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 에바
<이웃 아카이브 탐방> 코너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다. 2022년 2월 막 아키비스트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대통령기록관은 한번 가 봐야 하지 않나 해서 세종시에 갔다. 역대 대통령이 선물 받은 시, 글씨, 그림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윤보선 대통령에게 선물한 박용길의 붓글씨를 보게 되었다.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여러 장 찍고 한동안 그 자리를 서성였다. 그때부터 문익환 아카이브 밖에 있는 문익환 기록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그해 봄 김근태 아카이브이기도 한 김근태 기념 도서관 수장고에 견학을 갔고 그곳에서도 문 목사 기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웃 아카이브 탐방>이라는 시범 콘텐츠를 작성해 올렸다. 『월간 문익환』과는 별개로 아키비스트 블로그처럼 연재하려고 했는데 여력이 되지 않았고 시즌2에 정식 코너가 되었다.
사이트를 방문하든, 직접 찾아가든 이웃 아카이브를 탐방하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없는 사료를 다른 기관에서 찾을 수 있다. 윤동주와 문익환이 같이 찍은 숭실중학 시절 사진은 알려진 바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에만 있다. 윤동주기념관에 제공하여 전시할 수 있었다.
둘째, 한 사건에 대해 풍부한 맥락을 제공한다. 문 목사가 『공동번역 성서』 작업을 위해 번역팀과 속초 설악여관에 갔는데 도착해서 집에 보낸 엽서가 있다. 그리고 같은 방을 쓰게 된 선종완 신부도 그날 수녀원에 편지를 보냈는데 선종완 기념관에서 그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교해 보면 두 발신자의 글투, 성격 차이가 드러나서 재밌다.
셋째, 여러 아카이브 이용 경험이 쌓여 이용자가 원하는 기록을 찾는 데 능숙해진다. 아카이브는 포털사이트 검색보다는 어렵지만 요령을 터득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원사료에 닿을 수 있다. 대통령 기록 정보공개청구 하는 법, 미국 기록관(NARA)에서 문서고 뒤지듯 일일이 파일을 클릭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용자들이 한번 기록의 바다에 발 담가보기를 바랐다.
마지막은 인물 아카이브에 더욱 해당되는 인간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이점인데, 문익환과 김근태가 친했듯 아카이브끼리도 친하게 지낸다면 인물 아카이브 세계관이 비로소 완성되며 진한 휴머니티를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탐방이 실패로 끝난 경험도 있다. 일본 유학시절 문익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일본 국립 공문서관과 아시아역사자료센터를 뒤져봤으나 마감 기한 내에 찾지 못해서 그달에는 연재를 쉬고 다른 글로 대체하고 말았다. 한번은 성서 번역 기록을 찾으려고 한 기관에 취재 협조를 부탁드렸으나 허가를 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
아카이브가 있다는 것은 일단 기록을 보여줄 용의가 있다고 간주한다. 이웃 아카이브 문을 두드려 본다. 밑져야 본전이다. 괜히 아키비스트를 피곤하게 하는 건 아닌가 염려될 때는 문익환 목사의 어록을 떠올린다. ‘(괜찮아, 계속 들이대.) 하나가 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거니까 (엄지 척)’
글쓴이_에바
중심보다 주변에 눈이 가 밖으로 도는 아키비스트(기록관리자). 『월간 문익환』에서 <이웃 아카이브 탐방>과 <수장고 통신> 등을 썼다. 고치고 깨끗하게 하는 걸 좋아해서 문화재 보존 공부를 시작했다.
● 아카이브에서 『월간 문익환』 <아카이브 탐방> 기사 읽기
https://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collection/ArchiveCollectionView.do?con_id=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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