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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노아 Oct 23. 2024

모두에게 사랑받는법

카르밀라

*끼익*

구석진 골목 지하의 칵테일바의 적막을 뚫고 나온 소리였다. 오늘도 초췌한 얼굴의 그녀는 그림자를 무게추처럼 질질 끌며 계단을 굴러떨어지듯 내려왔다.


"또 뵙네요."


나는 그녀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반응을 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하던 루틴이다. 나는 항상 반갑게 웃었고, 그녀는 항상 무반응으로 일갈했다. 나는 바의 왼쪽에서부터 세 번째 의자를 뒤로 뺐다. 그녀가 항상 앉는 자리였다. 나는 그녀가 들고 온 가방을 의자 옆에 내려놓고, 자리에 착석하기까지 그녀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질질 끌으며 얼빠진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타인이 보기에는 섬뜩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으나.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녀를 무서우하지 않았다. 첫번째, 그녀는 삼년 내내 저렇게 행동했으며, 두번째,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저..."


"블러디 메리, 맞죠?"


그녀는 잔잔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상하게 항상 블러디 메리만 주문했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술이었다. 낡은 구제 글라스를 꺼내어 각진 얼음을 담을 때 쯤, 그녀는 가방을 무릎 위에 올리곤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우스터 소스와 타바스코, 그리고 소금 후추를 뿌릴 때 쯤, 그녀는 지갑을 꺼내 카드를 찾았다. 그렇게 그녀가 카드를 꺼내어 내게 건낼때 쯤, 나는 그녀를 돌아보며 보드카와 데킬라, 어느 쪽을 원하는지 물었다. 물어볼 것도 없이 그녀의 대답은 항상 패트론이었다. 나는 카드를 두 손을 받고, 찬장의 오른쪽 위에서 반쯤 비어있는 패트론 실버 한 병을 꺼내었다. 정확히 1.5온즈를 계량하며, 나는 그녀의 카드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카르밀라'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 즈음 되면, 카르밀라는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앉은 퀭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다. 그러면 나는 항상 그녀를 위해 계량되어있던 3온즈의 토마토 주스와, 레몬 반의 반쪽을 얼음 위로 붓는다. 그리고는 바스푼으로 한 두 바퀴 저은 후에, 그대로 그녀에게 건냈다. -물론 샐러리는 얹지 않았다. 그녀가 샐러리를 싫어했기에.- 그러면 그녀는 머리를 약간 숙여 목례를 하고는 글라스를 받았다. 나는 그녀의 그윽한 눈을 바라보았다. 

카르밀라는 고딕적 아름다움의 정수를 담고 있는 존재였다. 그녀의 얼굴은 죽음의 속삭임을 닮은 창백한 색조로, 그 희고 부드러운 피부는 마치 달빛을 받아 빛나는 대리석 조각상과 같았다. 그녀의 눈은 깊고도 짙은 검은 색으로, 그 눈동자는 무한한 어둠의 심연을 품고 흑진주처럼 빛났다. 눈빛은 때로는 은밀한 슬픔을 띠기도 하며, 또 어떤 순간에는 포악한 기운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받을 때마다 그 깊은 매혹에 저항할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그 눈빛은 세월의 오래된 비밀을 간직한 듯, 그 앞에 서면 무의식적으로 영원 속에 빠져드는 듯한 감각을 주었다.

카르밀라의 입술은 붉은 장미처럼 선명했다. 입술은 가늘었으나, 그 가늘고 투명한 입술에 비친 붉은 빛이 영롱했다. 그러나 그 붉음은 마치 피의 잔재를 떠올리게 하는 불길한 생기를 품고 있다. 그녀의 미소는 천사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악마적인 기운을 품고 있는데, 그 안에는 은밀한 위협과 유혹이 교차한다.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강렬하게 빛났다. 마치 그녀의 입술이 조용히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처럼, 나는 그녀가 툭툭 뱉는 말 하나하나에 심장을 빼앗기는 듯 했다.

카르밀라의 몸은 유령처럼 가볍고도 우아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녀의 얇은 실루엣은 거의 그림자에 가까워 보일 때가 많으며, 그녀가 걸을 때면 바닥을 스치는 소리조차 없는 듯이 느껴진다. 그녀의 머리칼은 흩으러져 있었으나,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은 한없이 부드럽게 빛을 흡수하듯 어두운 광채를 띠며, 그 머리칼이 흩날릴 때는 마치 아르테미스처럼, 밤의 공기가 그녀의 주위를 감도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녀의 존재는 마치 한편의 어두운 시, 죽음과 아름다움이 결합된 신비로운 그림과 같았다. 카르밀라는 사라질 듯 희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오로라 같은 존재였다. 그 고요한 목소리는 부드럽게 속삭이지만, 그 말은 차가운 한기처럼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 그녀의 근처에 있을 때면 공기가 묵직해지고, 그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에 나는 서서히 잠식당하며 스러지는 듯 했다.

그녀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던 사이, 그녀는 블러디 메리를 거의 다 비웠다. 나는 바 테이블 아래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훈제 햄을 꺼냈다.


"좀 드시겠어요?"


카르밀라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다시 냉장고를 열었다. 그녀는 자리를 뜰 준비를 하는 듯, 살짝 부산스러웠다.


"그럼."


오늘 카르밀라가 처음 입을 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목례를 했다. 그녀는 다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다음 날이 밝았다.


*끼익*

구석진 골목 지하의 칵테일바의 적막을 뚫고 나온 소리였다. 오늘도 초췌한 얼굴의 그녀는 그림자를 무게추처럼 질질 끌며 계단을 굴러떨어지듯 내려왔다.


"또 뵙네요."


나는 그녀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반응을 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하던 루틴이다. 나는 항상 반갑게 웃었고, 그녀는 항상 무반응으로 일갈했다. 나는 바의 왼쪽에서부터 세 번째 의자를 뒤로 뺐다. 그녀가 항상 앉는 자리였다. 나는 그녀가 들고 온 가방을 의자 옆에 내려놓고, 자리에 착석하기까지 그녀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질질 끌으며 얼빠진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타인이 보기에는 섬뜩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으나.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녀를 무서우하지 않았다. 첫번째, 그녀는 삼년 내내 저렇게 행동했으며, 두번째,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저..."


"블러디 메리, 맞죠?"


그녀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상하게 항상 블러디 메리만 주문했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술이었다. 낡은 구제 글라스를 꺼내어 각진 얼음을 담을 때 쯤, 어, 잠깐만.

오늘의 주문은 블러디 메리가 아니었다.


"압생트"


예상치 못한 주문이었다. 나는 잠시 얼어붙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뒤쪽의 창고로 들어갔다. 평생 개봉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녹색 병의 먼지를 털었다.

병을 조심스래 안고는 창고 밖으로 나가 카르밀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따라 더 초췌해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었다. 그녀의 알 수 없는 아우라에 압도된 나는 그녀가 어째서 앓고 있는지 물어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째선지 눈을 전혀 땔 수 없던 그녀를 응시하며, 나는 찬장에서 압생트 잔을 꺼내어 물에 닦기 시작했다.

나는 깨끗하게 닦인 압생트 잔을 수건으로 닦고는, 압생트 한 잔을 따라 그녀에게 건냈다. 그녀는 묵묵히 잔을 바라보더니, 내가 각설탕을 챙기러 잠시 뒤를 돈 사이 입에 가져다대었다.


"콜록콜록"


나는 그녀가 기침하는 소리에 급하게 뒤를 돌았다.


"괜찮으세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카르밀라는 작은 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

칵테일바의 어둠이 그녀의 흐느낌과 함께 한층 더 짙어졌다. 공간이 어지러이 비틀리더니, 순간 번쩍이는 느낌과 함께 제정신이 돌아온다.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던 손을 거두고는 카르밀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전의 검푸른 눈이 아닌, 핏빛이 도는 붉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공허하고 차가웠다. 나는 또다시 그녀의 시선에 압도되어 얼어붙었다. 나는 그녀의 흐느낌으로 가득찬 공간을 깨고 말을 꺼냈다.


"저기, 카르밀라."


그녀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하지만 오싹하도록 매혹적인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저항할 수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칵테일 바는 짙은 어둠과 함께 무겁고도 습한 침묵 속에서 깨어 있었으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희미한 네온빛이 푸른 안개처럼 퍼져 나갔다. 오래된 나무와 술의 퀴퀴한 향이 눅눅한 공기에 얽혀 있는 그곳에서, 그녀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음악마저 비현실적인 분위기로 뒤덮였다. 선율은 마치 저 너머의 세상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고, 그녀의 이마에 엉겨 붙은 젖은 앞머리가 그 장면을 더욱 기묘하게 만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내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정수리에서부터 턱 끝까지 서서히 내려가며 손끝에 닿는 차가운 떨림이, 나의 온몸을 흔들었다. 그녀의 턱을 조심스레 들어올리자, 그 순간, 젖은 눈동자가 드러났는데, 그 눈동자는 마치 저주받은 자의 고통과 혼란이 뒤섞인 바다처럼 나를 사로잡았다.

한 줄기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더니, 잔 속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잔잔한 물결이 피어오르며, 그 속에 묘한 아름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비극이 담겨 있었다. 나는 망설일 수 없었다. 입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로 다가갔고, 그 위에 내 입술이 닿았다. 그녀의 차가운 틴트가 내 입술에 스며드는 감촉이 섬뜩하면서도 황홀했다.

숨을 들이쉬며, 나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었다. 압생트의 쓴맛과 기묘한 향이 혀끝을 스쳤고, 그녀는 그 어떤 저항도 없이 내 움직임을 받아들였다. 그 뜨거운 눈물이 내 볼을 타고 내려왔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어떤 미지의 세계로 끌려가는 듯한 황홀감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머리칼 사이에 찌든 담배 냄새조차 그 순간에는 낯설게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혀에서 내 혀를 떼어냈고, 입술을 떼는 순간 그녀의 미세한 떨림이 내 팔에 느껴졌다. 그녀는 놀란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가늘게 흐르는 눈물과 함께 그 순간의 기묘함을 간직한 채였다. 번진 아이라인마저도 이제는 흡사 밤의 어둠에 물든 듯했다.

나 역시 살짝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그녀를 다시 자리로 돌려놓고는, 찬장의 맨 구석에서 로얄 살루트 21년 한 병을 꺼내 온더락 잔에 조심스래 따랐다. 그러고는 그녀의 옆에 앉아 술을 약간씩 홀짝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었어요?"


그녀가 토해낸 고통과 절망은 감히 내가 받아낼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줄 작정이었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이후로는, 그녀의 패닉이 내게까지 번져왔다. 나는 그녀를 옥죄이는 갖가지 트라우마들과 질병, 그리고 끔찍한 운명에 대해 들으며 함께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모든 말을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죽고싶다는 말 한마디를 덧붙이며.

나는 파들파들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들어올리며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마침 바 밑에 훈연칩이 한 상자 가득 쌓여있었다. 나는 그 상자에 불을 킨 라이터를 던져놓고는 로얄 살루트를 한 잔 가득 따라 그녀에게 건내며 그녀의 틴트가 눅진하게 눌러붙은 담배를 건내받아 피웠다. 카르밀라와 나는 아침이 밝아올 즈음까지 깔깔거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이상하게 희뿌연 창문의 바의 문이 열렸다. 경찰관들이 문을 열자, 매캐한 연기가 가득 쏟아져나왔고, 그 중간에는 나체의 두 여자들이 엉겨붙은 채로 껴안고 있었다.


간단한 설명

원작의 카르밀라는 강하고 자주적인 흡혈귀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로라의 일상을 서서히 좀먹지만 결국 그녀에 의해 가족을 살해당한 사람에게 들키게 되죠. 그렇다면 이 작품의 카르밀라는 어떨까요? 이 작품에서의 카르밀라 역시 로라의 일상을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로라라는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요. 이 작품에서의 카르밀라와 로라는 원작과의 성격과 정반대입니다. 로라는 저돌적이고 카르밀라는 연약하죠. 다만 역시나 카르밀라는 고딕적 아름다움과 파멸의 심볼입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과 어두운 눈, 붉은 입술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모두를 홀리며 동시에 모두를 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

코즈믹 호러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코즈믹 호러는 인간이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이해조차 불가능한 무기력과 무가치함을 기반으로 한 공포입니다. 이 작품에서 코즈믹 호러의 대상은 카르밀라가 느낀 고통, 즉 순수한 고통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카르밀라라는 인간으로 형상화되죠. 카르밀라와 주인공의 관계는 일종의 자기 파괴적 관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르밀라는 매일같이 바에 와서 블러디 메리를 마시며, 언제나 무기력하고 피폐해진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녀의 행동 패턴은 루틴처럼 반복되며, 이는 중독적인 관계나 의존적인 상태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주인공은 그녀의 무반응과 기이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카르밀라에게 점점 더 깊이 빠져듭니다. 카르밀라가 블러디 메리라는 술을 반복적으로 주문하는 것 또한 상징적입니다. 블러디 메리는 피를 연상시키는 칵테일로, 폭력이나 파괴, 그리고 고통을 암시하는데, 이는 그녀의 내면에 감춰진 비극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 후반에 등장하는 압생트는 예술가와 보헤미안 문화에서 영감을 주는 동시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술로 자주 묘사됩니다. 카르밀라가 갑작스럽게 압생트를 주문하고, 그로 인해 무너져가는 장면은 그녀의 삶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상징일 수 있습니다. 압생트는 고흐가 귀를 자르기 전에 마셨다는 술로 유명하기도 하죠. 주인공 역시 카르밀라와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그녀에게 매혹되며,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립니다. 이들은 서로를 구원하지 못한 채 함께 파멸의 길을 걷고, 이는 중독성 있는 관계가 결국 파괴적인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카르밀라의 존재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죽음과 불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창백한 피부, 죽음과 닮은 외모, 그리고 반복되는 무기력한 행동은 마치 죽음이 인간 세상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녀는 한 번도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3년 동안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는 죽음이 일상 속에 존재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지속적이면서도 변화 없는 상태를 상징합니다. 주인공은 이 죽음과 닮은 존재에게 끌리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을 느낍니다. 이는 주인공이 죽음에 대한 경외감과 동시에 매혹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카르밀라는 주인공에게서 끊임없이 사랑받는 존재로서, 그가 그녀에게 집착하며 그녀의 곁에 머물도록 만듭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자 영원한 존재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끌리며 빠져드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르밀라의 마지막 변화, 즉 그녀의 눈이 붉게 변하고 흐느끼는 모습은 죽음이 감정적으로 변하는 순간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육체적인 죽음을 넘어서, 감정적이고 영적인 소멸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그녀의 고통과 비극을 공유하고, 그 역시 그 무거운 비극 속에 잠식당하는 것은 죽음과 삶이 결국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임을 나타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마치 서로 엉겨붙어 죽음을 맞이한 것 같은 모습은, 그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완전히 하나가 된 순간을 상징합니다.

이 소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다층적인 작품으로, 관계의 중독성과 파괴, 죽음과 불사의 상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주인공과 카르밀라의 관계는 일종의 자기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매혹의 관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현실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복잡한 감정적 의존과 중독적인 관계의 은유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카르밀라는 죽음의 상징이자,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존재로, 주인공을 그 속에 끌어들이며 그 역시 영원한 순환의 일부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카르밀라가 진짜로 존재하는 인물이었냐고요?

그건 저도 모르죠.


credit

참고한 작품들

조지프 셰리든 레 퍼뉴 - 카르밀라

해쉬스완 - freancesca (ft. dean)

주식회사 트리거 - 사이버펑크:엣지러너

네버엔딩플레이 & 라이브러리컴퍼니 - 뮤지컬 카르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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