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엄마는 현관문을 열었다. 열린 문 사이로 방독면을 쓴 사람이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었다. 그와 엄마는 현관문에 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 엄마의 표정은 굳어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 진짜로요? ”
목소리가 커진 엄마에게선 들린 건 이 한마디였다. 나는 현관에서 멀어진 채로 유심이 지켜고만 있었다. 엄마는 여전히 웃음을 띠고 있었고, 방독면을 쓴 사람은 조금 지친 듯 보였다. 소파 뒤 숨어 있던 나는 일어서 엄마에게 다가갔다.
“ 엄마! ”
내가 부르자 엄마는 놀란 듯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표정이 급히 식었다. 그녀는 원망하고 절망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변명을 하듯 앞에 있던 그에게 말했다.
“ 얘는 제 얘가 아니에요! 모르는 얘라고요! ”
어이가 없었다. 엄마가 아니라고? 왜 그에게 나를 부정하지? 엄마가 뭘 잘 못 했나?
수십만 개의 생각이 지나갔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엄마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는 방금 전 말이 변명이 안 되는 걸 아는 듯 다시 말을 꺼냈다.
“ 이 얘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저를 데려갈 거죠? 그렇죠? ”
엄마의 말을 들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후 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는 나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질질 끌려갔다. 그걸 본 엄마는 현관에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 살려줘요. 살려줘요! 그 얘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요! 저를 데려가주세요! 제발 ”
엄마는 눈물을 닦을 시간도 없다는 듯 계속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그에게 빌수록 그의 손엔 힘이 들어갔다. 나는 저항할 수 도 없이 그에게 끌려갔다.
“ 왜 얘를 데려가는데!! 날 데려가라고! ”
그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집을 나갔다.
나까지 집을 나가니 엄마의 목소리는 점차 작아져 갔다. 그 재서야 아저씨는 말을 꺼냈다.
“ 괜찮단다 아이야.. 너는 보호소 가는 거야.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이부터 데려가고 있거든, 이제 걱정하지 마렴. ”
" 절 구해주시는 건가요? 감사해요.. 보호소에 갈 수 있다니! "
아저씨는 나를 안심시킨 후 중얼거렸다.
“ 최악의 부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