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상실감보다 더 큰 죄책감
그날, 그 마지막 날 아이를 병원에 그렇게 혼자 두고 오지 말걸..
내 손으로 우리 아이 밥이라도 먹여주고 올걸,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걸
아니, 애초에 그날 그 아픈 애를 낯선 24시 병원에 데려가는 게 아니었어 집에 데리고 있었어야 했는데
아니다, 아이가 숨쉬기 힘들어한다는 걸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고 진작에 집 근처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그렇게 매주 대학병원 검진을 받았으면서 초음파도 보고 있는지 한번 물어라도 볼걸
애초에 아이한테 관심도 없는 대학병원을 가지 말고 집 근처 가까운 곳에 괜찮은 병원을 알아볼걸
어쩌다 우리 아이한테 이런 병이 생긴 걸까, 아이를 혼자 두고 여행을 다녀왔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아
나 때문에 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게 된 거야, 처음부터 다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
아이가 이렇게 떠난 건 다 내 잘못이네..
떠난 아이를 떠올리면 후회와 죄책감, 미안함이 뒤범벅되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게 되었다.
따지고 보니 정말 내 선택 하나하나가 잘못된 것 같았고, 모든 것이 후회되었다.
막을 수 있는 일을 내 잘못된 판단으로 되돌릴 수 없게 만든 것 같았다.
죄책감이 나를 찍어 눌렀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남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나 때문에 가엾은, 어리고 작은 나의 아이는 떠났는데 나는 왜 살아남아있는 것인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아이를 보냈다는 상실감 하나 만으로도 마음이 짓이겨지는데,
그 상실이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까지 더해지니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죄책감이라는 감정과 후회되는 기억들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아이와 행복했던 모습을 떠올리라고 하던데,
나의 죄책감은 내가 건강했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아이를 생각할 때면 항상 마지막에 차게 식었던 아이의 모습을,
마지막날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 섰을 때 애타게 나를 찾던 아이의 안타까운 눈망울을,
그날 밤 숨이 넘어가는 아이를 방치해두고 있던 24시 병원의 CCTV화면을 떠올렸다.
그 모습을 반복적으로 회상하며 일부러 나의 마음을 더 쑤시고, 깊게 찔렀다.
피를 철철 흘리며 너덜너덜해진 내가 될 때까지, 일부러 나를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데려다 놓았다.
그렇게라도 해야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사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스스로를 고통과 악몽 같은 기억 속에 가둬 놓아야,
내가 저지른 잘못들을 뉘우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