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 | 손원평

우리는 변화하는 존재

by 유영운

- 제목: 타인의 집

- 저자: 손원평

- 장르: 단편 소설집

- 분량: 270쪽

- 독서 기간: 2025년 6월 25일 - 7월 19일 (3주)

- 별점: ⭐️⭐️⭐️⭐️

- 한 줄 평: 우리는 변화하는 존재

- 읽게 된 계기: 아이들 수행평가 도서였던 <아몬드>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문우당서림에서 발견했을 때 첫 몇 장만 읽어보고 바로 데려왔다.


아래의 내용부터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책 속 문장

아마도 나는 변함없이 상자 안에 숨어서 안전한 삶을 꿈꿀 거다. 이미 굳어진 어른의 마음은 쉽게 변하기가 힘든 법이니까. 그렇지만 누군가를 향해 손을 멀리 뻗지는 못한다 해도 주먹 쥔 손을 펴서 누군가와 악수를 나눌 용기쯤은 가끔씩 내볼 수 있을까. <상자 속의 남자>, p.200

우리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이의 행동과 생각이 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획일성의 기조가 전염병의 세상하에 한층 더 두텁게 사람들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대세와 다른 생각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 대중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복종과 사과를 응징하듯 강요한다.
'여기서의 대중'은 이미 실체가 없는 괴물에 가깝다. 겨냥하는 순간 힘없는 개인으로 낱낱이 부서지지만, 뭉쳐지면 거대하게 몸집을 부풀려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괴물은 정의로 포장된 비이성과 가짜 도덕을 무기로 사용하며, 결코 거울을 볼 줄 모르기에 오히려 목표물로 삼은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어 패배시켜야만 분이 풀린다.
괴물의 목표물이 되지 않는 방법은 가만히 입을 닫고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뿐이다. 대세가 다른 판도로 바뀔 때까지 슬프게도 대다수는 침묵으로 방어하고 부조리를 외면한다. 괴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와 남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그러면 나의 우주가 그렇듯, 타인의 우주 안에도 다양한 작동 원리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비단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뿐 아니라 누군가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도, 홀로 자신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도 타인을 향한 시선은 고요하게 살피는 눈길이어야 한다. 문학의 행위가 타인의 집을 평가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행위라면 책의 구실은 분명하다.
책은 우리를 대중에서 시민으로, 관중에서 독자로 이끈다. 작가의 말, p.268-269


- 줄거리 (인상 깊었던 단편 <상자 속의 남자> 한 편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나'는 상자 속에 산다. 형이 미끄러지는 트럭으로부터 아이를 지켜내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된 다음부터. 그러나 돌처럼 굳었던 나는 한 아이와 함께 쓰러진 한 여성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소매 끝으로 조그맣게 새어나온, 너무나 낯익은 상처를 알아보게 된다.
"있잖아,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만약이란 없어. 그건 책임지지 못할 꿈을 꾸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한가지는 말할 수 있지. 어떻게 하든 누군가는 아프게 된다고.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는 기쁘게 되는 거야."
나는 여전히 상자 속에서 안전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어쩌면 상자의 벽은 점차 투명하고 유연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 느낀 점

등급별로 다른 유닛에 거주하는 노인과 이들을 부양하는 책임과 차별에 시달리는 이민자. 느닷없이 들이닥친 집 보러 온 사람들로 인해 묘한 일상의 위협을 느끼는 젓셋집 쉐어하우스 거주자. 미묘한 가족 간의 감정들과 그로 인한 긴장감. <타인의 집>에는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우주, 또 사회적 배경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여지, 혹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 소설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인다.


IMG_7246.jpg 최근 스우파를 보면서 상대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비난하는 대중의 소리에 경각심을 느낀 터라 작가의 말에 특히 공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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