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빈 Oct 28. 2024

당신의 하루를 1억에 삽니다 <2>

남자 A

남자 A는 히키꼬모리다.


그런 그가 아아주 오랜만에 집을 나섰다.


곱창이 그를 불렀기 때문이다. 


“여기 여기! 아, 새끼. 살아는 있네.”


곱창 머리를 한 남자가 손까지 흔들며 남자 A를 반긴다. 잊을 만하면 곱창을 먹자며 불러내는 남자. 둘은 초등학교 동창이다.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서 오그라드는 곱창들.

남자 A의 관심은 온통 그 불판에 있다. 어서 그 쫀쫀한 식감과 육즙을 맛보고 싶은 마음뿐. 


그런데 곱창머리 동창이 묻는다. 


“넌 며칠로 했냐?”

“어? 뭘?”

”뭐긴. 하루 말이야, 하루.”

“하루?”


남자의 무덤덤한 반응에 곱창머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설마 너 모르는 거야? 그 소확로 하루를?”

“소확로?”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곱창머리는 기함을 토한다. 


“와, 야. 니가 아무리 히키코모리 아싸지만 이것도 모르다니.”


그러면서 술잔을 치켜든다.


“너 오늘 은인 만난 거야, 인마!”


남자 A는 곱창머리를 따라서 잔을 비웠다. 


“야. 니가 아무리 히키코모리라도 돈 되는 건 관심 좀 가져라.”

“돈 되는 거라니?”

“이 새끼. 이거 돈 하니까 눈빛이 변하네. 그래, 사람이 그래야지. 인마. 이거 봐봐.”


곱창머리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들이밀었다. 


“잘 봐, 새꺄. 이게 그 소확로. ‘소’박하지만 ‘확’실한 ‘로’또, 하루 1억이다.”


[당신의 하루를 1억에 삽니다.]


“이게 뭐야?”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곱창머리는 열심히 설명한다. 


어느 날 현수막이 걸렸고

당신의 하루가 얼마냐고 물었고

그러더니 하루를 1억에 산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여기 이 게시판에 자기한테 중요한 날짜를 가지고 얘기를 쓰면 뽑아서 1억을 준다는 거지.” 


피식. 남자 A가 썩소를 날린다.


“미친. 하루가 1억? 뻥까지 말라 해.”

“그치? 나두 당근 글케 생각했쥐. 근데—.”


또다시 잔을 비우고는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는 곱창머리. 


“밑져야 본전이잖아?”

“어?”

“로또는 뭐 맞는다는 보장 있어서 사냐?”


그렇게 낄낄거리는 친구. 


“그래서 매일 일기 쓰듯 소설 쓰고 있다. 어떤 걸 쓰면 뽑힐까 고민하면서. 야, 너 자꾸 자작할래?”


곱창머리가 남자 A의 손에 들린 소주병을 뺏더니 잔을 채웠다. 


“어쨌든 그러니까 너도 해보라고. 뭐, 니가 집에 처박히게 된 사연, 이런 거 쓰면 그래도 내가 쓰는 소설보다는 낫지 않겠냐?”


남자 A는 머릿속 어딘가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씨X. 세상에 증말 눈먼 돈 많아, 어?”

“뭐. 새삼스럽게.”

“하여간 어떤 똘아이가 이런 걸 만들었는지, 상판대기 좀 보고 싶다, 야.”


그 말에 남자 A는 실쭉 입가를 비틀며 중얼거렸다. 


“…보고 있는데.”
“응? 뭐라고?”
“아니.”


남자 A는 대답 대신 소주잔을 들었다. 

“마시자고.”

곱창머리는 이후로도 신이 나서 소확로에 대해 떠들어댔지만 남자 A의 귀에는 그리 솔깃하게 들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상 초유의 희한한 이벤트 사이트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였으니까.

이전 10화 【소설】 완벽한 복수 (외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