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집중이 안되어서 쓰는 글
# 김치찜과 계란말이
중1 딸내미가 무릎 통증이 있다고 해서 성장통인가 싶어 남편이 병원에 데려갔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병명이 나왔다. 체대를 가고 싶어 할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운동 금지령이 내려졌다.
딸내미의 주문을 받아 오늘 아침 남편이 준비한 음식은 목살 김치찜과 계란말이다. 재래시장에서 산 구운 김도 세트다.
어제 남편이 퇴근길에 1만 원어치의 목살을 사 와서 압력솥에 묵은지와 넣더니 그럴듯한 김치찜을 만들어놨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목격한 것은 계란말이의 옆구리를 세워 익히고 있는 모습이다. 근데 계란말이를 세우는 도구가 칼이다. 신박한 조리도구 활용법이다.
아침에 딸이 일어나자마자 무릎통증이 없어졌는데 아빠에게 없어졌다고 말을 못 하겠단다. 수학학원도 빠지는 특권을 누렸겠다 계속 환자 모드로 가고 싶은가 보다. 출근중일 아빠에게 전화 걸어 "김치찜이 매콤하면서 달달하다"는 얘기만 하고 끊는다
# 나보다 딱 다섯 살 많은 언니들이 싫어요.(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어제 대학선배로부터 협회 회장 선거에 나가는 분의 질의응답자료 검토를 부탁받았다. 정견발표를 하신단다. 이걸 왜?라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회장후보님이 나중에 회장이 되시더라도 1/10이라도 정책을 펼쳐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질문자로 빙의되어보기도 하고 회장후보로도 빙의되어 각 발언의 근거문서를 각주로 달며 질의-응답서를 만들었다.
전송했더니 실제 질의응답시간이 짧아서 발언을 못하실 수도 있단다. 진작 말하셨으면 부탁에 응하지 않았을 텐데. 내 시간만 없어졌다. 그래도 그 시간에 정책문서들도 보고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성장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는 '낭비된 시간'이 맞다.
선배를 포함한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언니들은 패턴이 비슷하다. 다섯 살 많은 친정언니도 포함이다.
시청에 근무하는 언니는 계산 등 급한 걸 묻는다. 그러면 운전하다가도 갓길에 세우고 계산해서 알려준다. 돌아오는 대답은 "네 형부한테도 같은 질문 했는데 형부 답변이 더 빨랐어."이런다.
가끔은 시장 앞에서 발표할 발표문을 맡긴다. 한 번은 직접 나레이션 녹음해서 시청 사업 결과 홍보 영상을 만들어준 적도 있다. 급하다고 부탁할 사람이 없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 거절할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하니 언니가 삼성전자 다니다가 뒤늦게 들어간 대학의 숙제를 내가 다한 기억이 있다. "왜 내 대학 졸업장에 네 이름은 없냐"라고 언니가 농담할 정도였다. 언니는 항상 측은한 존재라 어쩔 수 없었다.
요즘은 기관평가에서 언니가 근무하는 시청이 좋은 상을 받았으면 한다고 보고서를 봐달라고 한다. 여섯 개의 메일을 일방적으로 보내왔는데 며칠째 안 열어보고 있다. 정신집중 해서 해주면 "네 형부가 더 빨랐어."그럴까 봐. 오늘은 전화기를 꺼두고 지내야겠다. 실수로 전화를 받으면 안 되니, 끄는 수밖에 없다.
핸드폰을 꺼놨는데.... 컴퓨터 PC 카톡으로 메시지가 와있다..."출근했어?"ㄷㄷㄷ
메일을 열어보니 이미 어제 보내놓고 읽어봐 달란다.... 어쩔 수 없다... 읽어야지...
오늘도 나는 언니의 아침인사에 휘말린다.
혈육만 아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