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중, 고등학교 교실에는 사물함이 있어서 학생들은 교과서나 참고서 등을 교실에 보관해 두고 그날 방과 후 볼 책만 집에 갖고 옵니다. 방과 후에 학원에도 가야 해서 실제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그날 숙제를 하거나 공부할 책만 챙겨 오면 되니까요.
그런데, 두 아이가 메고 다니는 책가방은 그 무게가 크게 달랐습니다. 큰 애는 언제나 가방 하나에 책이며 잠바까지 집어넣고 다녔습니다. 주말 전날인 금요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편, 작은 애는 가방 하나로 부족해서 보조 가방까지 가득 놓고 다닙니다. 가방에 돌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무겁고요. 주말에 도서관에 갈 때는 마치 1박 2일 국내여행이나 가는 것처럼 가방 가득, 보조 가방 가득, 게다가 노트북까지 들고 갑니다.
무거운 가방에 짓눌려 축 쳐져 있는 어깨랑 구부정한 등을 보고 있노라면 위로 뻗지 못하는 이유가 무거운 가방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키가 작은 이유에는 물론 강력한 부모의 DNA의 영향이 있겠지만 말이죠. 왜 그렇게 가방을 무겁게 하고 다니냐고, 나도 모르게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작은 아들은 한 과목을 오래 붙들고 있으면 공부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한편 큰 아들은 많은 책을 갖고 도서관에 가면 분산되어 2-3과목만 들고 가는 게 좋다고 합니다.
어디 정답이 하나뿐일까요? 책가방 무게를 보면서 두 아이의 공부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될 뿐이죠. 물론 그것은 공부 방식에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그들의 성격, 취향이 다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와 하나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아이.
이성으로는 이해가 되는데도, 가방의 중량에 못 이겨 일그러진 어깨와 등을 보고 있으면 몰래 속상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