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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Nov 12. 2024

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30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30화_또 다른 참극과 전문 킬러 등장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김정태 배우님이 화장실에 들어간 후,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이 있나요?”


“그건 보안실에 확인하겠습니다.”


“백형사님, 지금 당장 화장실로 가세요. 문을 다 열어서 김정태 배우님을 안에 있는지 확인하세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백형사님, 화장실이 어디에 있죠? 저도 가겠습니다.”


“행사장에서 나와서 왼쪽 끝으로 가세요. 거기에 남자 화장실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고 조수 둘에게 급히 말했다.


“빨리 움직여. 어서 남자 화장실로 가야 해. 김정태 배우님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어.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어.”


황정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래요? 이건 정말 이상하네요. 혹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황수지가 급히 말했다.


“맞아요, 빨리 확인해야 해요.”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유강인과 조수 둘이 기자 회견장에서 뛰어나왔다.


고개를 왼쪽을 돌리자, 천장에 표지판이 있었다. 화장실 위치를 가리켰다. 복도 끝에 남자 화장실이 있었다.


“어서 가자고!”


유강인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일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



남자 화장실 앞에 형사 둘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형사 하나가 유강인을 보고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백형사님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일일이 열고 안에 김정태 배우님이 있나 확인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재빨리 침을 꿀컥 삼켰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탐정이 움직이자, 조수 둘도 걸음을 옮겼다. 조수들이 발소리가 들리자, 유강인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조수 중 황수지에게 말했다.


“수지는 여기에서 기다려. 정수랑 안에 들어갈 테니.”


“아니에요! 저도 들어갈게요.”


황수지가 정색하며 말했다. 사건에서 빠지기 싫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이었다.


유강인이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고개를 끄떡였다. 화장실 안 백정현 형사가 있었다. 백형사는 태권도 고수였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져도 대처할 수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래, 같이 들어가자. 대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해.”


“마, 마음의 준비요?”


황수지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응!”


유강인을 말을 마치고 움직였다. 주저하지 않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스르륵 하며 문이 활짝 열렸다.


넓은 화장실이었다. 우측에 문이 나란히 있었다. 총 10개였다. 문 네 개가 차례대로 활짝 열려 있었다.


똑똑!


백정현 형사가 노크하고 잠시 기다렸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문을 활짝 열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2초 후 백형사가 다시 나왔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여섯 번째 문이었다.


백정현 형사가 다시 노크했다.


똑똑!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백형사가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섯 번째 칸도 이상이 없었다.


백정현 형사가 일곱 번째 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서 다시 노크했다.


똑똑!


전과 똑같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백형사가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활짝 열었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주시했다. 혹 있을 수 있는 변고에 대비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어?”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백정현 형사가 큰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가 화장실 벽에 부딪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백형사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강인과 조수 둘이 잠시 숨을 멈췄다.


1초, 2초, 3초가 지났다.


시간이 지나도 백정현 형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젠장!”


유강인이 깨달았다. 일곱 번째 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상하게도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했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서둘러 외쳤다.


“백형사님! 안에 뭐가 있나요?”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백형사가 서둘러 문밖으로 나왔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빛이 무척이나 창백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안에 …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


“그런데 뭐죠?”


“사람이 죽었습니다. … 키와 얼굴이 김정태 배우님 같습니다.”


“네에?”


유강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조수 둘도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정신 차리고 일곱 번째 문으로 달려갔다. 열린 문틈으로 안을 살폈다.


“헉!”


유강인의 두 눈이 순간, 두 배로 커졌다. 검은자가 줄어들고 흰자가 확 커졌다. 매우 놀란 나머지 뒤로 물러섰다.


안에 한 사람이 벽에 기댄 채 쓰러져 있었다. 목에 나이론 줄 같은 게 칭칭 감겨 있었다. 질긴 나이론 줄로 숨통을 조인 게 분명했다.


쓰러진 사람은 김정태 배우가 맞았다. TV에서 인심 좋은 할아버지나 깐깐한 회장님 역할을 맡았던 배우였다. 넓은 이마가 조명을 받아서 눈부시게 빛났다.


학다리 배우답게 다리가 길었다.


조수 둘도 서둘러 달려왔다. 화장실 안에서 벌어진 참극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김정태는 백두성을 독살한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그 역시 죽은 채 발견됐다. 백두성이 독살이었다면 김정태는 끈으로 목이 졸려 죽은 교사(絞死)였다.


1분 후 정신을 차린 조수들이 입을 열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김정태 배우도 죽다니 … 세상에! ”


조수 둘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정현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셋이 어찌할 바를 몰라서 서로를 쳐다봤다.


반면 유강인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이를 악물자, 두 눈이 번쩍거렸다.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전화 걸었다.


정찬우 형사가 전화 받았다.


“네, 선배님.”


“정형사! 건물 출입을 언제부터 통제했지?”


“선배님한테 지시받고 … 10분이 지나서입니다. 13분 이상은 된 거 같습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사람을 죽이고 20층 건물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겠지.’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그럼, 그사이에 건물에서 빠져나간 사람을 빨리 조사해!”


“네? 무슨 일이 또 있나요?”


“응, 김정태 배우가 죽었어. 20층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했어.”


“사람이 또 죽었다고요? 이름이 누구라고요?”


“김정태야! 영화배우야. 학다리 배우.”


“학다리 배우라고요? 아! 누구인지 알겠습니다.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맞아, 유명한 배우지. 그 사람이 목이 졸려 죽었어. 나이론 줄 같은 거로 목을 조른 거 같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CCTV를 확인하겠습니다.”


“CCTV 통제실이 어디에 있지? 지금 내려갈게.”


“지하 2층에 있습니다.”


“OK!”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서둘렀다.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하향 버튼을 눌렀다.



*



유강인과 조수 둘, 백정현 형사가 CCTV 통제실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복도에 보안 요원들이 서 있었다.


“유강인 탐정님, 이쪽으로 오세요.”


통제실은 한쪽 구석에 있었다.


유리벽과 유리문이라 안이 훤히 보였다. CCTV 통제실답게 수십 개의 모니터가 있었다.


반쯤 열린 문에서 정찬우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문을 열고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수십 대의 모니터가 건물 안팎의 상황을 시시각각 보여줬다.


보안 팀장과 함께 CCTV를 확인하던 정형사가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유강인을 확인하고 말했다.


“선배님, 수상한 자를 찾았습니다.”


“수상한 자라고?”


유강인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CCTV 모니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보안 팀장이 오른손 검지로 위에 있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24번 모니터입니다. 20층 복도를 비추고 있습니다.”


유강인 24번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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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좀 굽은 노인이 복도를 지나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배우 김정태였다.

2초 후 계단 출입문이 활짝 열렸다. 한 남자가 남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검은색 야구 모자에 검은색 마스크, 검은 선글라스를 쓴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5분 후 건장한 남자가 화장실에서 다시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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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팀장이 말했다.


“25번 모니터를 보세요.”


유강인이 서둘러 24번 옆에 있는 25번 모니터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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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 남자가 엘리베이터로 달려가더니 1분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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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팀장이 앞에 있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4번 모니터를 보세요.”


유강인이 4번 모니터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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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온 남자가 1층 로비에 등장했다. 급한 걸음으로 로비를 지나더니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빠른 걸음이지만, 행동은 무척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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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이 20층 남자 화장실에서 사람을 죽이고 건물에서 도망쳤다. 대략 9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유강인이 대담한 범행 수법에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CCTV를 여러 번 보며 범인의 수법과 도망 경로를 살폈던 정찬우 형사가 입을 열었다.


“범인은 아주 능숙한 자입니다. 전문 킬러 같습니다.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모든 일을 속전속결로 해치웠습니다.

출입문 통제는 5분 뒤입니다. 범인이 벌써 도망친 뒤입니다.”


범인의 능수능란함을 두 눈으로 목격한 황정수가 혀를 내둘렀다. 그가 말했다.


“이거, 보통 놈이 아닙니다. 사람을 죽이는 선수 같아요.”


“맞아요. 전문 킬러 같아요!”


황수지도 맞장구쳤다.


전문 킬러라는 말에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천일수 살인 사건은 전문 킬러의 솜씨가 아니었다. 송상하 부회장의 사주를 받은 오태환과 경호팀의 소행이었다. 그래서 어설픈 점이 있었다.


그런데 김정태 살인 사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딱 봐도 전문 킬러의 소행이었다. 놈들이 진화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오늘 벌어진 백두성, 김정태 살인 사건은 천일수 살인 사건하고 결이 달라.

김정태가 백두성을 죽였어. 백두성을 독살한 게 분명해. 이후 김정태는 토사구팽당했어.

모든 사건의 뒤에 커다란 비밀이 있는 거 같아. 그 비밀을 지키려는 자와 이를 폭로하려는 자 사이에 갈등이 터져 나온 거 같아.

살인 사건은 비밀을 지키려는 자들이 벌인 짓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명 같은 놈들이 저지르는 일인데도 사건의 양상과 능숙함에 차이가 있어.’


유강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을 이었다.


‘천일수 사건은 송상하 부회장이 사주한 게 분명해. 부회장은 현재 경찰의 용의선상에 있어.

부회장은 몸을 바짝 엎드려야 할 처지인데 백두성과 김정태를 연달아 죽이다니? 이건 말이 안 돼.

백두성, 김정태를 이렇게 대놓고 죽일 거 같지 않아.

그렇다면 ……

부회장말고 다른 놈들이 또 있는 건가? 사실 그놈들이 주범인가? 그럼, 송부회장은 뭐지?’


유강인이 갈피를 잡지 못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조수 둘과 형사 둘이 유강인의 얼굴만 쳐다봤다. 어서 탐정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1분 후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추리의 핵심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거였다.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다고 소문난 사람이 가장 악독한 사람일 수 있고 가장 악독하다고 알려진 사람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을 열어놔야 했다. 이건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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