고 어머니는 중풍으로 몸져누워 한쪽 눈과 입술만 겨우 움직였다.


자기는 분신과 같았던 메스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는 어린 시절이 그리웠다. 간도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던 그때가 그리웠다.


그때는 항상 배고프고, 추웠지만, 마음대로 숨 쉬며 살 수 있었다. 지금은 항상 매사에 조바심을 내야 했다.


마치, 덜덜 떨리는 다리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심정이었다. 위태로웠다. 하지만 한번 탐욕이라는 외나무다리에 올라탄 이상 돌아갈 수 없었다.


언제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몰라 두려움에 떨면서도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앞은 짙은 어둠 속에 가려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고 뒤에는 다리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진퇴양난이었다. 두렵고 절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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