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말에 밥을 지어줍니다. 왜 가끔이냐고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각자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밖에도, 대만은 한국에 비해 외식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아침 가게들도 많아 아침을 사들고 회사나 학교에 가서 먹는 이가 많고, 점심은 물론 밖에서 해결하고, 저녁도 일가족이 다 같이 나가서 먹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그런 면에서 대만의 엄마들은 한국의 엄마들보다 밥 걱정 덜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먹거리 문화의 보편화는 가격면에서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에 막 왔을 때는 가족의 건강을 위한답시고 집에서 아침, 저녁을 준비했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고 했듯이, 내 의식 속에 뿌리 박혀 있던 생각과 관념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서서히 내려놓으며 대만화해서 외식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자신이 게을러진 게 더 큰 이유겠지요.
집에서 거의 매일 만들 때, 작은 아들은 툭하면 반찬 투정을 했었는데, 가끔 만드니까 아주 맛있게 먹어줍니다. 퇴보되는 요리 솜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예전보다 더 맛있게 먹고, 고마움도 꽤 표현합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吃飽了, 好吃)" "고마워요(謝謝)!" "수고했어요(辛苦了)!"라고 합니다. 그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때로는 "엄마, 자주 만들어 주세요."라는 말로도 들리곤 한답니다.
작은 아들도 입에 맞은 걸 먹으면 맛있게 먹었다고 하는데, 큰 아들과 달리, 내 요리에 대해 점수를 매깁니다. 총점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반찬 하나하나에 개별 점수를 매깁니다. 제육볶음 90점, 나물 무침 88점, 두부조림 87점, 이렇게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고는 그 이유까지 설명합니다. 고기가 좀 질겨서 아쉬웠다거나, 나물 무침에 깨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거나.... 때로는 사장이 신입사원에게 던지는 듯, "엄마, 요리 솜씨 늘었어. 계속 노력해"라는 격려의 말을 합니다.
하루는 너무 맛있다고 하길래, 오늘은 100점을 줄려나 기대했는데, 98점을 주었습니다. 왜 100점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엄마를 위해 100점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100점을 줘버리면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없다는 게 그의 논리입니다. 그러면서 98점이란 점수는 잘 나가는 요리사도 받기 힘든 점수라고 덧붙이고요.
밥을 해서 먹인 후 그런 평가를 열심히 했던 시절은 초등학생이었고, 중학생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만드는 횟수를 줄인 이유가 하나 생각납니다. 둘째는 제가 메뉴를 정해 준비해 두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반찬을 해두면 오늘은 닭고기를 먹고 싶었다고 하고, 어떨 때는 닭고기를 볶아두면 소고기 반찬을 먹고 싶다고 하는 식으로요.
사전 의논 없이 내 맘대로 만들었다고 말입니다. 학교에 가 있는 아들과 언제 사전 의논할 거며, 만드는 사람이 냉장고 안 사정이나 장 보는 상황에서 메뉴가 결정된다는 걸 타당치 않게 생각했습니다. 먹는 사람에게도 선택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