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생도 타이밍, 발레도 타이밍

발레의 호흡_뇌로부터 발바닥까지의 아우토반



Exquisite moment of timing

생활 속 수많은 상황에서 타이밍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가 있다. 전업주부 모드로 전환했을 때 체감하는 건 요리할 때다. 가장 간단한 라면 끓이기와 계란 프라이부터 5인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할 때 여러 가지 요리가 한꺼번에 서빙될 때 머릿속으로 적절한 타이밍을 계산해야 한다. 계란 프라이 하나도 어떤 아이는 써니 사이드업, 어떤 아이는 완전히 익히는, 어떤 아이는 아예 노른자 터뜨려서 바짝 익히는 분식집 스타일을 원한다. 그때마다 적절한 불 조절과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종류가 여러 가지인 식사 준비는 어떤가? 밑반찬, 메인 요리만 데우면 되는 한식은 그나마 타이밍 조절이 어렵지 않다. 밑반찬 미리 해서 식탁에 놓고, 갓 지은 밥에 뜨거운 찌개든 찜 요리만 데우면 되니까… 오히려 많은 양의 뜨거운 음식이 한꺼번에 조리되는 양식 스타일인 파스타, 스테이크, 구운 야채가 나갈 때는 산수 계산하듯이 시간을 보면서 타이밍을 맞춰야 모든 음식이 뜨겁게 적절하게 서빙이 된다. 오븐에 야채를 구울 때도 아주 빨리 익는 버섯, 애호박, 중간 정도로 시간을 보는 양파, 마늘, 훨씬 더 오랜 시간을 두고 익혀야 하는 감자, 고구마… 두 개의 오븐이 동시에 바쁘게 돌아가면서 끝나기 4분 전쯤 될 때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서는 마리네이드 되어있는 스테이크를 구울 준비를 마쳐야 한다. 물론 그전에 파스타는 삶아놓고 팬에서 다시 볶기 위해서 대기 상태가 되어야 한다.

뭐 어려운 요리 말고 타이밍에 가장 민감한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라면이다. 특히 4개 이상을 끓일 때 절대 라면 봉지에 나온 매뉴얼대로 끓이면 식탁에서는 불어 터진 라면을 받게 된다. 물 끓어오르고 라면 넣고, 계란, 파 넣을 때 이미 담을 그릇은 옆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시간도 훨씬 짧게 보고, 불을 끄고 부지런히 면을 먼저 건지고, 그다음에 국물을 붓고 빛의 속도로 식탁에 날라야 한다. 김치는 당연 먼저 식탁 위에서 대기 상태가 되어 있는 게 라면에 대한 예의다.

매일 가족들 식사 준비를 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프로그래밍 다이어그램 순서도(플로차트, flow chart)가 그려진다. 이게 딱 들어맞아서 성공적인 식사가 준비되면 은근 기분이 좋다. 머리가 막 좋아지는 느낌도 든다.

여기까지가 보통 주부들이 부엌에서 매일 치르는 소리 없는 전쟁 같은 장면이다. 부엌에서 식사만 차린다고 그냥 음식이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늘 뭐해 먹지?’(이건 시대를 막론한 전 세계 엄마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싶다)라고 생각하고 메뉴가 정해지고 부엌에 들어서는 순간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결정해야 할 타이밍과 절묘한 밀당 게임을 벌이게 된다.



대량 음식을 매일 준비하는 주부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을 위한 적절한 비유는 어떤 것이 있나 생각해봤다.  젊은이의 특권인 ‘사랑’ 이야기가 자연스러울 것 같다. 사랑이 무르익은 연인들은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기에 타이밍을 운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보다는 사랑이 마구 싹트는 시기, 일명 썸을 탈 때 타이밍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썸은 타이밍이다. 사랑을 확인하고 “이제부터 우리는 사귄다!”를 선언한 연인은 서로에 대해 밀당할 필요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타인을 잘 배려하고 서로 좋아하기만 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 싹틀랑말랑 하려는 썸 타는 시기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상대가 마음에 들어서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도 그냥 닥치고 직진을 하면 안 된다. 만약 상대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감정적으로 훅~ 들어오면 ‘어머 이 사람 왜 이래?’하면서 물러설 수도 있기 때문… 반대로 상대는 이쪽에서 좀 마음을 주었으면 하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 ‘어~어~’하거나 눈치 없이 맹숭맹숭한 태도를 보이면 사랑으로의 발전은커녕 그나마 있던 마음도 떠날 수 있다. 눈치 게임처럼 상대의 마음을 읽고 표현할 곳에서는 표현하고, 때로는 조금 애타게 하다가 무심한듯해도 마음속 애정을 툭 던지는 츤데레 같은 사람. 진짜 타이밍의 고수요, 밀당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발레는 순간순간 음악을 읽으면서도 밀당을 할 줄 알아야한다. (모델 : 이상은, 사진 : 김윤식 / ⓒ김윤식 2018)


발레 이야기는 딴 나라 보내고, 한참 동안이나 사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세상의 쉬운 예를 들면 발레에 있어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할 것 같았다. 발레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클래식이 바탕이라서 대부분 정박자로 흘러간다. 그런데 발레를 할 때 정박자 음악에 맞춰서 정직하게 들어가면 “정.말.로. 재미없는” 춤이 되어버린다. (조금 민망한 비유지만 타이밍 무시하고 정박자에만 맞춰서 춤을 추면 발레를 국민체조처럼 표현하는 거다) 정말 춤 잘 추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면 분명 정확하게 박자를 맞추지만, 음악의 단락을 이루는 프레이즈와 프레이즈 사이의 찰나를 마치 영겁의 시간처럼 쪼개서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단순히 발레 동작 바로 직전 프레빠라시옹(준비동작)하고 박자 맞춰서 들어간다는 개념과 정말 다르다. 그 준비 동작에서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물 흐르듯이 때로는 깃털처럼, 각각의 동작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간의 절묘한 타이밍… 정말 <it>한 그 타이밍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플리에 음악 전주가 흐른다. 보통 프레빠라시옹을 하면서 앙 바(en bas)에서 앙 아방(en avant)을 지나 알라스콩(à la seconde)으로 흘러갈 때 중간에 물 흐르는 듯 알롱줴(allonger)가 들어간다. 이게 그냥 손만 왔다 갔다, 특히 손목 팍 꺾어서 폴 드 브라를 제 갈길 찾아가듯이 하면 플리에 직전의 호흡 타이밍을 잡을 수 없다. 상체의 폴 드 브라와 하체의 중심이동과 호흡의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매끄럽고 제대로 된 플리에를 할 수 있다. 바 워크나 센터 워크에서 방향 이동이나 중심 이동에 많이 쓰이는 톰베도 타이밍이 중요한 대표적인 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하나~ 둘~ 영차! 구령 붙이듯이 톰베 동작을 하면 그다음 동작으로의 흐름이 완전히 끊어진다. 여기서는 발레 수업 중 수차례 들어왔던 이~!(러시아어로 и, 영어의 And와 같은 의미다. 러시아어 무식자를 위해 확실한 도움을 주신 마린스키 발레단 K수석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용어를 떠올리는데 우리는 단순히 이~! 가 정박자 시작 전의 한 박자, 또는 반 박자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작의 빠르기, 즉 템포에 따라서 준비 동작의 타이밍은 천차만별이다. 즉, 이~! 구령에 시작 박자 전 한 박자를 통째로 취급하면 안 된다.

흔히 다음 동작으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대표적인 동작인 빠쉐(passer), 빠 드 브레(Pas de bourreé) 역시 그냥 음악 안에 욱여넣으면 안 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거쳐가는 동작이지만 빠쉐, 빠 드 브레를 수행하기 직전에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 흔히 수업 시간에 악센트를 제대로 넣으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을 것이다. 타이밍을 제대로 쓰는 것은 음악 안에 춤을 넣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동작이 있고 음악을 내 춤에 가져다 써야 한다. 그러려면? 기본 동작의 시퀀스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리듬의 흐름 속에서 밀당의 타이밍을 캐치해야 한다.


완벽한 타이밍을 잡아야 완벽한 동작이 나온다 (사진 : 김윤식 / ⓒCzechnationalBallet 2018)


발레를 몇 년 해도… 그냥 하는 수준이 아니라 나름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는데도 뭔가 비루한 동작의 연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면 이쯤에서 과감히 리셋을 해야 한다. 연재 1화에서부터 언급한 기초 중의 기초를 잘 다져나가야 하고, 내 몸의 상태와 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열심히 춤을 추는데 뭔가 춤 같지 않은 춤을 추고 있다면 당신은 무브먼트의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고 있는 것이다. 템포 안의 타이밍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감히 단언컨대 춤의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춤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 궁금한가? 오늘 전문가의 한 수를 꼭 잡기 바란다.




**전문가의 한 수


감수 : 최세영 (무림의 진짜 고수, 발레계의 간달프)

”주제 : 발레의 호흡_뇌로부터 발바닥까지의 아우토반”



일반적으로 여럿이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연기를 하는 연기자들도 ‘호흡을 맞춘다’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뜻하는 호흡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여기서의 호흡은 단순하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산소를 공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노래를 부르거나 관악기를 연주할 때 길게 소리를 끌고 나가기 위한 부분도 있겠지만, 여기서 호흡은 시간적인 의미에서의 협업처럼 일정한 기준을 두고 서로를 맞추고 연결하는 하나의 시그널을 의미한다.



여러 명이 함께 춤출 때 맞춰나가는 호흡 말고, 발레에서 혼자 춤을 출 때 존재하는 호흡에 대한 논제를 생각해보자. 발레를 할 때 호흡을 끌어올린다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반대로 한국 무용에서는 호흡을 떨어뜨리고 누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쯤 되면 알듯 말듯한 말장난 같은 기분이 든다. 단순히 호흡을 드는 것이 들숨과 날숨의 조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교해보면 한국 무용에서는 ‘텅’하는 장구 소리나 장단을 주는 사람의 추임새와 함께 순간 어깨가 툭 떨어지고, 몸 전체가 털썩 주저앉는듯한 움직임이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한국인의 오래된 전통적 정신중 많은 부분을 메우며 자주 통용되는 ‘한’이라는 정서와 깊은 연관이 있다.

반면 서양 순수 무용 예술의 대표 장르인 발레에서는 몸을 최대한 끌어올려 곧고 길고 높게 하기 위해 풀업(pull-up)을 강조한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정말 올라가기 위해 토슈즈를 신은 채로 가장 높은 곳에 머무르는 것을 실질적으로 구현한다. 동작 중에도 높고 오랜 시간 동안 체공 상태를 유지하는 점프를 당연히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까지 언급된 여러 호흡을 정리해보면 발레에서 혼자서 동작을 할 때 숨을 쉬는 호흡, 끌어올려 풀업 하는 호흡,  숨 쉬는 것을 잠시 참고 위에 머무르려는 호흡, 스스로 타이밍을 조절하려는 호흡 등 꽤나 다양한 의미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오늘은 자신의 움직임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호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발레 용어에서 ‘내려간다’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바 워크에서 가장 처음 시작하는 플리에(plié)는 구부린다는 의미로 무릎이 구부러지는 것을 뜻한다. 용어에서조차 내려가는 것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지만, 올라가기 위한 준비의 단계로 제일 중요하고 제일 처음으로 시작하는 동작이 플리에다. 플리에를 하고 드미 포인트로 서는 동작의 과정을 를르베(relever)라고 한다. 앞의 re를 빼고라도 lever로도 ‘오르다’라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접두사 re, 즉 다시의 의미를 붙여 사용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올라가 있는 드미 포인트 또는 토슈즈를 신고 앙 뿌앙(en point) 상태로 ‘올라서 있는 상태가 시작점이 되어 다시 올라서다’라는 의미다.

정리하자면  올라서 있는 업 상태에서 단순히 정박자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내려갔다가 빠르게 다시 올라서야 한다. 바닥을 찍는 순간이 짧다. 음악으로 말하면 싱코페이션(syncopation, 당김음)이 몸에서 리드미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호흡을 위에서 유지한 채 마치 위에서 누군가 끌어올려주듯이 동작을 해야 한다.



꼭 업 상태에서 다시 올라설 때만 를르베(relever)라고 하지 않는다. 플리에(plié) 상태에서 몸은 여전히 풀업을 유지한 채 무릎만 굽히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바로 를르베로 올라설 수 있다. 이 동작의 몸의 느낌을 묘사한다면 순간적으로 한 번에 빠르게 올라서기 위해 상체는 마치 끌어올리듯 풀업을 유지하려 몸을 꼿꼿이 세우고 하체는 강하고 빠른 바운스를 느끼며 한 순간에 올라선다. 누가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 템포가  익숙해지면 자연적으로 이러한 시퀀스가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이 동작을 할 때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거나 몸이 과하게 밑으로 눌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때 상체에서는 풀업이라는 위로 올리는 의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grab a 'it' moment

여기서 호흡의 타이밍을 알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해보겠다. 체중계에 올라서서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빠르고 강한 반동으로 체중계를 눌러보자. 누구나 상상할 수 있듯이 순간 체중계의 바늘이 자신의 체중보다 훨씬 많은 무게를 가리키고 다시 자신의 원래 체중으로 돌아온다. 만약 상체의 위치적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체중계의 무게 차이가 크게 하려면 하체에는 더욱 강한 힘을 줘야 가능하다. 이때 드미 플리에(demi-plié ) 상태에서 한다면 관절 자체에서의 반발력을 이용하여 조금 더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뒤꿈치가 바닥에서 약간 들려진 상태에서 하면 또 좀 더 강한 힘을 느낄 것이다.

이때 몸의 중력선(line of gravity)을 최대한 중앙으로 집중하여 발바닥 전체가 몸의 중심을 느끼고 지지하는 자세로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더욱 한 곳으로 중심을 집중하기 위해 발끝 쪽, 즉 종자뼈쪽으로 체중을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코 뒤꿈치를 들라는 얘기는 아니다. 보통 플리에를 할 때 바닥에서 뒤꿈치를 떼지 말라는 지침은 관절의 구부러지는 폭이 최대치가 되지 못함에 따라 근육의 최장에서 최단까지의 수축 운동 폭이 짧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점을 충족시키면서도 최대치의 반발력을 얻어낼 수 있게 발 뒤꿈치가 0.1mm만 들린다는 의지로 해보자. 그러면 단순히 뒤꿈치가 들려 동작을 할 때 관절 유동범위가 줄어들지 않은 채로 효과적인 동작을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신체 내부의 바운스를 느끼며 동작을 수행하며 하체에 집중해보자. 그러면 체중계의 바늘이 최대치에 이르는 시점에 가장 강한 반발력, 즉 작용에 따른 반작용의 최대치의 힘을 느끼며 올라서는 동작이 실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춤 좀 춘다고 하는 프로 무용수들의 춤을 볼 때 발을 집중적으로 관찰해보면 이미 이러한 패턴을 사용한다. 이러한 동작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다 보면 무용수의 세련되고 정리된 ‘호흡’이 어느새 자신에게 제대로 학습화되어 직관적으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춤을 볼 때 전체적인 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모든 동작을 분절해서 하나씩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대로 사용된 호흡 타이밍은 춤의 모든 동작과 정확하고 유기적인 싱크로를 보여준다.



미들 점프, 그랑 점프에서의 타이밍

업을 하여 발끝으로 올라 서거나 빠른 알레그로 점프 혹은 페르메(fermé)와 같이 누르는 것이 강한 미들 점프, 순간 가장 강한 힘을 사용해서 크고 높게 오랫동안 공중에 머무르게 하려는 그랑 점프를 뛸 때에도 바닥을 느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때 무조건적으로 발바닥 전체가 꾸욱 바닥을 눌러 발바닥이 지면과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몸의 중심을 느끼고 그 중심이 한 점에 이르렀을 때 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는 몸의 정렬을 조절 유지하고, 그것이 다음 동작으로 연결될 때 정확한 중심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바닥 전체, 발끝까지 느끼며 사용해야 한다. (발바닥 사용하라고 하면  골고루 통째로 작용된다는 시그널 자체가 잘못된 동기화다)

음악의 템포의 특성에 따라 동작과 음악에서의 박자의 포인트에 맞춰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악적 박자의 포인트에 맞춰 악센트를 주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는 음악 포인트 전의 반박자 혹은 그 훨씬 이전에 힘을 주면서 동작에 필요한 악센트를 찾아야 한다.


그랑 제떼는 동작을 하는 사람이 느끼는 악센트와 관객 입장에서 시각 청각으로 느끼는 악센트와는 차이가 있다. (모델 : Alina Nanu, 사진 : 김윤식 / ⓒ김윤식 2018


예를 들어 톰베 피케 아라베스크(tomber piqué arabesque)를 할 때는 대부분 음악의 첫박자에 아라베스크가 보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때 라인이 한 번에 음악적 악센트와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시원한 감동을 받는다. 그러기 위해 팔의 포지션과 하체의 동작과 몸 전체의 라인과 중심을 느끼는 균형감을 느끼는 상태를 유지한 채 정확한 중심이동 등, 이 모든 요소가 음악의 엑센트와 맞아떨어져야 한다.

박자로 설명하자면 3/4박자 음악(원투쓰리, 투투쓰리)을 사용할 때 보통은  7둘셋, 8둘셋, 그리고 새로운 첫박자 1둘셋의 1에 정확하면서 안정화가 된 확실한 아라베스크가 보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과 함께 보이는 청각적 시각적 악센트는 첫박 1에 아라베스크를 서는 오른발에 있지만 몸에서 느끼는 중심의 악센트는 보통 전박자의 (준비 박자) 8의 셋에  플리에를 하고 있던 왼발에 있어야 한다. 몸에서 느끼는 악센트를 갖는 힘은 음악과 함께 시각적 악센트와 일치하지 않고, 개인적인 근력과 순발력의 차이에 의해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확실히 그 이전에 세팅이 되어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지젤 리허설 전 클래스 (사진 : 김윤식 / ⓒ김윤식 2018)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점프 동작에서는 좀 더 민감하게 음악 템포의 엑센트와 몸의 악센트가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좋은 동작이 나온다. 주로 규칙적인 음악 템포 중에 반복적인 동작을 리드미컬하게 진행하기 위해 또 동작의 변화 또는 같은 동작의 반복이라 할지라도 동작들 간의 비교를 통해 강조를 하면서 다음 반복적인 동작들로 전환을 위해 순간 의도적으로 변칙적인 악센트를 사용하기도 해야 한다. 음악과 제대로 밀당을 해야 한다. 

단,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음악에 끌려다닐 것인지 자신의 신체 리듬에 음악을 갖다 쓸 건지 잘 선택해야 한다. 둘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대한민국

이론 감수 : 최세영 @대한민국

사진 : 김윤식 @체코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이전 08화 그대, 여전히 남과 비교하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