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제는 내가 나를 지켜요.
⸻
114kg이던 시절,
저를 버티게 해 준 건 ‘일’이었어요.
몸도 마음도 무너져 있었지만,
일만큼은 절대 놓지 않았어요.
회의실에 앉아 있을 땐,
기획서를 붙잡고 있을 땐,
사람들 앞에 서 있을 땐,
그 순간만큼은
제가 ‘유능한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그땐, 그게
제 자존감의 전부였어요.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성과로 저를 증명했어요.
⸻
사랑에 배신을 당했을 때도
그랬어요.
세상이 무너졌는데,
출근은 해야 했고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어요.
울고 싶은 감정도
속이 뒤집히는 복잡함도
일 앞에서는 모두 OFF.
사람은 배신해도,
일은 배신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쏟은 만큼 돌아오고,
노력한 만큼 결과로 보답해 줬어요.
그 정직함이,
그 무심한 단순함이
그땐, 참 고마웠어요.
그래서 더 몰입했고,
더 많이 매달렸고,
아플수록 일에 파묻혔어요.
⸻
지금도 사람들이 묻곤 해요.
“요요 없었어요?”
전 웃으며 대답해요.
“없을 리가요. 다만,
다시 시작할 이유가 있었을 뿐이죠.”
그 이유는 늘 ‘일’이었어요.
매년 돌아오는 설명회 시즌.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자리.
보여지는 위치에서의 책임감.
그게 제 체중 조절의 리셋 버튼이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일이 저를 지켜준 거죠.
⸻
지금은 알아요.
일이 저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결국 살려낸 것도 일이었다는 걸요.
성과로만 저를 증명하던 시절엔
일이 짐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확실한 내 편이 되어 있어요.
이제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일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젠 일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걸 압니다.
⸻
그래서 지금도
저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라요.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나를 움직이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지킬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다는 걸 압니다.
⸻
살다 보면 우리는
늘 무언가에 기대어 버팁니다.
누군가는 사람에게,
누군가는 말 한마디에,
그리고 어떤 날은,
‘일’에게 기대죠.
하지만 결국,
가장 오래 기대야 할 존재는
‘나 자신’이더라고요.
타인에게서 얻는 위로는 잠깐이고,
나 자신에게서 얻는 평안은 오래가니까요.
내가 나에게 기대어 버틸 수 있을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
올해도 저는 설명회를 준비하며
카메라 앞에 섭니다.
그리고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해요.
하지만 이번엔 달라요.
일이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이젠, 내가 나를 지켜요.
⸻
이너마더의 한마디
경윤아,
넌 일로 도망친 게 아니야.
살아남은 거야.
일이라는 옷을 입고,
다시 숨 쉬는 법을
스스로 배운 거지.
그리고 이제,
넌 일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됐다는 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잖아.
그러니 이제는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일을 했으면 좋겠어.
네가 선택한 그 일도
이제는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왜냐면,
이제 넌 너 자신을 지킬 줄 아니까.
⸻
경윤아,
정말 잘 버텨줘서 고마워.
그리고 요요?
그건… 사람이면 다 있는 거야.
사람이니까.
요요도, 망설임도, 흔들림도 있는 거야.
그건 실패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야.
그러니까…
괜찮아.