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상상의 문턱
별빛도 잠든 고요한 새벽
모든 것이 조용히 숨을 멈춘 그 시간
안개는 땅과 하늘 사이를 가늘게 꿰매며
세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작은 오솔길조차 사라지고
돌담 위 고양이의 그림자도 흔적 없이 녹아든다
나는 바람결도 멈춘 숲 가장자리에서
눈을 감고 그 너머를 상상한다
이 안개는 단지 물기만은 아니다.
잊힌 기억이 스며든 먼 옛이야기의 입김
꿈에서 깨어난 요정들의 숨결
혹은 이름 없는 신의 손끝이 머무른 자리
한 발, 또 한 발
흙과 풀과 전설이 얽힌 길 위를 걷는다
나무들은 안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나를 향해 천천히 목을 빼고
침묵으로 오래된 노래를 흥얼댄다
어느 순간 빛이 스민다
이끼 낀 바위틈 사이로
눈을 뜬 나무 잎 끝으로
내 심장 한가운데로
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희미하게 하나의 마을이 드러난다.
아직 지도를 갖지 못한 세계
희망이 이름을 갖기 전의 모습이다
이 길은 현실과 상상의 문턱이고
절망과 기적이 만나는 곳이다
막막함 끝에서 용기를 내야 하는 곳
나는 지금 그 경계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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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 눈을 떴다.
진희는 꿈을 자주 꾼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꿈부터 시작해서 꿈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선명한 꿈까지 각양각색이다. 오늘도 진희는 꿈속을 노닐다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앞이 안 보일 정도의 짙은 안개가 세상을 덮어 버렸다. 그 사이에 진희는 혼자라는 두려움에 꼼짝 않고 서서 앞만 바라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앞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진희는 어떤 감각에 의해 빠르게 휙 뒤돌아선다. 그리곤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다. 잠에서 깬다.
진희가 꾼 꿈은 자신이 주인공인 3인칭 시점의 동영상 같다. 진이가 본 것이 뭔지 알 수가 없다. 진이는 뭘 보고 놀란 것일까?
둥근 밥상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모두 각자의 생각에 빠져 말없이 밥을 먹는다. 진희는 상상한다. 내가 본 게 뭘까? 뭘 봤을까?
사람? 도깨비? 호랑이? 커다란 곰? 휘황찬란한 빛? 뭘까?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학교로 향한다.
진희가 학교에 가려면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 고개는 아침이면 자주 안개가 낀다.
오늘은 그래도 제법 앞이 잘 보일정도라 안심이다. 재잘거리는 여학생들 사이로 파고들어 간다. 함께 재잘거리며 어제 꾼 꿈을 멀리 보낸다.
※ 약속한 연재글에서 발행해야 할 글을 일반으로 발행하였습니다. 동일한 글이 두번 발행되어 일반으로 먼저 발행한 글은 삭제하려 합니다. 기존글을 읽어주시고 댓글로 힘주신 작가님들 죄송합니다. 댓글은 캡쳐해서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