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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벗고, 손 씻고, 침대에 눕는다

코난을 보기 위해!



양말 벗고, 손 씻고, 침대에 눕는다




"휴식이란 모든 사람에게 꿀 같은 시간이다."

초등학생인 내 경우 그날의 공부를 다 하고 코난 읽는 시간과 밤에 자기 전에 이불 속에 들어가 따뜻하고 몽글한 마음으로 코난 세 권을 보고 자면 여한이 없다. 휴식이나 마냥 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부담이 되는 것은 학습 진도다. 중학교 과정을 미리 공부하고 있는데 숫자가 나와야 할 수학에서 영어가 등장하질 않나, 영어엔 과학 이야기 불쑥 나오질 않나… 공부를 하면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다. 초등학교 때 덧셈, 뺄셈만 잘하면 뭐든지 할 수 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예전처럼 공부를 후다닥 마치고 날아다니는 기분과 상태로 코난을 보는 게 아닌 공부로 터지기 직전 머리로 코난을 보니 머릿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봤자 중학교 1학년 과정의 수학, 영어 공부 핑계를 대며 못 해 먹겠다 하면 나만 이상해지는 거다. 그나마 요즘은 중학 과정 공부가 조금 익숙해져서 코난을 읽는 시간이 더욱더 꿀 같은 시간이 되었다. 최근에는 집 앞 스터디 카페를 가서 오늘의 공부 분량 퀘스트를 완수하면 총총 집으로 뛰어와 집에 들어서자마자 양말을 벗고 손을 씻은 후 침대로 다이빙을 한다. 언제나 옆에 준비되어 있는 코난 수십 권 중 하나를 집어 들어 첫 장을 펴면 꿀 같은 시간이 완성된다. 그러다 누군가 “아린아~! 뭐해?” 하며 부르면 이불 속으로 쏙 숨어버린다. (난 코난을 읽고 있는 중이라고. 이 순간은 귀가 들리지 않아!) 못 들은 척하다가 종종 혼나기도 했다.


하루는 생애 처음으로 놀이 공원을 다녀온 뒤에 일어난 일이다.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나 탔는지 거참, 집에 와서도 저절로 다리가 움찔거리고 배가 슉 허전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계속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 전에 언제나처럼 코난 1권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롤러코스터 살인 사건인 코난이 어린이가 되는 계기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나오자 그날 나도 해롱해롱하게 롤러코스터를 탔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은 유난히 코난 속의 롤러코스터 사건이 더 실감 났다.


다른 때는 보통 외출을 했다 돌아올 때쯤 코난 생각이 나면 무거웠던 발걸음에도 날개를 달게 된다. 코난을 생각하며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면 급한 마음에 꼭 한 번씩 틀려서 다시 누르는 것도 익숙해졌다.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와 “다녀왔습니다!”라는 목소리를 남길 때는 이미 가방을 다 내던지고 손을 씻는다. 흰색으로 뒤덮인 넓은 눈밭 같은 이불에 푹신하게 누워서 (실제로는 침대에 몸을 던지면 철푸덕 소리에 더 가깝다.) 코난을 읽으면 나만의 해피 라이프가 완성된다. 집중력이 100%가 아닌 10000%가 되는 순간이다. 특히 휴일 때는 아침 일찍부터 코난을 읽을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다. 평소에는 10시까지 퍼질러져서 잘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휴일에는 오히려 눈이 일찍 떠진다. 한 바퀴 멋지게 구르고 코난을 집는다. (구르다가 에구구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질 때도 있었다.) 아침밥을 먹기 전까지는 코난을 세 권 정도 읽는다. 일어나라고 부르는 목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나를 직접적으로 깨우기 전까지 강철 수비를 해야지. 이렇게 지내면 휴일의 아침, 점심, 저녁 모든 시간이 나에겐 코난, 코난, 코난으로 완성된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하루에 코난을 최대로 오랫동안 읽은 게 약 7~8시간 정도인 것 같다. 그날은 밥 먹는 거 빼고 거의 코난만 읽었다. 그런 날이 요즘은 좀처럼 생기지 않지만 언젠가는 한번 날 잡고 코난만 읽을 날이 다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코난을 좋아하는 내가 일부러 일주일 정도 코난을 안 읽었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추리 만화인데 책의 모든 내용이 다 생생하게 기억나서 대충 까먹을 때까지 한번 기다려보려고 시도했던 거다. (물론 안 까먹었다)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이 헛웃음만 나온다. 그 많은 책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할까. 영어 단어도 돌아서면 잘 까먹어서 가끔 금붕어와 친구 먹는 내가 어떻게 그것만 그렇게 잘 기억하는지, 주변에서 공부를 그렇게 하면 전교 1등일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코난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공부는 이렇게 못해도 코난은 잘 기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읽기 시작한다. 언제는 너무 오랫동안 한 자세로 읽어서 다리에 쥐가 난 적도 있었다. 다리를 조심히 펴보니 찌르르 전율이 느껴진다. 이런 적이 여러 차례 있다 보니 코난을 읽다가 쥐가 난 다리를 푸는 나만의 노하우까지 생기게 되었다. (물론 쥐 난 다리를 풀면서도 눈은 코난 만화 페이지를 쫓아간다.)

이렇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코난을 쌓아 놓고 읽다 보니 혼난 적도 여러 번 있다. 언제나 같은 말이 들려온다.


“아린아! 코난 책 좀 치워라.”

“제발 읽고 나면 제자리에 좀 꽂아놔라.”


나도 다 계획이 있어서 코난을 내 주변에 놔둔 건데 혼나니 괜히 억울해서 툴툴거리며 코난을 치우려고 보면 ‘아! 치워야겠네.’라는 생각이 자동 재생 될 정도로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코난이 내 침대와 주위를 차지하고 있다. 몇 번씩은 안 혼나려고 코난을 이불 속에 넣어놨다가 깔고 뭉개서 잠들었다가 등짝이 무척 아팠던 적도 있다. 침대에서 보는 게 좋긴 좋지만, 역시 어머니의 말씀처럼 다 읽은 코난은 제자리에 꽂아 놓는 게 맞나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난 지극히 집순이다. 책을 편하게 보고 싶어서 거의 매일 코난을 누워서 본다. 바닥에도 누워보고, 침대에도 누워보고, 소파에도 누워보고, 고양이를 무릎에 앉히고 본 적도 있지만, 실험 결과, 침대에 누워서 보는 게 가장 좋았다. 실험이라 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혼자 맘껏 코난을 읽고 싶어서 시도해본 거다. 여러 자세로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엎드려서 다리를 흔들며 보면 목이 아파서 누워서 보다가 팔이 아파서 앉아서 본다. 아직도 완벽히 코난을 편하게 보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나만의 꿀 같은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한달음에 달려올 것이다. 

양말 벗고, 손 씻고, 침대에 누워서 코난을 보기 위해!


코난을 보는 것은 모험이자 휴식이다.


글: 초등작가 아린

사진: 에디터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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