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발레 흉내 말고, 진짜 발레를 하자

그럴듯한 흉내는 가라. 진짜와의 조우가 시작된다.



올해로 취미발레 입문한 지 햇수로 9년 차가 됐다. 물론 나보다 더 일찍 취미발레에 입문한 사람도 많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현재 내가 하는 고민들을 이미 하고 단계를 넘어선 사람들도 있을 거다. 굳이 이렇게까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한지 좀 됐으니 내 경험이 맞거던?’ 이딴 꼰대 같은 소리를 늘어놓으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 오히려 희망에 가득 차서 발레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근본적인 부분들이 해결 안 되는 답답함에 몸부림치다가 공부를 하게 되고, 글을 쓰게 된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나름 이 바닥에서 뚝심 있게 한 우물을 파며 발레를 하다 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것이 보인다. 취미로 발레를 하는 사람의 성향은 대부분 집요하고, 자신을 더욱 알기를 원하며, 발레를 배우기 전에 흔히 말하는 격렬한 운동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사실 발레는 작정하고 짧은 시간에 격렬하게 운동하는 스피닝, 복싱, 테니스 등과는 느낌이 다른 분야다. 물론 발레 클래스에 집중을 하면 땀이 많이 난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죽기 살기로 땀 빼려고 발레를 시작했어!’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요가나 필라테스 기분이 나지만 음악을 들으며 좀 더 춤을 추고 뭔지 모를 발레다운 로망을 꿈꾸며 시작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여기서 발레라는 분야를 선택한 사람들의 감성 취향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렇게 타 운동 분야에 특별한 관심이 없고, 진짜 우아하게 운동 삼아서 발레를 시작했다가 훅!! 들어온 경우,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 연재의 1화 시작부터 지금까지 강조하는 것은 <몸에 대한 바른 이해와 학습>이다. 성인이 돼서 발레를 시작하고 열정을 가진 것까지는 좋은데 취미발레가 열풍이 있는 것에 비해 신체 무브먼트의 기전에 관한 학습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구전설화나 극단적으로는 카더라 통신처럼 정확하지 않은 온갖 종류의 메소드가 취미발레인들 사이에서 맹렬한 열대성 저기압으로 형성되어 ‘묻지 마 태풍’으로 불어닥치고 있다. 누군가 어떤 동작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올리면 무작정 따라 하기부터 질문 공세가 쏟아지고, 지역별로 특화(?) 된 온갖 답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그중에는 맞는 것도 있지만, 상당히 잘못된 정보도 넘쳐 난다.

만약 발레가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편리한 사용법을 쉽게 알기 위한 방법이라면, 온갖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발레의 결론은 자신의 몸에 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건강하게 즐겁게 발레를 하기 위해서 시작했다면 절대 이 부분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산낙지와 활어회. 징그러워서 못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잘 먹는 사람 쪽이다. 뭐 낙지의 마음까지 이해할 수는 없기에 토막 냈을 때 아파요, 안 아파요 이런 변태스러운 질문은 삼가겠다. 활어회도 마찬가지. 개인적으로 활어회보다는 살짝 숙성된 회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바닷가나 수산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싱싱함을 내세우려고 펄떡이는 활어를 잡아서 그대로 회를 뜨기도 한다. 뼈 위에다 떠놓은 회를 얹어놓는데 생선의 입이 뻐끔거리면 이건 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회만 떠서 접시에 담아주지…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오늘의 주제는 산낙지와 활어회가 아니다. 얼마 전 낙지볶음을 하려고 마트에서 낙지를 손질해줬는데 집에 와서 요리를 하려고 하는데도 토막이 그대로 살아서 꿈틀거린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인간의 근육이 기억력을 가지는 게 아니라 대뇌에서 내린 명령을 근육이 이행하는 거다. (여기서 뜨거운 것을 만지거나 무릎 아래를 치는 신경계 반사 실험 같은 무조건 반사 경우는 제외하자. 발레를 무조건 반사로 이행하지는 않으니까…) 만 8년 동안 발레를 하면서 무엇인가 잘 안되면 내가 스스로 착각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하다 보면 몸이 알 것이다.’ 그래서 그랑 줴떼도 무한반복으로 뛰고, 아라베스크도 죽기 살기로 연습하고, 피루엣도 멀미날 정도로 돌아봤다. 왜 나의 그랑 줴떼는 높이만 들입다 높고 뛰어도 폼이 나지 않으며, 아라베스크는 하긴 하는데 다음 동작 연결할 때 엄청 비루하게 움직이고, 피루엣을 하긴 해도 깔끔하지 않을까? 남들은 잘한다고 해도 나는 알고 있었다. 어느 정점에서 멈춰버린 그 상황. 아무리 열심히 해도 더 이상 향상되지 않던 내 실력.

내 마음, 당신 마음, 우리 마음. 힘들어도 다시 시작. (모델 : 이상은, 사진 : 김윤식 / ⓒ김윤식 2018)


이유를 분석하다가 알게 됐다. 그건 바로 내가 몸의 움직임을 관할하는 대뇌 및 신경계를 무시하고, 마치 무조건 반사처럼 운동을 해왔던 것이다. 마치 토막 난 산낙지나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도 입만 뻐끔거리던 생선처럼… 참고로 예전 공부한 것 잊었을까 봐 설명을 하자면 무조건 반사는 감각기가 대뇌까지 가지 않고 척수에서 바로 반응기로 가는 매우 짧은 경로다. 팔꿈치나 무릎 아래 부분을 치면 찌릿하면서 움직이는 그런 현상이다. 나에게 발레 음악은 매우 익숙해져서 음악만 나오면 템포에 맞춰서 몸을 마구 사용하는 경지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계속되는 셀프디스 고백문이니 이렇게 발레를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비유법에 기분 상하지 말기를 바란다)

2년 전 심각한 부상 이후 나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도래했다. 집요하게 몸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특히 재활 운동을 하면서 내가 내 몸을 정말 무지하게 사용했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이전에 발레를 한 것은 발레가 너무 좋은 나머지 종만 울리면 먹이를 기대하며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멍멍이처럼 조건화가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체의 구조와 동작의 정확한 방법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부터는 마냥 좋은 감정의 부분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게 됐다. 우선 무릎 상태가 좋지 않으니 이전처럼 뛸 수도 없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육, 인대, 힘줄에 집중하고, 제대로 된 정렬을 위해서 노력하게 됐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정렬을 제. 대.로 맞추는 작업이 풀업(pull-up)이다. 풀업을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몸의 정렬을 제대로 맞추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발레를 할 때 무조건 몸으로 따라 하지 않는다. 눈으로 정확히 보고 대뇌에서 제대로 인지를 한 다음에 근육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움직인다. 현재 감수를 해주는 발레계 간달프 선생님은 종종 그런 말을 한다.

“마킹이 자신의 실력이자 현 상태입니다.”

보통 클래스 중 마킹을 할 때 순서를 외우느라 대강대강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설렁설렁하는 마킹만 봐도 그 사람의 기본기를 바로 알 수 있다는 이야기. 맞는 말이다. 몸을 바르게 사용하려면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인지가 이루어지기 전에 절대 몸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자. 발레는 척수 언저리에서 명령을 내리는 무조건 반사 운동이 아니다.



건축에 조적조(組積造)는 돌, 벽돌, 콘크리트 블록 등을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드는 구조를 말한다.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축 공법 중 하나다. 벽돌을 쌓아 올릴 때 수평 수직의 줄눈을 제대로 놓고 쌓아 올려야 무너지지 않는다. 건축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조적 벽의 높이가 제법 올라갔는데 조금 멀리서 바라보니 어딘지 모르게 삐뚜름하다. 처음 예상한 수치와 무언가 다르게 나왔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계속 쌓아 올리면 결국 그 구조물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벽돌과 벽돌 사이를 메우는 모르타르도 중요하고, 위에 있는 벽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아래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벽돌들이다.

지금 당신의 발레 현주소는 어떤가?

옆 사람 바라보며 혹은 자아도취에 빠져서 닥치고 직진만 하고 있다면, 잠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바란다. “기초는 어릴 때부터 배운 사람이나 탄탄하지, 우리는 해도 안돼. 발레 그냥 즐기면서 할래~”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면 2-3년이 지나도 현재와 비슷한 실력을 갖게 될 것이다. 주변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몸이 기억하게 된다는 말은 믿지 말자. 이건 그냥 당신을 위로하기 위한 솜사탕 같은 언어라는 것.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알지 않으면 백날 해도 몸은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수록 이상한 방법만 습관이 들게 된다. 이런 나쁜 습관은 고치기도 힘들다.


취미발레지만 진짜 고수를 꿈꾸는가?

느리더라도 옳고 건강한 발레를 하게 되면 발태기란 용어는 딴 나라로 추방시켜도 될 것이다. 취미발레인 선배로서 이거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취미발레지만 진짜 고수를 꿈꾸는가? 제대로 리셋하고 차근차근 쌓아나가라고 하고 싶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진짜 발레를 위한 준비. 이제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사진 : 김윤식 / ⓒCzechnationalBallet 2019)


**전문가의 한 수


감수 : 최세영 (무림의 진짜 고수, 발레계의 간달프)

”주제 : 진짜 타이밍으로 학습해보자. 그랑 줴떼 앙 뚜르낭(grand jeter en tournant)”


인간의 눈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각막과 수정체에 통과시켜 안구의 뒷면 망막에 상을 맺고, 이것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켜 시신경을 통해 뇌로 보내 정보를 식별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동물의 종에 따라 이 기관의 성능은 하늘을 나는 매와 땅 속 두더지처럼 많은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인간 사이에서도 인종이나 환경에 의해 편차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넓은 평야의 이목 생활에 맞게 발달되어 평균 시력이 3.0이라고 알려진 몽골인을 들 수 있다. 그에 비해 도시인들의 시력은 현대 문명의 발달로 인해 그 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닉 하게도 과학문명 발달로 인해 도시인들이 일반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인간의 눈은 주변 사물의 식별과 움직이는 물체의 감지 등 수많은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하도록 발달되어있다. 예외적으로 종종 ‘손은 눈보다 빠르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일정 이상의 속도나 순간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착시를 유발할 수 있는 조건에서는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나 자전거 바퀴의 회전이 그 속도에 따라 회전 방향이 달리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평면 위의 인쇄물을 3D 입체 이미지로 보이게 하는 ‘매직아이’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선보인 레전드 스탭, 문워크는 실제적 상황과 전혀 다른 현상으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영화 필름의 일정 프레임 사이에 팝콘을 연상하는 이미지를 끼워 넣어서 무의식적으로 팝콘의 판매량이 증가하게 했던 잠재의식 광고(Subliminal Advertising)도 우리의 이미지의 오류에 관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광고 기법이 금지되니 요즘엔 아예 대놓고 드라마에서 PPL(Product Placement)로 광고를 한다. 모든 맥락은 시각적 착시를 이용한 무의식적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주변 상황을 시각적으로 수집하는 인간의 눈과 그 정보를 처리하는 뇌는 주어진 조건에 따라 신기루를 보는듯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무대 예술 분야가 그렇듯이 발레 역시 객석에서 보는 관객의 시점에서 고안되고 발전됐다. 그렇기에 연습실에서 포즈와 동작은 배우고 완성시켜 나가기 위해 자신의 전면에 위치한 거울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발레를 처음 배울 때는 대부분 자기 자신이 아닌 선생님의 뒷모습이나 클래스에서 조금 더 실력이 좋아 보이는 원생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게 된다. 이후 어느 정도 동작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동작 연결의 패턴을 파악하여 순서를 외우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거울에 비친 앞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여기서 좀 더 발전하면 비로소 거울에 비친 자신의 포즈와 동작을 보며 여러 가지 유의점에 대해 고려해 가며 연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과정이다.


시선의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동작이 보이는 현상이 다양하게 느껴진다. 발레 포즈와 동작은 전면(객석에서 바라보는 모습)에서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을 만들기 위해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2D가 아닌 3D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마치 IQ 테스트 중에서 공간인지 능력 테스트 문항에 있는 쌓여 있는 블록 맞추기. 즉, 보이지 않는 부분을 짐작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다각적인 관점을 갖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거울에 비친 전면의 모습뿐 아니라 위에서 바라본 평면도, 신체를 옆에서 보는 측면도, 바닥에 유리가 있다고 상상하고 발의 동작까지 투영하는 밑면도까지 동시에 생각하면서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급 이상 레벨이 되었다면 훼떼(fouetter) 동작을 바에서부터 연습하여 센터까지 실행해 나가는 것을 예로 설명해 보겠다. 훼떼(fouetter)의 뜻은 ‘채찍질하다’이다. 그랑 빠 드 두 중 남녀 주역들이 코다 부분에서 한 다리로는 계속 서서 를르베를 하고 나머지 한쪽 다리로 마치 채찍질을 하듯이 움직이며 제자리에서 돌아가는 동작을 떠올릴 것이다. 이 동작 말고도 한쪽 다리를 차 올리면서 동시에 드미 포인이나 점프를 하고 내려오는 과정에 몸의 방향을 180도 바꿔 올라가는 몸의 방향과 착지할 때의 몸의 방향이 바뀌는 동작도 훼떼(훼떼 소떼 앙 뚜르낭, fouetter sauter en tournant)라고 한다

이후에 그랑 줴떼 앙 뚜르낭(grand jeter en tournant)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동작 중 하나다


"글로 배우고 이미지로 학습하는 그랑 줴떼 앙 뚜르낭(grand jeter en tournant)"

동작을 배우고 연습하기에 앞서 이전 제1화로부터 지금까지 언급되었던 바로 서기, 중심 컨트롤,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 타이밍 그리고 다각적인 시각의 관점 등 이 모든 것을 깊이 숙지하고 동작을 시행하길 권장한다. 처음 이 동작은 바에서 연습한다. 단, 동작이 시작되는 포지션과 동작을 마치고 마무리되는 시점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왼손 바 경우다) 왼다리가 디딤발이 되고 오른 다리가 움직이는 다리일 때 동작이 처음 시작하는 시점에는 오른 다리가 앞으로 차 올려지고 마무리 단계에는 몸 방향은 시작의 반대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차 올렸던 오른 다리는 여전히 그 방향에 남게 되고 몸통으로부터 뒤에 위치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다리가 뒤로 들려진 아라베스크 자세로 동작이 마무리된다.


본격적으로 동작을 연습하기 위해 우선 오른 다리가 왼다리의 발 뒤꿈치를 스쳐 지나가 연속적으로 교차되는 발랑스와(balançoire, swing) 동작을 해본다. 이때 움직이는 다리가 앞뒤로 교차될 때마다 두 다리 고관절의 움직임과 느낌을 인지하면, 움직이는 다리의 고관절이 잘 움직여짐과 동시에 서있는 다리가 잘 고정되기 위해 그저 단순히 힘만 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동작을 알기 위해서는 당연히 바를 잡고 있는 왼손을 이용하여 중심을 컨트롤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움직이는 다리가 앞뒤로 교차될 때마다 발생되는 중심의 변화와 관성을 캐치해야 한다. 그리고 작용에 따른 반작용의 힘에 상응하여 버텨낼 만한 중심축의 이상적 보상과 리드미컬한 상체의 전환, 상, 하체의 트위스트를 만들어내는 골반회전각(PRA)을 이용한 토션(torsion) 등의 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몸통, 골반, 허벅지, 종아리를 이루는 큰 근육들의 힘을 느끼며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발바닥의 종자뼈가 바닥을 지지하며 족저근의 적극적 사용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중심축을 컨트롤하며 중심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위의 순서에 따른 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동작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한 후 이제부터 동작을 시행해 본다. 처음에 언급한 시작과 마무리의 포지션은 동작을 서술적으로 풀었을 때, 말 그대로 맨 앞과 끝의 한 점이고 중간의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 서있을 때 뒤에 있던 다리가 서있는 발의 뒤꿈치를 스치며 지나가고 앞으로 뻗어지면서 몸이 다리와 함께 방향을 바 쪽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때 힘을 주면서 실질적으로 돌기 전에 오른 다리를 옆으로 하여 바 쪽으로 서보고 다음은 역시 오른 다리를 뒤로 하여 처음 시작과 반대 방향으로 서본다. (다리를 앞으로 둔 채 몸통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바를 향해 돌면서 처음과 반대의 방향으로 서서 마무리되는 상황이 된다. 이때 각 위치마다 서있는 다리와 움직이는 다리의 힘의 균형을 조절하고 유지해본다.

그러고 나서 다시 서는 다리와 몸의 방향은 처음의 방향에 그대로 유지한 채 방향을 바꾸지 않고 오른 다리를 앞에서부터 옆을 지나 뒤에 이르게 하는 몸을 기준으로 반원을 그리는 듯한 그랑 롱 드 장(grand rond jambe)을 해본다. 이때 다리의 높이는 앞에서부터 점점 높아지는 점진적인 차이를 갖게 하고, 앞은 15도, 옆은 45도, 뒤는 90도에 가깝게 들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골반을 앞으로 기울여 쓰러뜨리지 않도록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 위치마다 ‘고관절의 움직임을 이용한 최대의 턴아웃’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에는 팔 동작이다."

팔은 왼손은 바를 잡고 있다가 동작이 시작되면 양팔을 2번 팔 포지션의 알롱줴(allonger)에서부터 낮은 1번 팔 포지션을 hook up 하듯이 빠르게 지나 바로 3번 팔 포지션을 만들고, 연이어 마무리 포지션의 팔에 해당되는 1번이나 2번 아라베스크에 사용되는 양팔의 조합으로 포즈를 마무리한다. 머리의 방향 시선은 동작 중 각 과정마다 몸통이 바라보는 방향과 일치되게 유지하고, 최종적으로 동작이 마무리되고 바라보는 방향에 시선을 두도록 한다.

이 동작은 서 있는 다리의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발바닥과 발목의 사용만으로 드미 뿌앙으로 업(up)하며 할 수도 있고, 다리가 굽혀지면서 를르베(relever)하면서 업(up)으로, 또는 다리를 굽혀 점프를 하면서도 가능하다. 플리에를 해서 업을 하거나 점프를 할 때는 서있는 다리가 굽혀지기 때문에 움직이는 다리가 서있는 다리의 뒤꿈치를 스쳐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두 다리가 동시에 굽혀지면서 동작을 해야 한다. 이때 움직이는 다리는 바닥을 쓸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찰력이 제로에 해당되게 매우 매끄럽게 바닥을 스쳐 지나가게 하면서 동시에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왼다리는 제9화에서 다뤘던 호흡의 타이밍을 사용하여 발과 지면과의 강한 반발력을 발생시키는 순간을 찾아내야 한다.


위의 모든 과정이 어느 정도 머리와 마음과 몸으로 정리가 되면 비로소 동작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직접 동작을 해보면 생각처럼 몸과 마음이 쉽게 조절이 안된다. 특히 하나! 둘! 하면서 단순히 두 번의 구령에 모든 동작을 맞추려고 하면, 몸이 뒤틀리거나 점프 후에 착지할 때 바닥과 강하고 무거운 무게감으로 쿵~ 떨어지게 된다.

무조건적인 반복 연습이 아닌 발에서 몸에서 팔에서 각각 느끼는 타이밍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정점을 찾도록 노력 해야 한다. 이 동작을 할 때 타이밍에 관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왼발이 지면 바닥과의 강한 반발력을 느끼는 순간 왼발의 모든 관절을 최고의 강한 힘과 빠른 속도로 동시에 펴면서 뛰어올라야 한다. 이때 오른발은 왼발이 점프를 하는 시점에 왼발을 스쳐 지나가야 한다.

여기서 보통 실수를 하는 부분이 오른 다리를 계속적으로 앞을 향해 끝까지 차올린 이후에 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부터 오른 다리가 앞과 옆 뒤로 순차적으로 방향이 바뀌도록 몸과 디딤발은 점프와 동시에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점프를 하여 최고점에 다다르기 이전에 이 과정이 끝나야 하며 점프의 최정점의 상태에서 이미 마무리될 포지션에 해당되는 팔의 조합을 갖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지침에 따라 거의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가까운 순간에 통합적으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정확한 방법 숙지 이후 반복적 연습을 통해 숙달돼야 한다.


그녀의 춤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 (모델 : 이상은, 사진 : 김윤식 / ⓒ김윤식 2018)


발레 동작은 우리가 직설적으로 받아들이며 느끼는 현상 이면에 숨겨진 무수히 많은 원리가 존재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되는 것이 아니다. 숲을 봐야 한다며 나무 만을 보는 근시안적인 관점과 사고는 많은 오류를 남긴다. 때로는 아주 예리하게 보이지 않는 곳도 찾아서 봐야 한다. 우리의 눈과 뇌는 어떠한 조건에서는 너무나 쉽게 착각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현상이 아닌 원리를 보도록 하자. 움직임을 이루는 논리적인 과정과 방법을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머릿속 상상의 동작을 그리고, 그것을 몸으로 실현시키는 과정이 무용실에서의 연습이다. 또한 이 과정이 철저히 지켜져야 진정으로 건강한 발레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대한민국

이론 감수 : 최세영 @대한민국

사진 : 김윤식 @체코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사진 : 김윤식 / ⓒ김윤식 2019


드디어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항상 그렇듯이 연재를 마치면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공존합니다.

10주간 한 주도 거르지않고, 정확한 이론을 위해서 밤을 새우며 감수를 도와주신 발레계 간달프이자 제 사부인 최세영 선생님께 가장 감사드립니다.

늘 그렇듯 한 번도 마감을 어기지 않고, 이역만리 타국 체코에서 최신 버전, 최고의 사진을 전송해주신 김윤식 작가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더군다나 김윤식 작가님은 2019년 체코 국립발레단 공식 캘린더 작업을 하며 전시회도 성황리에 개최했습니다. 발레리노이자 작가로서 입지를 굳히는 윤식 님의 소식에 협업하는 동료로서 기쁜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연재를 이끌도록 크게 호응해주신 독자분들, 격려의 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주신 소소한 팬 분들께도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연재를 마치고 조만간 좀 더 깊고 다양한 내용으로 다르게 독자분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2019년은 취미발레 윤여사이자 윤지영 작가인 저에게 큰 변화의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이 기대하셔도 좋고, 앞으로도 계속 성원해주시고 꾸준하게 힘을 실어주세요. 조만간 새로운 소식과 글로 또 만나요!!


이전 09화 인생도 타이밍, 발레도 타이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