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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_부상은 몸에서 보내는 고장 시그널

누구나 궁금하지만 함부로 묻기 싫은 진실을 논하다



몸은 기계와 같다. 아니 정교한 기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도 섬세한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는 무수한 기계가 일상생활 중에 사용된다. 소형 가전제품부터 덩치가 큰 제품들이 늘 우리 곁에 있다. 오늘은 인간의 몸을 자동차에 비유할까 한다. 몸에 비유하면 누군가는 이런 예를 들어서 반문하기도 한다.

“운전을 한다고 자동차에 대해서 다 알 필요는 없잖아요. 기계적인 부분은 전문가들이 대신해주고, 우리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더욱 발전시켜주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새 차를 출고하고 어떤 주인을 만나서 처음 1천-2천 km를 어떻게 주행하느냐에 따라서 그 차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흔히들 “차 처음 뽑고, 길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되도록이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보다 일정한 속도로 장거리를 달려주고, 급제동, 급발진을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차에 좋다. 차를 더욱 아끼는 사람이라면 트렁크에 짐을 잔뜩 싣고 다니는 일도 하지 않고, 엔진오일이나 미션오일, 브레이크 패드 등 자동차의 많은 중요 부분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수시로 점검을 할 것이다. 수시로 힘들다면 정비센터에서 오라고 하는 적어도 5천 km 주행마다, 또는 6개월 이내로 정기점검을 해야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점검을 잊고 지내면 한동안 자동차는 어떻게든 굴러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황당한 고장으로 차가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처음의 논제로 돌아가자.

취미발레인을 포함한 모든 발레인들에게 부상은 치명적인 상황이다. 여기서 아주 불편한 이야기를 몇 개 하고자 한다. 취미발레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 부상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약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밝히고, 바른 몸 사용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자.

상황 1) 발레가 너무 재미있고 좋은데, 발레 하다가 부상이 생기면 주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씩들 한다. “아니 그러니 누가 나이 먹어서 그렇게 발레 열심히 하래?” “너 발레 선수해서 대회 출전하려고?” (나도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심지어 같이 발레 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다친 것도 속상한데 더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조심스레 워워~시키지만, 결국 그렇게 몸 과도하게 쓰면 남는 건 골병 밖에 없다고 우회적으로 말하면 진짜 출구 없는 터널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조언도 일부 맞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이제 발레 좀 그만해!”란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서 소소한 부상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자가 최면을 거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상황 2) 부상은 마치 발레를 진짜 열심히 하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선입견이 있다. 마치 부상을 훈장처럼 여기는 경우인데 난 이것이 상당히 위태로운 생각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것에 익숙해진 취미발레인들은 부상을 간과하고 진짜 프로 무용수의 통과의례인 것처럼 여기고 다치고 나서 얼마 안 있다 또 말도 안 되는 동작을 여전히 하고 있다.


상황 3) 부상으로 인한 통증은 놔두면 좋아진다고 여기는 거다. 물론 운동으로 인한 가벼운 근육통은 며칠 쉬면서, 또는 운동으로 살살 달래면 오히력 근육이 강화된다. 그러나 몸을 잘못 사용한 결과로 인한 부상은 엄연한 부상이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고, 놔두고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몸을 쓰면 ‘반. 드. 시 부상은 재발한다.’ (이건 불길한 예고편이 아니라 엄연한 팩트다)



몇 년 전만 해도 취미발레가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부상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리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수준도 그냥 가볍게 운동하는 개념이라서 눈에 띄는 부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취미발레인들의 인구가 늘고, 수준도 많이 향상되면서 실력도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발레에 막 입문한 사람들이 연차에 집착을 하면서 마구잡이로 몸을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다. 그리고 부상의 정도도 거의 발레단 프로무용수급에게나 생길법한 복합적이고 다양한 수준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SNS가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 동영상 등을 각자 올리는 건 자유지만 남들이 잘해 보인다고 무조건 생각 없이 그 동작을 따라 하거나, 제대로 된 레슨 없이 무한 반복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특히 자신의 신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토슈즈를 신거나 어려운 작품을 따라 하는 건 보는 입장에서도 허걱… 할 때가 종종 있다. (성인반 수업이 있는 학원 대부분은 괜찮지만, 일부 학원에서는 만학도 원생들의 활활 타오르는 열정에 등 떠밀려서 작품 주고, 콩쿠르 나가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인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고 좀 더 객관적으로 선을 그어줬으면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만큼 개인의 취향과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건 제대로 묻고 싶다.


기본적으로 몸을 잘 사용해야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 (사진 : 김윤식 / ⓒ김윤식 2018)


아프려고 발레를 시작했는가?

아니다. 누구든 건강한 몸에 즐거운 마음으로 춤추려고 발레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발레를 열심히 하는 당신이라면 부상 없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춤을 추고 싶을 것이다.



부상은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일까?

부상에 관한 긴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겠다. 뼈를 깎는듯한(실제로는 인대를 다치긴 했지만) 고통의 부상 이후에 나는 발레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비로소 철이 들었다.

2012년에 7월에 발레를 시작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정말 한 번의 결석도 없이 그렇게 발레를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심지어는 작은 수술을 겸한 검사를 하고 목에 실밥도 풀지 않은 채로 클래스에 참석할 정도였다) 2016년 10월의 사건의 그 날이 되기까지… 막내 운동회에 엄마들 줄다리기에서 우리 팀이 지면서 30명도 넘는 인원이 옆으로 넘어졌다, 순간적으로 나도 다른 엄마들에 깔려서 넘어졌는데 순간 왼쪽 무릎이 측면으로 뒤틀리며 작게 덜걱! 하는 느낌이 들고, 통증이 심했다. 다리를 절면서 걸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진 것도 속상한데 다리까지 아프니 더욱 속상했다. 며칠이 지나도 은근히 아파서 집 근처 정형외과를 갔다. 그때까지 병원에 안 갔던 솔직한 이유는 이전에 정형외과인 A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발레 하면서 소소한 근육통은 있었다) 의사 선생님들이 취미로 발레를 한다고 하면 은근히 겁을 주고, 몸에 상당히 무리가 간다고 하며 만류했기 때문이다. 그게 듣기 싫어서 일부러 안 갔던 거다. 줄다리기로 다친 이후에 간 정형외과도 A병원이 아닌 싫은 소리 하지 않는 다른 B병원이었다. ㅎㅎ 다행히 B병원에서는 힘줄과 근육이 좀 놀란 것 같다고 무리하지 말라며 물리치료와 약물처방을 해줬다. 나는 다시 기쁘게 발레를 다녔고, 그렇게 1-2개월을 다니는데도 왼쪽 무릎이 영 시원찮은 거다. 망설이다 마침내 그 싫은 소리 하는 A병원으로 갔다. A병원 선생님은 본인이 마라톤을 오래 했던 분이라서 운동 부상에 대해 훨씬 박식했다. 내 무릎 상태와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게 하고 듣더니 분명히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졌을 것이고, 인대도 손상이 있을 거라는 청천벽력 진단을 내렸다. (MRI를 찍기 전이었다) 그렇지만 수술까지 할 상황은 아니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권장했다.

청개구리가 들을 리가 있나? ‘발레로 꾸준히 하면 근력도 좋아질 거야~’ 난 또 그렇게 열심히 발레를 했다. 확실히 를르베 업을 하면 왼쪽 무릎에 힘이 안 들어갔다. 그러면 그냥 업 안 하고 그렇게 적당히 발레를 했다.

그러던 2017년 2월 초… 센터 수업을 받다가 오른쪽으로 뛰는 글리사드 아쌍블레를 하다가 내 귀에 확실히 들렸다. “뻑!!!” 왼쪽 무릎에서 나던 소리. 정말 수업 중에 “악!!!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고, 집까지 절면서 왔다.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그나마 왼쪽 다리라서 운전은 가능했다) 그 날 어찌어찌 아이들 돌보고 학원 라이딩을 마치고 밤에 들어왔는데 무릎이 두 배로 부어있었다. 걸을 수도 없었다. 다음 날 절면서 병원에 갔다. (싫은 소리 안 하는 B병원으로…) 예전에 힘줄이 놀랐네요~ 하던 선생님이 내 다리 상태를 보더니 심각한 표정을 짓고, 무릎에 물을 뺀다고 주사기를 꽂았는데 바로 피가 나오고… MRI병원으로 앰뷸런스 타고 이송되고, 나는 바로 전방 십자인대 완전 파열과 내측 반월상 연골판 열상 진단이 나왔다. 눈 앞이 캄캄하더라.

이후 십자인대 재건술과 반월상 연골판 봉합술을 겸한 수술을 하고, 1년은 재활 운동과 겸허함을 동시에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사실 발레만이 최고라고 여긴 오만함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그렇게 발레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내 몸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5년 여 동안 발레에 몸을 막 굴린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이 반성했다.

물론 줄다리기로 인한 첫 부상이었지만, 나는 선천적으로 전형적인 X자형(외반슬) 다리였다. 게다가 뒤로도 휘어있는(back knee, 반장슬)까지 겸한 다리 모양이라서 무릎인대가 정상범위보다 상당히 헐거운 상태였다. (이런 사실도 수술 이후 재활을 하면서 알게 됐다) 그런데 보통 X자 다리가 발레 하기는 좋다는 유언비어(?)에 정말이지 마음껏 더욱 X자가 발전되게 다리를 사용한 거다. 이런 잘못된 사용법이 후일 엄청난 부상을 동반할 수 있다는 상식에 무지했고 관심도 갖고 싶지 않았다. 원래 무식하면 무모해진다.

내 부상은 이미 줄다리기가 아니라도 예고된 것이었고, 몸의 구조를 좀 아는 주변의 조언에도 나는 귀 기울이지 않으며 ‘발레 사랑’만을 외치며 발레만 한 것이다. 내 몸이 아름다워지고 좋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어린이에게 차 키를 주고, 어때 하다 보면 감이 올 거야. 오른쪽이 엑셀레이터, 왼쪽이 브레이크,  D에다 놓으면 주행이고, 뒤로 가고 싶을 땐 R에다 놔. 아… 오토매틱이더라도 기어를 바꿀 땐 브레이크를 밟아야 돼. 주차하고 나서는 사이드 브레이크 걸고, 나와서는 잘 잠겼는지 확인해!

내가 발레 했던 상황이 딱 이런 거였다. 나는 발레를 정말 많이 안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내 몸을 모르고 있었던 거다. 머리 좋고 눈치 빠른 어린이가 어떻게 대충 길에서 운전을 한다고 치자. 빙판길이나 눈길에서는 4륜이 훨씬 유리하고, 아무리 오토매틱이어도 상황에 맞게 기어 변경이 필요할 때가 있고, 내가 운전을 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황을 파악하며 방어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주행 중 뭔가 경고등이 들어오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거다. 그냥 모든 상황 무시하고 내 갈길만 가겠다. 엔진오일, 워셔액, 경고등 따위 다 무시하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 불행하게도 차는 고장 나게 돼있다. 그리고 사소한 고장으로 큰돈을 들여서 차를 수리해야 한다.

나는 2017년 수술 이후 발레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그리고 빈 말이 아니라 욕심을 버리고 건강하게 아름답게 제대로 발레를 하고 싶다. 내 몸에 묵직한 로딩을 걸어서 남의 몸뚱이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만들어가면서 하고 있다. 아마 이번 연재를 시작한 계기도 부상 이후 바뀐 관점에서부터였다. 취미발레가 유행되고 너무 함부로 몸을 사용하는 추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라바야데르 리허설 (사진 : 김윤식 / ⓒCzechnationalBallet 2018)


당신 몸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부가티를 능가한다.

감히 기계가 인간의 몸과 어떻게 비교가 되겠는가?

뼈, 인대, 근육, 힘줄, 신경… 이 모든 조직이 웬만한 명품 자동차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매일 숨 쉬고 있는 명품 몸을 어떻게 대할지 궁금하다. 적어도 그 몸에 대해서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당신 몸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할지 언젠가 알게 될 거라는 기대는 버리길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몸을 더욱 아끼며 부상은 실력 향상의 지나야 할 터널이라는 착각은 버렸으면 한다.

부상은 내 몸에서 보내는 고장 시그널이다. 심각한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자…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전문가의 한 수


감수 : 최세영 (무림의 진짜 고수, 발레계의 간달프)

"주제 : 진짜 궁금했던 부상 유발형 동작과 습관을 파헤쳐보자”



요통

요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요통의 증상이 비슷하기에 원인이 다르고 진단과 치료와 재활이 다른데도 막연히 허리가 약해서 요통이 발생한다는 통설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작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상태로 수행할 경우 발레 동작중에는 요통을 유발할 동작들이 차고 넘친다.

그 몇 가지 동작 중 우선 깜브레(cambré)를 살펴보자.

특히 백 깜브레 동작을 할 때 크게 오해하는 것이 복근은 이완시키고 등근육은 수축하면서 수행한다. (발레 하면 유연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어서 허리를 뒤로 활처럼 확~ 휘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잘못하는 경우다. 열심히 하면서도 여전히 허리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단순 유동범위만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오히려 척추 기립근을 포함한 등 쪽의 모든 근육을 수축하여 허리를 꺾는데만 집중을 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 경우 복근은 약화되고 등근육 특히 척추 기립근은 지나치게 강직되어 몸통 앞뒤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요추의 과전만(過前彎)으로 인한 골반을 뒤로 기울이는 자세가 이어져 2차, 3차 문제를 일으킨다.

올바른 교정 방법 : 복근을 사용하여 마치 무거운 물체를 줄에 매달고 높은 곳에서 서서히 내리듯이 척주를 익스텐션 해야 한다. 즉, 복근의 원심성 수축(eccentric contraction)을 하여 배에 힘을 유지한 채 근육의 길이가 길어지는 움직임으로 수행한다.(단, 팽팽하게 버티는 수축이다) 올바른 동작을 위해서 우선 둔근을 수축하여 고관절의 신전, 즉 골반 자체를 뒤로 기울인 후 둔근에 수축을 준 채 순차적으로 복근을 사용하여 상체가 뒤로 전체적인 완만한 곡선을 유지하면서 그 곡선의 각도를 형성해나간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 주의할 점은 둔근의 수축이 풀리지 않게 유지하고 뒤로 넘어가 있는 상체를 복근의 구심성 수축 (concentric contraction)을 이용하여 끌어올리듯 수행한다.(참고로 둔근에 힘을 주어 동작을 실행하고 뒤로 넘어간 뒤 시험적으로 둔근에 힘을 풀어보면 요추 부분에 근육 부위의 무리가 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이것이 요통의 원인이라는 것을 간단하게 증명해준다.)

이는 근육이 지지해야 할 상체 무게의 부하를 뼈와 뼈를 지지하고 있는 인대가 온전히 다 받치고 있는 것이다. 인대가 해야 할 기능의 한계를 넘어서 과사용되고 요통의 원인이 된다.

또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인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동작 아라베스크(arabesque)

제5화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기립근을 사용하면 몸통 앞뒤 근육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된다는 설명을 했다.

아라베스크 동작의 보충 설명을 하자면 고관절을 신전(extension) 시킬 수 있는 둔근 특히 중둔근을 제일 우선 수축하여 그 최대 ROM(range of motion, 유동범위)인 45도까지 다리를 들어 올리고 이후 둔근의 수축을 유지한 채로 스탠딩 레그의 햄스트링, 복근의 수축을 유지한 채 골반의 앞으로 기울기를 이용하여 매끄러운 상체의 커브와 신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고관절 통증

통증에도 강도는 매우 다양하게 나뉜다. 고관절 주변에는 많은 연부 조직이 있다.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 뼈와 뼈의 위치와 유동범위를 제한시키는 인대, 그리고 여러 개의 근육의 말단인 힘줄 등이다.

이 각 부위에 따라 비교적 가벼운 힘줄에 염증이 생겨 나타나는 <건초염>에서부터 고관절을 이루는 골반뼈와 대퇴골의 인접 부위의 관절 자체의 염증으로 인하여 심각하게는 <조직의 괴사>를 초래하는 증상이 있다.

고관절 주변의 다양한 조직들이 각기 감당해야 하는 기능과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기능과 한계점을 벗어나 동작이 이루어졌을 때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아도 점차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만성적 부상을 초래한다.

특히 다리를 옆으로 차올리는 그랑 바뜨망을 할 때 고관절의 똑깍거리는 느낌과 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차가 놓여있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듯이 자동차가 곧게 또는 부드럽게 구부러져있는 도로를 따라 운행하듯이 고관절도 정해져 있는 루트를 따라 움직이게 동작을 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잘못 설정된 자세 상태에서 방향만을 옆으로(무리한 180도) 인식하여 바뜨망을 할 경우 관절의 이격으로 인하여 조직의 충돌에서 오는 이격음은 조만간 나타날 좀 더 과중한 부상을 예고하는 예고편에 해당된다.

이렇게 통증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이격음이 있다면 제1화에서 언급한 신체 전반적인 자세와 서있는 다리의 상태 골반의 위치가 유지된 상태에서 바뜨망을 수행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동시에 이격음이 나지 않는 방향과 각도를 찾아 동작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햄스트링 부상

햄스트링은 네 가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막양근, 반건양근, 대퇴이두근의 장두와 단두로 이루어졌다. 지나친 스트레칭으로 인해 대퇴이두근에 무리가 가거나 심지어는 염좌를 입을 수도 있다.

햄스트링의 위치 (Getty Image)

하지만 더욱 심각하게는 점프를 하고 착지하거나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어거지로 애를 쓰다 대퇴이두근이  파열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부상의 원인은 다리의 앞뒤 근육의 이상적인 근력의 비율 3:2 (사두근: 이두근)에 미치치 못하고 비정상적인 비율 9:1 이하의 상태로 동작을 수행하다가 발생하는 부상이다.

평소에 거의 앉아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에게 이두근의 약화는 슬픈 숙명 같은 존재다. 그렇게 약화된 이두근은 한 다리의 앞, 뒤, 내측, 외측을 골고루 사용하여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상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잘못된 방법으로 항진되는 악순환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상 예방법 : 이두근의 스트레칭에만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두근의 근력 강화와 외측과 전면의 사두근 만을 사용한 자세가 아닌 내측과 후면의 이두근을 균형 있게 사용하여 중심을 잡는 자세를 찾기 위한 별개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릎의 통증과 부상

무릎의 통증은 발레를 하며 쉽게 동반되는 대표적인 부상이다. 물론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많은 발레인들이 제2화에서 언급한 잘못된 턴 아웃의 습관으로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현재 자신의 무릎 관절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쉽게는 다리를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서있을 때 무릎뼈와 발끝의 방향이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평균 정상범위는 15도로 무릎뼈의 방향보다 발끝이 외측으로 향한다. 만약 이보다 더 큰 각도로 차이를 보인다면 뒤틀린 무릎 관절의 상태로 마치 문의 경첩이 틀어져 여닫을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내다 결국엔 경첩이 닳아 망가지는 사태가 무릎에서 일어나게 된다. 반월상 내측 연골판, 전방 십자인대, 또는 간헐적으로 후방 십자인대의 부상을 초래하기 쉽다. 우리의 몸은 관절 간의 접점 간에 이루는 각도에 대해서도 신경이 기억을 하고 움직임에 대한 명령을 내리게 된다. 즉, 현재 실질적으로 뒤틀려있는 잘못된 방향을 바른 방향으로 인식하면 해당 조직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올바른 교정 방법 : 양발을 골반의 넓이만큼 벌리고 나란히 선다. 발을 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을 하고 무릎의 방향이 발끝의 방향과 일치할 때까지 고관절에서 턴 아웃을 강하게 한다. 어쩌면 무릎에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그 자세를 유지한 채 고관절, 무릎, 발목을 일정한 비율로 동시에 구부려서 스쿼트 동작을 실시한다. 이때 특히 무릎이 서로 붙거나 멀어지지 않게 서로 동일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의 깊게 동작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 스스로가 지금 하는 동작에서 느끼는 신체의 모든 느낌을 '올바른 위치에서 하는 동작의 느낌이다'라고 굳게 믿고 리셋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반복 수행한다. 어쩌면 이때도 무릎이 뒤틀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장시간 동안 뒤틀린  무릎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차이에서 오는 느낌이니 걱정 말고 시행하도록 한다.

이렇게 노력을 한다면 우리의 소뇌는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여 새로이 재설정에 성공하고 변형된 관절이 복원될 수 있다.



아킬레스 건초염

아킬레스건은 하퇴, 즉 종아리 부분의 후면 근육들이 모여 뒤꿈치 뼈에 붙는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건(tendon,힘줄)이다.

증상은 간혹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발걸음을 떼기 힘들 정도로 건이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내측, 후측, 외측의 특정 부위에 특히 강하게 찌릿거리는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통증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하루나 며칠 또는 장기적으로 계속되기도 한다.

건초염은 발레를 할 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인을 하거나  플리에, 드미 포인트로 설 때에도 이로 인해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의 대처법은 어떠한가? 아이스 찜질? 그나마 아이스는 낫다. 온찜질 이것은 안 그래도 불난 곳에 휘발유를 끼얹듯 염증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바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근육의 말단이다. 근육은 탄력이 있고 부드럽고 조직의 이상에 따른 통증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반면 건은 탄력이 없고 단단하며 약간의 비정상의 텐션에도 쉽게 통증을 느끼게 된다. 물론 건 자체 조직에 경미한 파열 등 이상이 있어 통증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의 초기의 증상들은 종아리 근육의 지나친 경직으로부터 발현된다. 건의 내 외측면 또는 후면의 통증을 체크하여 특정 방향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그 결로 따라 올라가면서 종아리 근육을 자극해본다. 이 방법대로 검진해보면 해당 부위 어딘가 경직된 종아리 근육이 느껴질 것이다. 그 지점이 trigger point(발통점)이다

발통점을 찾았다면 적극적 처치가 요구된다. 쉽게는 약간의 통증을 느낄 정도의 세기로 근육의 결 방향으로 마사지하여 근막을 풀어줄 수 있다. 초기 증상이라면 이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유독 종아리가 자주 뭉치고 경직되며 발이 붓고 하체의 근육이 전반적으로 퍽퍽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단순히 해당 부위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다른 체크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요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은 비슷하다. 즉, 요추 부위와 골반 사이의 천골 주변의 연부조직들의 경직으로 인해 또는 좀 더 심각하게 디스크의 신경 압박이나 신경이 지나가는 추간공의 협착으로 인한 신경 압박 등이 요통 자체의 원인이 된다. 그로 인한 방사통으로 눌려진 신경의 압박에 의해 해당 부위의 말단 신경이 도달하는 부위에 이상 증상으로 근육 경직 증상이 유발된다. 뿐만 아니라 요추 부위의 경직된 연부 조직으로 인해 하지로 오르내리는 혈관이 압박을 받아 혈액순환의 불량으로 하체 근육의 팽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심하게 뭉쳐있던 근육을 직접적으로 마사지해도 풀리지 않던 근육이 허리의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마치 막혔던 호스가 뚫리듯이 혈액이 순환되며 뭉쳤던 근육이 쉽게 풀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에 의한 부상이 아닌 이상 일차원적인 조치 이전에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외반증(hallux valgus)

엄지발가락이 휘어 꺾어져 굽은 증상으로 인해 적잖은 통증을 유발하는 무지외반증은 유독 발레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발생하는 증상이 아니다. 항간에는 앞이 좁은 구두나 하이힐, 혹은 토슈즈가 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토슈즈를 많이 신는 프로 무용수 중에도 발이 깔끔하게 아무 변형이 없는 무용수도 있는 반면 평생을 볼 넓은 신발을 신고 살아온 시골의 여느 노인분도 심한 무지외반 증상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 자극이나 압박에 의해 엄지발가락이 꺾이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발바닥에는 생각보다 많은 근육들이 있다. 이미 제1화에서 이 근육들은 충분한 근력을 갖춰야 하며 일정한 수축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몸의 균형을 잡고 중심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초록색 부분이 중족골(metetersal bones)이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우리의 발은 정상적으로 아치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 흔히 발의 아치는 앞과 뒤의 중간이 움푹 들어간 아치만을 떠올리는데 이것을 종아치(longitudinal arch)에 해당하고, 이와 직각 방향의 아치도 함께 존재하는데 이것을 횡아치(transverse arch)라고 한다. 이 아치는 가로, 세로로 위치한 근육들이 일정한 수축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형성되는 형태이며 이 형태가 역학적으로 발의 기능을 최적화한다.


잘못된 습관으로 생기기 쉬운 티눈 (출처 : 척추와 사지의 검진)

반대로 이 근육의 수축 능력이 약화되어 제1중족골(metatarsal bone)과 제5중족골을 잇는 근육이 일정 텐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서 제1중족골이 벌어지고 지절골(phalange)이 다시 안으로 꺾임으로써 두 뼈의 관절이 발의 내측면으로 튀어 올라오는 증상이 무지외반증(hallux valgus)이다. 심할 경우 제5중족골인 새끼발가락에서도 같은 증상이 함께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동반되는 또 다른 증상은 제2중족골 끝쪽(골두)이 내려앉아 티눈(callosity)이나 굳은살이 발바닥에 생기기도 한다. 평소에 발바닥에 티눈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면 족저근 사용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결국 평소에 족저근의 기능, 즉 중심을 잡고 유지시키기 위한  컨트롤 능력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증상이 호전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시 제1화로 돌아가서 몸을 바로 세우고, 발바닥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족저근을 최대치로 활성화한다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위에 언급한 다양한 증상은 전반적으로 만성적인 부상이며 이것은 만성적 근골격계 질환으로써 신체의 각 부위의 역할과 기능을 정확히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이다. 이러한 질환들은 우리 몸이 정확한 매뉴얼대로 사용되지 않고 양질의 운동이 아닌 오히려 통증과 만성적 질환을 유발하는 무자비한 노동에 대한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신호이며 경고이다.

절대로 이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대한민국

이론 감수 : 최세영 @대한민국

사진 : 김윤식 @체코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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